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진영 기자
디자인 전진영 기자

2015년 8월 4일, 휴전선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펼치던 국군 장병 두 명이 북한군이 설치한 목함지뢰를 밟고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당시 하사)는 이후 수차례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었습니다. 남들은 평생 한 번 받을까말까 한 수술을 스물한 차례나 받았고, 오른다리는 무릎 위까지, 왼다리는 정강이 아래까지를 잘라내는 등 재활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2016년 7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이겨내고 의족으로 다시 걷게 된 그는 뜻밖의 선택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제대하지 않고 군 생활을 계속하기로 한 것입니다. ‘더 이상 야전부대에서 근무하기는 어렵겠지만, 군인으로서 조금이라도 전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생각하던 중, 수도병원 근무에 지원했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이후 하 중사는 국군수도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전우들의 장애 보상이나 사망한 전우들의 급여 지급 등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일하는 틈틈이 부상병과 가족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의 말 건네기를 잊지 않습니다. 한번은 자신처럼 지뢰를 밟고 한쪽 다리를 잃은 장병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평생 장애를 안고 살 아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던 그 장병의 부모님은 더 심한 장애를 갖고도 오히려 쾌활한 하 중사의 모습에서 백 마디 말보다 큰 위로를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지난 1월 13일, 하재헌 중사는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1월 31일 전역할 예정이며 조정선수가 되어 장애인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입니다. 그 기사를 접하며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났습니다.

<상처가 별이 되게 하라>, 하 중사에게 딱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습니다. 이렇듯 고난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사연을 들을 때 우리는 ‘와, 진짜 대단하다’ ‘멋지다’ 하고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하 중사의 입장에 대입해본다면 감탄사를 터뜨리기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겁니다. 저 역시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뒤 세상을 참 자주, 많이도 저주했어요.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 ‘내 또래 사람들이 모두 휠체어를 타게 되어서 휠체어를 다리 삼아 사는 내가 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억누르려고 해도 끊임없이 제 속에서 올라오는 억울함과 슬픔이 저를 좌절케 했습니다. 자괴감에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제겐 가장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요. 어느 날, 나가기 싫다는 저를 아빠가 억지로 끌고나와 극장에서 본 영화가 ‘아바타’였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주인공이 아바타와 ‘링크’로 연결되는 순간 건장한 아바타로 살게 되었습니다. 넓은 들판을 맘껏 뛰어다니며 느끼는 기쁨과 행복이 휠체어를 탄 원래 자신의 삶과 마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 나는 지금 어떤 마음과 연결되어 있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안타깝고 절망적이라고 여기는 제 마음이 저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때부터는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제게 밝은 마음을 전해주는 사람들과 마음을 연결시켰어요. 그때부터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마음이 만들어졌습니다. 제 삶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고, 몸도 마음을 따라 훨씬 건강해졌습니다. 삶의 변화는 각오나 노력이 아닌, 마음의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상처가 별이 된 인생이 더 값지고 특별한가 봅니다. 그러니 상처를 두려워 마세요. 상처 때문에 내 인생이 더 반짝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문혜진 현재 대학원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학을 전공 중이다. <투머로우> 북콘서트팀의 리더이자 사회자로서 공연과 강연을 통해 전국의 대학, 기업, 군부대, 중고교 등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인터넷방송 예루살렘 라디오에서 ‘문혜진의 아름다운 벗But’을 진행하며 자신이 삶속에서 배우고 터득한 긍정마인드를 애청자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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