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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에서 오히려 둔감해지는 것들인슐린 저항성
이승호 | 승인 2019.04.22 21:55

당뇨병은 한자로 ‘엿 당糖’ 자에 ‘오줌 뇨尿’ 자를 쓴다. 인체의 에너지원이 되는 소중한 포도당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당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은 위장에서 소화되며 포도당으로 변해 혈액으로 흡수된다. 이 포도당이 인체 각 세포에서 사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데, 당뇨병 환자의 10%(주로 어린이)는 췌장에 이상이 생겨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한다. 이를 ‘제1형 당뇨병’이라고 하는데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런데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는데도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는 경우가 있다. 인슐린 호르몬과 포도당을 결합시켜 각 세포로 보내는 ‘인슐린 수용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것이 손상되거나 둔감해지면 인슐린이 왔어도 당이 소변으로 그냥 빠져나간다. 이를 ‘제2형 당뇨병’이라 부르며 주로 성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슐린 수용체가 둔감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당분 섭취와 비만, 운동 부족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의식주가 풍족하지 못한 시절에는 제2형 당뇨병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먹는 것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 넉넉한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삶이 편해졌지만 그런 환경에서 우리 몸의 인슐린 수용체는 민감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슐린 수용체는 음식으로 섭취한 포도당이 각 세포로 들어가도록 하는 열쇠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과도한 음식 섭취로 지나치게 많은 포도당이 들어오면 인슐린이 끊임없이 분비되고, 인슐린 수용체는 세포들에게 쉴 틈 없이 당을 공급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인슐린 수용체의 감각이 둔해져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이를 포도당과 결합시켜 인체에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인슐린을 만들던 췌장도 무리한 나머지 더 이상 인슐린을 만들어낼 수 없게 되는데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풍족한 환경은 우리 몸만 둔감하게 만들지 않는다. 우리 마음도 풍족함에 젖어 지내다보면, 어느새 그 풍족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감사나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진다. 필자에게는 중학생 아들이 있다. 그런데 아들이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부족함 없이 자라다 보니, 삶속에서 뭔가 결핍되고 어려움을 겪을 기회가 없었다는 게 늘 아쉬웠다. 좋은 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준 맛있는 밥을 먹고,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는 삶이 전혀 감사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풍족한 삶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풍족한 삶이 단절되고 어려운 상황이 찾아오면, 아들이 홀로 그 상황을 극복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마음에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학원에 잘 다니던 아들에게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공부를 하도록 했다. ‘학원에 다니면 다니는 거지’가 아니라 ‘부모님의 보살핌 덕에 내가 학원을 다니는구나. 부모님이 참 감사하다’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배운 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들 또래의 아이들은 언젠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해 자신에게 책임이 주어진 일을 맡을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자신이 누린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편한 삶을 영위해 온 아이들은 일에서 오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쉽게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 일의 보람과 가치도 느끼지 못한 채 일을 그만두거나 무작정 더 편하고 쉬운 일을 찾는 쪽으로 흘러가기 쉽다.


우리 마음의 수용체가 감사와 도전, 겸손 등 긍정적인 마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한다면 어려운 상황도 극복할 힘이 생긴다. 하지만 늘 모든 것이 풍족하고 안락한 상황에서는 그런 힘은 만들어지지 않고 오히려 마음의 힘과 감각이 둔해진다. 인슐린 저항성은 식단을 조절하여 알맞은 열량을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하면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몸을 절제하고 조절하며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듯, 우리 마음도 긍정적인 마음에 예민한 상태로 만들어보자.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불평이 나오거나 마음이 불안하다면 이는 마음의 수용체가 둔감해져 있다는 것이다. 편하고 풍족한 상황에서 벗어나 조금만 어렵게, 부족하게 불편하게 살아본다면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이 살아날 것이다.

이승호
옥수수치과 대표원장으로 ‘늘 환자의 곁에서 환자 입장의 의료서비스’를 실천하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국제개발 NGO인 굿뉴스월드의 회원으로 매년 개발도상국을 찾아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본지의 마인드칼럼들을 밑줄 치며 읽고, 그 속뜻을 주변 대학생들과 함께 나누는 애독자이기도 하다.

이승호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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