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투머로우

상단여백
HOME 해외봉사 해외봉사 이야기
명상의 나라 인도에서 배운 '사고력'[커버스토리] 굿뉴스코 봉사단원 안효정, 유경진, 손영아
전진영 기자 | 승인 2019.04.08 12:15

나마스떼~(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하는 세 명의 표지 주인공들은 인도 첸나이 시에서 봉사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 이 하루 종일 명상만 하고 있을 정도로 인도는 신비한 정신 세계의 나라죠. 그들을 만나 인도에서 대체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한국과 180도 다른 곳이 인도라고 했는데, 인도 사람과 만나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안효정 네, 정말 많았어요. 간 지 얼마 안 돼서 한 인도 친구와 약속한 장소의 1층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그 친구가 오지 않더라고요. ‘역시 인디아 타임은 어쩔 수 없어!’ 하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헐레벌떡 오더라고요. 저는 그만 벌컥 화를 내버렸는데, 그 친구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어요.

“나도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왜 여기 있는 거야?”

알고 보니 한국에서 1층인 곳이 인도에서는 0층이더라고요. 그 친구는 한국에서 2층인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순간 머리가 띵 했습니다. 저는 인도 사람의 방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화만 냈더라고요. 하지만 그 친구는 제가 혹시 잘못 알았을까봐 걱정하면서 저를 찾아다녔더라고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섞여 사는 인도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이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고 제가 무척 미안했던 적이 있어요.

기숙학교에 방문해 6살도 안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소통하는 법에 대해서 가르쳤다. 종이컵 전화 를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손영아 저는 과자 봉지 안에 개미가 가득한 걸 보고 너무 더러워서 버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옆에 있던 인도 친구가 제 손에서 봉지를 빼앗아서 부엌으로 갔어요. 그리고 접시에 물을 받아서 과자 봉지를 그 위에 올려놓았죠.

“조금만 기다려 봐. 개미가 다 나갈 거야. 그러면 먹을 수 있겠지?”

그렇게 하면 개미가 봉지에서 나간다는 소리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가버렸어요. 그런데 나중에 가보니 그 봉지에서 개미가 깨끗하게 빠져나가 있더라고요. 작은 동전 하나, 작은 연필 하나 아껴쓰는 인도 사람들이다 보니 개미가 들어간 과자도 지혜로운 방법을 써서 깨끗하게 만들어 먹는 거예요. 내가 그들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더라고요.

유경진 토요일마다 키즈클럽을 열어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했어요. 그때 ‘레일라니’라는 여자 아이를 만났는데,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흥분하면 소리를 지르고 돌발 행동을 했어요. 그때 ‘이 친구가 꼭 우리 클래스에 와야 할까? 힘들다’라는 생각을 했죠. 그런 저의 마음을 알아챈 인도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레알라니가 지금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우리가 돌보고 잘 가르쳐주면 충분히 좋은 아이로 자랄 수 있어.”

고아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페이스페인팅. 아이들 얼굴뿐만아니라 마음도 예쁜 그림을 그려주고 싶다.

실제로 키즈클럽을 하면 할수록 레알라니가 좋아져서 그 아이의 어머니가 클래스를 열 때마다 데려가달라고 부탁까지 할 정도였어요. 우리는 조금 부족하고 문제 있는 사람은 상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를 보듬고 품으려고 하는 인도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마음을 고쳐먹고 정말 즐겁게 키즈클럽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일 년 동안 인도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이 가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손영아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겸손하다는 점요. 대학총장님이나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대학생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저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 여학생인데, 그들은 제가 가져간 한국문화 자료와 마인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고 작은 것이라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했어요. 인도가 아직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이렇게 열정적으로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인도는 곧 전 세계를 움직이는 인재강국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안효정 저는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꼽고 싶어요. 인도는 한 주state 면적이 우리나라 면적보다 클 정도로 굉장히 큰 나라이고, 그런 만큼 사용하는 언어만 해도 1000여개가 넘는다고 해요. 그래서 한 사람당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기본 3~4개씩 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해왔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저와 비교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더 감동적인 사실은 그들은 제가 영어로 강연하는 것을 비웃지 않고 집중해주었다는 거예요. 저를 바라보았던 그들의 큰 눈망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답니다.

사진 찍고 싶은데 수줍어서 말못하던 여자 여자아이들과식사중에 한 컷

유경진 뭐든지 도전하는 자세요. 표지 사진에 같이 나온 그레이시 언니도 영어, 힌디, 뗄리구, 태국어까지 4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했어요. 그런데 한국어까지 배우려고 했죠. 하루도 빠짐없이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어린 저에게 한국어를 배웠어요. 그리고 제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죠. 저는 영어 하나 배우는 것도 힘들어하며 웬만하면 피하고 배우지 않으려 했는데, 그레이시 언니의 도움을 받아서 듣고 조금씩 말하면서 영어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인도는 여행 버킷리스트에 들어갈 정도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기 위해 찾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나요?

뱅갈로의 작은 시골 고아원에서 아이들에게 마인드 강연을 하고 한국동요를 가르쳐주었다. 시원한 물놀이도 함께~

유경진 저는 조금만 관심을 받거나 주목이 되면 금방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소심한 학생이었어요. 나와 같이 소심한 사람들이 인도에서 봉사하고 전혀 다르게 바뀌는 모습들을 보고 ‘나도 사람들 앞에서 좀 당당히 말해보고 싶다’라는 심정으로 지원했어요. 그리고 인도에서 일 년 지내다 보니 ‘우선 도전해보자!’라는 태도를 갖게 돼었습니다. 한번은 어느 대학교 교실에서 제가 하고 있는 봉사활동에 대해 영어로 설명을 했어요. “I like India, I like samosa.(인도 만두 사모사)”라고 인사하고 정신 없이 말을 늘어놓았는데 인도 학생들이 무척 잘 들어주었어요. 그렇게 열 반을 돌고 나니, 정말 도전해서 부딪혀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일단 도전해보자!’ 하며 뛰어들고 있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칠리 감자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덜컹거리는 릭샤도 즐거워~
쨍하게 내리 쬐는 햇볕 아래서 땀 흘리며 일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갑자기 물을 뿌리는 장난을 쳤다. 아 시원해!

손영아 인도에 가기 전, 저는 제 주관이 너무 강해서 사람들과 지내는 중에 갈등이 많이 생겼어요. 제가 가진 틀이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사람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힘들었죠. 그런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인도에 갔고요.

인도는 제 기준을 많이 깨뜨려주었어요. 신기한 건 그러고 나니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무척 쉬워지더라고요. 제가 이전까지 ‘틀리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르다’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여유도 생겼어요. 그 시간들이 제 삶에 아주 특별한 전환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지체장애 아동을 맡아 피아노를 가르쳤는데 아이가 무척 즐겁게 따라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의 어머니가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시기까지 했다.

안효정 저는 희망이나 꿈이 없이 살았어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다른 관점으로 나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꿈을 찾고 싶어서 인도로 갔는데, 막상 인도에 가니 영어로 말하는 것도 쉽지 않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봉사자로서 무엇 하나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성실히 임하다 보니, 어느덧 보람도 느껴졌고 다음에는 더 많은 일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게 된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하는 게 행복한게 아니라 하기 싫은 일에도 참여할 때 더 큰 행복을 맛본다’는 점이에요. 단순하지만 소중한 이런 사실들을 인도에서 봉사하며 알게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진영 기자  gugong815@nate.com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진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