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영어를 배웠지만 김소현 씨는 “밥 먹었어?”라는 기초적인 질문도 자신있게 하지 못했다.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면 부리나케 도망가고, 영어공부를 하려고 본 미국드라마는 한국어 자막만 보다가 끝이 났다. 그랬던 그녀가 자기만의 작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1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스토리가 궁금하다.

바베이도스 Barbados. 카리브해 동남방 서인도제도 중 가장 동쪽에 있는 섬나라다. 인구는 29만 명이며, 수도는 브릿지타운이다. 기후는 열대해양성 기후로, 삼각형의 작은 섬 90% 이상이 평원이다. 경제는 설탕산업과 관광업이 발달했다.
바베이도스 Barbados. 카리브해 동남방 서인도제도 중 가장 동쪽에 있는 섬나라다. 인구는 29만 명이며, 수도는 브릿지타운이다. 기후는 열대해양성 기후로, 삼각형의 작은 섬 90% 이상이 평원이다. 경제는 설탕산업과 관광업이 발달했다.

여행의 시작

미국에서 지낸 1년간 가장 가슴을 울렸던 추억은 바베이도스 여행이었다. IYF에서 주관하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콘서트 투어를 따라다니며 봉사를 하던 중, 마이애미에 갔다. 당시 행사에 관객으로 오신 바베이도스 영사님과 우연한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됐다. 마침 다음 주에 바베이도스에 갈 계획이 있었던 터라 영사님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교육부 장관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셨다. 바베이도스에서 첫 번째로 한 일은 도어 투 도어Door-to-Door 강연이다. 집집마다 찾아가서 마인드 강연을 하는 것이다.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일을 하는데 유독 우리 팀장님만 문 노크부터 인사와 영어 마인드강연까지 모두 팀원들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던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정말 도망가버리고 싶었다.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입을 열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어떻게 미국으로 봉사활동을 왔는지부터 한국에서의 삶, 그리고 IYF를 통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말했다. 내가 들어도 어눌한 영어 실력이었는데 그런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바베이도스 사람들을 보니 용기가 생겼다.

소년원 방문

바베이도스 영사님께서 소개해주신 교육부 장관은 우리에게 소년원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우리는 마인드 레크레이션을 하기로 했다. 바베이도스 소년원을 방문했을 때 처음에는 이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들어온 아이들인데 내가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게임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한껏 긴장이 됐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게임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참여했다. 장난치며 웃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순수했다. 나또한 이 시간에 푹 빠져 아이들과 함께하니 유치하다고 여겼던 게임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레이크레이션을 마치고 준비했던 아카펠라 공연을 선보였다. 음악에 문외한인 평범한 대학생들이 부르는 노래지만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의 노래를 경청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도 행복의 감정이 피어났다.

우측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소현 씨
우측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소현 씨

부담을 뛰어넘다

한국에서의 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있으면 피하기에 바빴다. 그랬던 내가 바베이도스에서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노래를 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음이 사실에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담을 뛰어넘자 오히려 평안과 행복이 찾아왔다. 미국에서 언어공부, 마인드강연,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 잘하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힘들기만 했다. 하지만 잘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니 내 부족한 영어실력과 노래실력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게 되었다. 부담을 넘어서면 그 너머의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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