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사관학교 합격한 이신혁

우리나라 최대의 장교 양성기관인 육군3사관학교는 1968년 창설 이래 50년이 넘는 동안 육군의 미래를 선도하는 정예장교를 육성해왔다. 본지가 인터뷰한 이신혁 씨 역시 장교가 되고자 3사관학교에 지원해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는데, 그가 들려준 도전의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신혁. 사진 김홍수 포토 디렉터
이신혁. 사진 김홍수 포토 디렉터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근 MBC 예능 <진짜사나이 300>으로 대중 앞에 소개된 육군3사관학교(이하 3사관학교). TV에 나온 모습처럼 강도 높은 체력단련과 철저한 군사훈련으로 유명한 이곳에선 매년 500여 명의 장교가 탄생하는데, 학군사관ROTC 과정을 제외하면 사관학교 중 가장 많은 수의 장교를 배출하고 있다. 때문에 직업군인을 꿈으로 삼는 청년들에겐 절실한 목표이기도 하다.

육군3사관학교. 경상북도 영천에 소재한 육군 3사관학교(학교장 황대일 소장)는 1968년에 창설되었다. 다른 사관학교들과 달리 편입학 형태로 신입생을 뽑기 때문에 전문대를 졸업 하거나 일반대학 2년을 수료해야 지원 가능하다. 2년 과정을 졸업하면 군사학위 및 전공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면서 육군 소위로 임관하는데 최소 6년을 의무복무한다. 최근에는 합참의장이나 제2작전사령관 등 고위직 군인에 3사 출신들이 다수 임명되는 등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여성 생도도 모집하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 경상북도 영천에 소재한 육군 3사관학교(학교장 황대일 소장)는 1968년에 창설되었다. 다른 사관학교들과 달리 편입학 형태로 신입생을 뽑기 때문에 전문대를 졸업 하거나 일반대학 2년을 수료해야 지원 가능하다. 2년 과정을 졸업하면 군사학위 및 전공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면서 육군 소위로 임관하는데 최소 6년을 의무복무한다. 최근에는 합참의장이나 제2작전사령관 등 고위직 군인에 3사 출신들이 다수 임명되는 등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여성 생도도 모집하고 있다.

이신혁 씨가 직업군인의 꿈을 품은 건 열일곱 살 때다. 학교 수련회 장소였던 3사관학교에서 본 생도들의 모습은 아주 늠름하고 당당했다.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길을 가기로 한 그들의 모습이 마치 만화 속 영웅 ‘슈퍼맨’처럼 보였단다. 깔끔하게 차려 입은 생도들의 짙은 회색빛 제복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생활기록부 장래희망 칸에는 늘 ‘직업군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가 작년에 3사관학교에 도전했다.

“작년 4월부터 생도선발이 시작됐어요. 4천 명 넘는 지원자들이 몰렸는데, 경쟁률도 11 대 1로 작년보다 높았습니다.”

3사관학교 생도가 되려면 총 세 차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고교 및 대학교 성적을 기준해 1차에서 지원자를 가려낸다. 2차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공간능력(주어진 지도에서 목표점의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찾는 능력을 측정), 지각속도(간단한 도형·단어·기호 등을 제시하고 서로 바르게 연결되었는지 비교하거나 개수를 세는 시험) 등 다섯 개 분야의 시험을 치른다. 3차에서는 체력측정 및 면접이 이뤄지는데, 면접은 다시 네 단계로 나뉜다. 올해는 신혁 씨를 포함해 이렇게 엄격한 과정을 통과한 436명이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고 한다.

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두려움

“선발과정 중 제게 가장 큰 산은 2차 필기시험이었어요. 그래서 1차 시험을 치른 뒤 합격자 발표가 나기도 전에 2차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자신이 없으니까 미친 듯이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신혁 씨에게 길잡이가 되어준 것은 바로 1년 먼저 3사관학교에 입학한 고교 친구 윤영욱 씨였다.

“3사관학교를 준비하면서 영욱이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수험서는 어떤 것을 사야 하고, 그 안에서도 어느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체력측정과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까지 상세히 알려주었어요. 심지어는 자신이 면접 때 받았던 질문들까지 기억해내 알려주더라고요. ‘내가 알려주는 대로만 해’ 하면서요.”

말라위 건축봉사에서 함께 한 친구들과 함께.
말라위 건축봉사에서 함께 한 친구들과 함께.

친구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신혁 씨는 입시를 무사히 준비할 수 있었다. 특히 고비였던 필기시험은 친구가 직접 짜준 계획을 따라 수험서 세 권을 세 번씩 독파하니 ‘자다 깨도 정답을 말할 수 있을 경지’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큰 어려움 없이 합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신혁 씨는 동기들보다 1년 늦게 입학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학군장교와 학사장교에 지원했다가 두 차례나 탈락한 적이 있었다. 세 번째로 3사관학교에 지원하면서 그는 무엇보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자신의 마음속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장교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세 번이나 도전할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나를 일으킨 건 해외봉사에서 배운 마인드였다’라는 게 신혁 씨의 말이다.

해외봉사 1년, 실패 앞에 당당해지는 법을 배웠다

이신혁 씨는 스물한 살 때 자메이카에서 1년간 봉사를 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20대의 1년은 20대 이후의 5년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황금기랄 수 있는 20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으로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환경이 열악한 자메이카에서 1년이나 살았다니 ‘그곳에서 대체 뭘 배웠을까?’ 궁금해진다.

건축봉사를 마치고 기쁜마음으로 함께한 친구들과 한 컷.
건축봉사를 마치고 기쁜마음으로 함께한 친구들과 한 컷.

“주변을 보니 인생의 특별한 목표 없이 그냥저냥 지내는 대학생들이 많더라고요. ‘나도 인생의 분명한 목표가 없으면 인생을 허비할 수밖에 없겠다’ 싶어 환경도 열악하고 낯선 자메이카로 갔어요. 거기서 봉사하는 동안 도전하는 즐거움을 배워 왔습니다.”

원래 그는 소심해서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인과 어울리고 낯선 문화에 적응하려면 서툰 영어로나마 말을 걸고 친구를 사귀어야 했다. 초등학교 축구부 출신인 신혁 씨는 특히 축구를 통해 자메이카 사람들과 친해졌다. 축구가 끝나면 학생들을 모아 태권도도 가르쳤고, 현지 학교에서 강연과 레크리에이션도 했다. 편한 삶만을 추구했던 그는 차츰 도전을 즐기게 됐고, 소심하던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자메이카는 날씨도 덥고 생활환경도 열악했지만, 영어가 서툰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그런데 부담스러워도 계속 영어를 쓰다 보니 어느새 잘하지 못해도 일상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영어로 말하고 다니더라고요. 사관학교 입시 준비가 부담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피해버리면 자메이카에서 배운 도전하는 마인드를 잃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습니다.”

3차 시험까지 마치고 최종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다시 40일간 해외로 봉사를 다녀왔다. 이번 목적지는 아프리카 말라위였다. 청소년센터 건축공사에 참여했는데, 중장비 하나 없이 사람들이 직접 시멘트를 나르고, 콘크리트를 개어서 작업하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휴일도 없이 일했어요. 육체는 정말 피로하고, 근육에 알이 배어 나가고 싶지 않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라위 사람들은 짜증 한 번 안 내고 시종일관 웃는데, 저도 그걸 보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어요. 드디어 마지막날 작업이 끝났을 때 모두 다 같이 행복하게 웃었던 건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감사한 일일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자메이카 해외봉사중에 현지 학생들을 위해 마인드 강연을 했다.
자메이카 해외봉사중에 현지 학생들을 위해 마인드 강연을 했다.

강한 마인드로 병사를 이끄는 리더 장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실 웬만한 마인드로는 할 수 없는 것이 장교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되, 부하들과 유연하게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결정 하나에 부하들의 생명이 왔다갔다 할 수 있기에 평소에도 극한상황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는 깊은 사고력도 필요하다. 또한 병사들은 군생활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역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기에 그들에게 보람찬 군생활을 하도록 돕는 멘토로서의 역할도 요구된다. 꿈에 그리던 장교의 길에 들어선 이신혁 씨는 어떤 군인이 되고 싶을까?

“어려움이 와도 부하들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심력을 갖춘 군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야 부하들에게 신뢰를 주고 팀을 이끌 수 있죠. 병사들마다 살아온 환경, 사고방식, 주관이 다 다른데, 그들을 포용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는 인내심을 배우고 싶어요. 병사들도 그런 지휘관의 마음을 이해할 때 똘똘 뭉친 강한 팀이 될 겁니다. 그런 마인드를 배우는 곳이 3사관학교라고 생각합니다.”

해외봉사를 통해 이신혁 씨는 도전정신과 배려심, 절제와 소통을 배운 청년으로 성장했다. 올바른 정신을 가진 리더가 있는 조직은 저절로 아름답고 강해질 것이다. 이제 막 군문에 발을 디딘 그이지만, 순수한 정신과 위대한 비전을 가진 훌륭한 군인이 되길 기대해본다. 2년 후 3사관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는 어떤 리더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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