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받은 마음을 치료해준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심혜은 씨는 사랑하고 또 고마워한다. ‘남아공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복한 사람이 된다’며 추억 담긴 사진들을 꺼내놓았는데, 그 면면이 재미있다.

더반에서의 추억

무전여행을 하며 방문했던 아름다운 해변의 도시, 더반! 그곳에서 ‘시야’란 친구를 만났다. 시야는 ‘먼 나라에서 남아공까지 와서 봉사하는 너희들한테 감동받았다’며 일주일간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여행 중 같이 간 남자 단원이 마침 생일을 맞았다.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지만 시야와 시야의 친구들이 관광도 시켜주고 맛있는 생일상까지 준비해주었다.

남아공에 가면 뒤바뀐다

남아공은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다. 한국이 겨울이면 남아공은 여름. 남아공의 12월은 여름이어서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계절만큼 삶도 180도 달랐다. 한국에서 내 삶은 불행했다. 아버지가 안 계시고, 가난하고, 상처 많고…. 그런 내 아픔을 가리느라 애를 썼다. 그런데 남아공에서는 모든 것이 달랐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다. 나는 그런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불편하고 힘든 일들도 이겨낼 수 있었다.

남아공 사람들은 상처 많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었고 봉사하러 왔다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그래서 자주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라고 묻곤 했다.

한국전 참전용사와의 만남

6.25전쟁 때 남아공은 1,255명의 장병들을 우리나라를 도우러 파병했다. 당시 용감히 싸웠던 군인들이 지금은 새하얀 머리에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 할머니로 변해 있었는데, 한국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분들을 만나니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분들 중에 공군과 간호사로 참전하셨던 한 커플을 잊을 수 없다. 전쟁 중에 열렸던 공원파티에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댄스를 청하며 청혼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알콩달콩 지내시는 걸 보니 기쁘고 또 반가웠다.

선생님이 되어 보다

남아공의 초등학생과 대학생, 소년원의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미술, 피아노를 가르쳤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를 썼다. 소년원의 아이들은 모두 똑같이 까만 옷에 표정도 굳어 있어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집중을 너무 잘해서 놀라기도 했다. 한동안 다른 일정으로 소년원에 가지 못했는데, 나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감동적이었다. 학생들에게 받은 그림 선물들은 추억상자에 잘 보관되어 있다.

글로벌 프렌즈

한국 외에 페루,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봉사 단원들과 함께 활동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서로 마음을 알게 된 후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별을 보며 밤늦게 이야기 나누고, 때로는 사소한 일로 싸우면서 정을 쌓고…. 헤어진다 생각하면 눈물이 나올 만큼 섭섭해서 남아공에 와서 같이 살자고 약속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남아공 단원들이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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