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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수 마인드칼럼] 인생의 들숨과 날숨 Give&Take
박옥수 | 승인 2019.01.30 16:40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계속 흐르고 다친 다리에 괴사가 진행되어서 두 다리를 자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가 이런 상황을 저에게 이야기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한번 자르면 되돌릴 수 없기에 자르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시간을 더 늦추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강하게 이야기해서 병원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 그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두 다리 없이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다리가 잘린 그의 모습을 보니 안쓰럽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도 의식이 돌아오고 몸 상태가 좋아져서 제가 이야기할 때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습니다.

병실을 나오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하나님이 지키실 수 있었는데 왜 그의 다리를 빼앗으셨을까?’ 우리는 인생의 섭리를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잃을 때가 있고 얻을 때가 있습니다. 숨을 내쉴 때가 있고 들이쉴 때가 있습니다. 숨을 내쉬지 않고는 들이쉴 수 없습니다. 숨을 내쉰다고 ‘아까운 내 공기가 밖으로 나간다’ 하며 섭섭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내뱉는 공기보다 들이마시는 공기가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이 정리되었습니다. ‘아, 그가 잃은 다리보다 더 좋은 것을 얻겠구나…내가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돌아보면, 제 인생이 그랬습니다. 열아홉 살이었을 때 제게는 아무 소망이 없었습니다. 농사지어 겨우 밥 먹고 사는 시골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직장도 없고 마땅히 할 일도 없어서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짓이나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 싫고 괴로웠습니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삶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소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전에 저는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래도 괜찮은 사람, 어느 정도는 잘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열아홉 살에 보았던 제 모습은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무능할 뿐 아니라 더럽고 야비하고 거짓되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박옥수, 이 더러운 놈아! 이 나쁜 놈아!”라고 소리쳤습니다.

제가 붙들 만한 것이 전혀 없게 비워졌을 때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에는 제 생각과 다르면 배척했는데, 이제는 형편없는 나를 믿을 수 없기에 제 생각과 다른 것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예수님을 믿어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배웠습니다. 제가 어떻게 느끼는지와 상관없이 좋은 것들을 마음에 받아들였습니다. 좋은 가르침들이 제 인생을 만들어 갔고, 삶이 점점 달라졌습니다. 결심하거나 애쓰지 않았는데도 이전과 전혀 다르게 살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나에게서 일어나는 변화가 신기했습니다.

이제 제가 늙어서 죽어도 괜찮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한 번씩 죽음을 생각하면 행복합니다. ‘나같이 형편없는 인간이 목사가 되었다. 나 같은 인간이 사람들을 위해 살 수 있었다. 좋은 마음들을 조금 받아들였는데, 그 마음들이 때로는 사람을 사랑하게 했고, 때로는 잘못된 사람을 꾸짖게 했고, 때로는 악한 일 앞에서 화나게 했고….’ 저를 통해서 마음이 행복하게 변한 사람이 열 사람만 되어도 족한데, 정말 많은 사람이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만일 제가 죽기 사흘 전에 죽는 날을 알 수 있다면, 남은 사흘 동안 살면서 감사했던 일들을 기록할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가질 때 행복할 것이라고 여겨 그것들을 어떻게든 얻으려고 합니다.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직장, 좋은 남편이나 아내…. 얻으려고 하는 원함으로 마음이 가득 차 있어서 다른 좋은 것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얻으려고만 하며, 잃으면 힘들어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숨을 내쉴 때 새 공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잃을 때 좋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작년 겨울 그라시아스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 순회공연이 경남 진주에서 열렸을 때 중년 부부가 ‘망개떡’을 잔뜩 사서 들고 딸과 함께 저를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시신경이 다 죽어서 딸이 시력을 완전히 잃었었는데, 제가 2년 전에 그 딸에게 기도해 준 후로 점점 보게 되었다며 감사 인사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가씨를 위해 제가 어떤 기도를 해주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경남 합천에 사는 그 아가씨가 얼마 전 저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왔습니다. 그 편지의 일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디자인 이가희 기자

“박옥수 목사님, 안녕하세요. 합천의 홍OO입니다.

진주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 때 부모님이 목사님을 만나 뵙고 무척 기뻐하셨어요. 얼마 전에는 저와 함께 수양회에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하셨어요. 저는 요즘 집에서 빨래도 개고, 방 청소도 하고, 너무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수양회에 제가 갠 양말을 신고 갔는데, 가서 보니 짝이 안 맞는 거예요. 그래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고 즐겁고 웃음이 나왔어요. 내 눈이 아닌 새로운 눈으로 삶을 보는 것이 신기하고 행복해요. 전에는 볼 수 없는 삶이 무조건 너무 싫고 불행하다는 마음으로만 지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에게 필요한 일이었어요. 이제는 제가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로 하루하루 어려움들을 이기며 살고 있어요. 참된 행복을 느끼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이 아가씨는 시력을 잃은 뒤 방에서 나오지 않고 괴로워하며 지냈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를 이끌어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뒤, 그는 달라졌습니다. 많은 것을 잃어 마음이 비어 있었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가 저를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며 기도해 주었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감옥에 가둘 수 있지만 마음은 몸과 달라서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요. 하나님은 모든 것을 행복으로 바꾸시는 분이에요. 소망을 가져요. 하나님이 반드시 눈을 뜨게 하실 거예요. 밥도 많이 먹고, 방안에 누워 있지만 말고 지팡이 짚고 여기저기 다녀요.”

사람이 무엇을 잃으면 마음에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그 공간에 믿음이나 소망이 채워지면 삶이 변합니다. 이 아가씨는 제가 한 말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 뒤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방 청소도 하고, 빨래도 개고, 라면도 끓여 먹고, 휴대폰으로 문자도 보내고 한답니다. 삶이 변하면 자신이 그처럼 변할 수 있게 이끌어준 분들의 사랑에 고마운 마음이 생깁니다. 사랑을 받아 고마움을 느끼면 편지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시인이 되고, 노래하는 사람이 됩니다. 삶에서 불편한 것들이 보이지 않고 기쁜 마음이 가득합니다.

한 사람을 더 소개하고 싶습니다. 오래 전에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아가씨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목사님, 안냐세요?”
이 아가씨는 말을 할 때 발음을 제대로 하지 않고 빠르게 대충 말했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상담하고 싶어요.”
“그러죠. 그런데 오늘은 상담하기로 미리 약속한 사람이 좀 많아요.”
“알았어요. 기다릴게요.”

약속한 사람들과 상담을 마치면 오후 2시쯤 될 것 같아서, 점심 먹고 2시경에 제가 있는 사무실로 오라고 했습니다. 아가씨가 알겠다고 하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상담을 마치고는 그 아가씨와 한 약속을 깜빡 잊고 집으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일을 보다가 오후 4시쯤에 교회로 왔습니다. 그 아가씨가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휴, 미안해요! 내가 깜빡 잊었어요.”
“괜찮아요.”

그렇게 그 아가씨와 처음 만났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하고, 마음에 상처도 있었습니다. 그 아가씨는 직장에 들어가도 일주일을 다니지 못했습니다. 늘 직장 사람들과 싸우고 나왔습니다. 교회에 와서도 여러 성도들과 싸웠습니다. 화가 나면 분을 견디지 못해 사람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때에는 남자를 두들겨 패서 경찰서에 가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집에서 쫓아내 그는 하숙집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리니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우리 부부는 나이가 많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그 딸이 어떻게 될지 그게 걱정입니다. 그래서 정신 차리라고 일부러 집에서 내쫓았습니다.”

제가 ‘누가 이런 여자를 좋아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목사인 제가 따뜻하게 대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얻은 평안과 행복을 나누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위해 주었습니다. 그가 저에게도 한번씩 과격하게 말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굉장히 조심하고 공경하는 자세로 저를 대했습니다. 제가 그 아가씨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직장을 다녀야 해. 회사에서 자꾸 나오지 말고 조금 오래 있어 봐. 싸우면 안 돼. 참아 봐.” 그리고 틈틈이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얼마 전에는 좋은 직장을 얻었습니다. 영업을 조금 잘해서 월급을 제법 많이 받습니다. 벌써 두 달째 다니고 있는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경안정제를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얼마 전에는 약 없이 살아보려고 일주일을 끊었답니다. 그랬더니 불안한 증세가 일어나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약을 조금씩 먹으라고 했습니다.

“알았어요. 목사님 말 들을게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성미 급하고, 자기 멋대로 살았던 사람인데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누구도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결혼한 언니가 동생이 변한 것을 보고 “이제 나는 네 편이다. 네가 가는 길을 마음으로 후원한다”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때로는 잃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더 좋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그 뒤로 새로 얻은 행복을 움켜쥐고 다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얻으려는 자세로 살 수도 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욕구를 조금 비우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살 수도 있습니다. 나를 위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누군가를 위하려는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가 행복을 누릴 때 나도 같이 행복해집니다.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입니다. 마음에서 주고 마음으로 얻습니다.

제가 큰 일을 하지는 못하지만 힘들어하는 사람을 조금 돕고, 병원에 있는 분들을 돌아보고, 가난한 사람에게 작은 봉투나마 건넬 수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사는 것이 더욱 감사합니다.

내 원함을 채우려는 욕망이 가득한 눈으로 보면, 남을 위하는 것이 힘들게만 보입니다. 그러나 욕망을 조금 내려놓고 더 크고 좋은 행복을 만나면, 작으나마 다른 사람을 위해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됩니다. 사람들이 욕구를 채우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많은 것을 누려도 마음이 어둡고 괴로우면 그 누린 것들이 의미를 잃고 맙니다. 우리는 육체의 욕구와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의 행복을 얻어야 합니다. 그 행복을 가져다준 사랑에 감사하며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살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집니다.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성경에서 찾은 마음의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마인드북 시리즈로 <나를 끌고가는 너는 누구냐><마음을 파는 백화점><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마음밭에 서서> 등 네 권을 집필했으며, 마음의 세계를 다룬 만화<신기한 마음여행>도 출간했다.

박옥수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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