사람들 속 행복이 보이다-코스타리카

1인당 국민소득은 7천800달러로 세계 72위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힌다. 이들이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한 해, 코스타리카에서 봉사한 이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들어보자.

삶이 풍족하거나 완벽하진 못해도, 작은 것 하나에 감사를 느껴요
글_이은영

코스타리카에서 스페인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난 다른 단원들에 비해 배우는 속도가 무척 느려,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 친구들은 항상 내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랑 대화하면 답답할 만도 한데, 항상 내 마음이 어떤지 궁금해했다. 나에겐 그게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옷을 입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결국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겐 매번 잘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 내가 코스타리카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것, 오늘 하루를 살고,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했다.
특히, 제니따와 함께 지내며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집안이 가난했지만, 제니따는 입버릇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 무척 행복해’ ‘매일 오후 4시에 마시는 ‘커피’만 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라고 말했다. 삶이 풍족하거나 완벽하진 못해도,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그 행복의 비결인 것 같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마음을 숨기지 않죠
글_김하은

코스타리카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게 ‘사랑한다(Te quiero,떼끼에로)’라는 말을 자주 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웠고, 나중에는 ‘그냥 진심 없이 습관처럼 말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은 그냥 뱉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을 사지 않고 돈을 아껴서 아이스크림을 사주던 친구. 내가 중이염에 걸렸을 때, 나를 바로 한국인 병원에 데리고 가고, 일일이 알람을 맞춰서 약을 먹여주던 제니.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아낌없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해 주었다. 1년 뒤에는 나도 어느새 현지인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좋으면 좋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순수함 때문에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매일 ‘뿌라비다’라고 외칠 수 있다.

누구와도 친구가 됩니다
글_전유림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가 있다. 처음 사이라도 쉽게 친구가 되고, 종종 친구들의 초대를 받아 집에 가면 늘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친구들은 항상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줬다.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보면 깊은 속내는 잘 꺼내지 않는 나와 달리, 선뜻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현지 친구들이 신기했다.
한번은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현지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나 또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기에 나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 시기가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지 모른다며, 불행하다고만 생각지말고 좀 다르게 바라보자' 라고 말 했는데, 그 친구가 어설픈 나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것이다. 그때부터 우린 기쁠 때나 어려울 때 항상 함께하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되고, 소통하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걱정, 근심이 오랜 시간 마음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언제나 행복하게 사는 이들의 비결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