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진영 기자
디자인 전진영 기자

조선시대 임금들은 궁궐 안에서만 지냈기에 백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몹시 궁금해 했습니다. 그래서 밤이 되면 평복으로 갈아입고 수행원 몇 명만 대동한 채 백성들의 삶을 살펴보는, 야행夜行을 자주 나갔다고 하지요? 조선 19대 왕인 숙종이 야행을 나갔을 때 일입니다. 마침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지나던 터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들이 전부였지요.

그런데 어느 집에서 웃음소리가 연신 터져 나오는 게 아닙니까? 살림살이가 넉넉한 부잣집에서도 좀처럼 듣기 힘든 유쾌한 웃음소리에 숙종은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그 까닭을 알기 위해 숙종은 그 집으로 들어가 냉수 한 그릇을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이 물을 뜨러 간 사이 문틈으로 방안을 살펴보니 여느 집과 별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수염 허연 할아버지는 새끼를 꼬고 있었고, 아이들은 곁에 앉아 짚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주인 아낙은 바느질을 하고 있었고, 할머니는 빨래를 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의 표정은 근심 한 점 없이 밝았습니다. 숙종이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내, 밖에서 들으니 유독 이 집만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더이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게요?”주인이 답했습니다. “형편은 비록 이렇지만, 빚도 갚으며 저축도 하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웃음이 나왔나 봅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오두막에 살면서 무슨 돈이 있어 빚을 갚고 저축까지 한다는 걸까?’ 궁궐로 돌아온 숙종은 사람을 시켜 주인이 몰래 돈을 감춰둔 건 아닌지 알아보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는 아무 재산도 없었습니다. 숙종은 다시 그 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지난번에 했던 말의 뜻을 물었습니다. 주인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부모님을 봉양하며 사니, 그게 바로 빚을 갚는 것이 아닙니까? 아이들을 키우면 제가 늙어서 의지할 수 있으니, 그게 바로 저축이 아니겠습니까? 세상 천지에 저만 한 부자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날 사람들이 똑같이 먹고, 자고, 입으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마음의 초점은 저마다 다릅니다. 열 가지 중 아홉 가지를 갖춰놓고 풍족하게 살면서도, 만족하며 감사하기보다 부족한 한 가지에 마음이 매여 불평하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열 가지 중 하나밖에 못 가졌지만, 그 하나를 놓고 감사하며 기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숙종이 만났던 오두막집 주인과 가족들은 조건 대신 서로를 향한 사랑과 정으로 행복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행복은 형편이 아닌,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사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까?

문혜진

현재 대학원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학을 전공 중이다. <투머로우> 북콘서트 팀의 리더이자 사회자로서 공연과 강연을 통해 전국의 대학, 기업, 군부대, 중고교 등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인터넷방송 예루살렘 라디오에서 ‘문혜진의 아름다운 벗But’을 진행하며 자신이 삶속에서 배우고 터득한 긍정마인드를 애청자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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