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마음의 행복까지

▲ 핀란드 국기
▲ 핀란드 국기



















2007년 한해 동안 핀란드로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귀국 직 후 이를 아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이 대화가 이어진다.
핀란드하면 떠오르는 것들…?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첫 답이 “휘바 휘바, 자일리톨!” 이렇게 대답을한다. 또는 “정말 자일리톨이 유명한가요?” 하고 묻는다.
자일리톨은 자작나무에서 추출이 되는데, 핀란드의 숲은 물론이고 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 핀란드의 대부분의 껌에 자일리톨 성분이 들어있다. 그러니 유명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간혹 남자분들 중에는 노키아를 연상하는 분들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애플, 삼성, lg 등에 밀려 노키아의 휴대폰을 보기 어렵지만, 아직까지는 세계 시장 판매량 1위의 휴대전화 회사이다.

  그런데 최근 메스컴에서 핀란드의 교육이나 사회보장 제도 등에 관한 내용들이 종종 소개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핀란드의 무료교육과 복지, 그들의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묻는 분들이 많다.
  학생 때 사회시간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 from the cradle to the grave)라는 슬로건 배웠을 것이다. 이 슬로건은 세계 모든 선진국가들의 국가사회보장제의 최고의 목표이자 이상이 되고 있다.
핀란드 역시 이 슬로건처럼 핀란드인 이라면 임신, 출산서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또한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재정 지원(교통, 주거 등)하고 있다.
그리고 무덤까지라는 이 문구에 맞게 노령연금(old age pension)도 지급 된다. 이는 거주지, 결혼상태, 소득 등의 의해 금액의 차이가 있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 신체장애자를 위한 보장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실제 핀란드에서 지내면서 노숙자나 걸인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본다 해도 길에서 빈 깡통은 놓고 거리의 사람들에게 자비를 구하는 이는 본래의 핀란드인이 아니라 핀란드에 사는 집시들이다.

  물론 이런 배경은 수익의 50%가량인 높은 세율 덕분이다.

  대략적으로 보면 ‘사람 참 살기 좋은 나라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알코올, 커피소비가 가장 많고 우울증,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자타공인 한국인들의 술 소비량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WHO의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알코올 소비량은 7.7L로 190개의 나라 중 50위, 핀란드는 10.43L로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술 판매를 제한하고 주류 고가정책을 펴 술 소비를 억제하고 있음에도 평균 소비량이 높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은 핀란드의 골치덩어리다.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치료와 재활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다.

  겨울이 길고 밤이 긴 나라, 핀란드! 그래서 그럴까 외롭고 공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외롭고 긴 밤을 보내려니 기호 식품이 많이 소비 되는 듯 하다.

  핀란드인의 성향 또한 혼자 있기 좋아하고 내성적이다.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Culture Center, 까이사 Caisa에서 한글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때 반 학생들 중에 마르코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훤칠하고 똑똑한 학생이었다.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고 좋아해서 한글학교에 지원했다 하였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 이지만, 한국어 공부는 열심히 하며, 어쩔 수 없이 수업에 빠지는 날엔 다음 수업에는 다시 찾아와 묻고 지난 수업의 자료를 요청하곤 하여 마르코와 친해 질 수 있었다. 친구가 되면 마음속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기 마련인데, 어느 날은 이 친구가 ‘내가 경호 업체 에서 일을 하다 나쁜 사람들을 만나 팔을 다친 적이 있다고 했지?’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내 팔을 그렇게 만든거야…’
이를 듣는 순간 좀 충격적이기도 하고 놀랐었다. 핀란드는 치안이 잘 되어있는 나라라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었지만 팔에 난 상처들이 마르코 자신이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많은 것을 갖추고 있는 이 청년이 왜 자신을 학대하고, 자신을 그렇게 만드는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을까?

  핀란드의 사람이 살기 좋은 장치들이 많이 있지만.
이러한 물질적인 풍요가 사람의 마음을 채우고 공허함을 달래 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깊이 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 많다. 약한 것은 작은 충격에도 두부처럼 잘 상처 나고 부셔진다.
또한 근육이 많은 사람은 멍이 잘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근육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하고 훈련을 하여야 만들어 진다. 근육이 찢어져 아프고 힘들지만 그 사이에 근육이 자라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면 그러한 훈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 자신의 한계를 넘어 본 경험들이 마음의 근육을 키워 강하게 될 것이다. 마음의 근육이 붙어 있어 다른 어려움이 와도 피하거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딪쳐 넘을 수 있는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살기 좋고 어려움이 없는 나라 핀란드.
이제는 핀란드 인 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인에게 마음에 어려움이 올 때 지키고 이길 수 있는 힘, 그런 장치가 필요하고,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