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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더 이상 가난한 대륙이 아니다송태진의 < In 아프리카, 아프리카 人 >
송태진 | 승인 2019.01.10 11:23

세계은행이 추정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5퍼센트 남짓이다. 아프리카는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섯 개의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다.

역사상 최고의 부자가 유럽인도, 미국인도 아닌 아프리카인?

2012년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사람들의 순위를 발표했다. 발표 당시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빌 게이츠는 역대 부자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철강왕으로 유명한 앤드류 카네기가 4위, 석유왕 존 록펠러가 3위, 그리고 2위는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우리가 알만한 부자는 다 나온 것 같은데 1위는 누구였을까.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사람은 바로 14세기 서아프리카 말리왕국의 만사 무사 왕이다. <인디펜던트>는 그의 재산이 미화 4,00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만사 무사는 1312년부터 1335년까지 말리의 왕이었다. 당시 전 세계 금의 70퍼센트, 소금의 50퍼센트가 말리에서 공급되었다. 그 덕분에 만사 무사는 막대한 부귀를 누릴 수 있었다. 그가 6만 명의 일행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놀라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만사 무사를 따른 1만 2,000명의 노예들은 각각 1.8킬로그램의 황금 막대를 지고 갔으며 여행 중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선한 금이 너무나 많아 인근 지역의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무너져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만사 무사는 풍요를 바탕으로 말리에 많은 도시와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웠고, 각국의 학자들을 초청해 말리를 학문이 융성한 평화로운 국가로 만들었다. 말리의 고대도시 팀북투는 환상의 황금 도시로 서양에 알려졌고, 수백 년 후 대항해시대의 탐험가들은 팀북투를 찾아가는 걸 목표로 아프리카를 뒤지고 다니기도 했다.

아프리카 청소년의 롤모델 된 세계 100대 부자

오늘날 만사 무사의 뒤를 잇는 아프리카 최고의 부자는 나이지리아를 본거지로 하는 단고테 그룹의 알리코 단고테 회장이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8 세계 부자 순위에서 그는 141억 달러로 100위에 올랐다. 한국인 중 단고테보다 순위가 높은 사람은 61위에 오른 삼성의 이건희 회장(186억 달러)뿐이다. 한국의 유력 재벌 총수들보다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부자가 더욱 부유한 것이다. 사실 알리코 단고테의 재산은 최근 몇 년간 많이 줄어든 것이다. 고유가高油價 덕을 보던 2014년 2월에는 그의 재산이 25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 밖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닉키 오펜하이머가 77억 달러로 202위에 오르는 등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아프리카 출신 부자는 열여덟 명으로 나타났다.

알리코 단고테는 스무 살 청년이던 1977년부터 용돈을 모아 고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인구가 급증하는 도시에서 건축 수요가 늘어날 것을 꿰뚫어보고 가족들에게 투자를 받아 시멘트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었다. 이후 단고테는 설탕, 밀가루, 소금 등 식품 유통과 제조 영역으로 회사를 확장했고, 최근에는 농업과 정유화학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가 일으킨 단고테 그룹은 서부 아프리카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나이지리아, 세네갈, 잠비아 등 아프리카 14개 국가에서 사업 중이다. 모기업 단고테 시멘트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최대 규모인 오바자나 공장(1,325만 톤) 등에서 연간 2,325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단고테 시멘트의 시장 가치는 약 123억 달러로 영국 런던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알리코 단고테 회장은 자수성가를 꿈꾸는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롤모델로 존경받고 있다. 그는 교육과 자선 사업에도 거액을 투자하며 나이지리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국가로 만들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는 무한한 가능성의 대륙으로

우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낮은 1인당 국내총생산에 주목하며 ‘아프리카는 가난한 대륙’이라고 쉽게 생각 한다.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소득이 높은 수준이라고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조차 1인당 국내총생산이 6,180달러로 세계 87위에 그친다. 억만장자 알리코 단고테가 사업을 일으킨 나이지리아는 1,995달러로 138위다. 순위의 밑바닥은 대부분 낯선 이름의 아프리카 국가들로 채워져 있다. 너무나 낮은 소득 수치를 보면 그들에게서 희망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상위권을 살피면 룩셈부르크가 10만 5,863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2만 9,938달러로 27위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라는 우리의 통념과 맞아 떨어진다.

그런데 국가의 전체적인 부를 가늠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7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명목 국내총생산 순위에서 나이지리아는 세계 23위로 훌쩍 뛰어오른다. 나이지리아 국내총생산은 4,810억 달러로 이는 4,747억 달러의 폴란드, 3,883억 달러의 노르웨이와 같은 유럽의 중견국가를 넘어서는 수치다. 즉, 나이지리아 내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의 총량이 폴란드나 노르웨이보다 더 크다는 걸 의미한다.

(디자인 전진영 기자)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국내총생산 수치가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3,506억 달러로 세계 32위를 기록했다. 이는 홍콩, 덴마크, 이스라엘보다 더 높은 순위다. 국내 기업들에게 유망한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1,713억 달러)은 북아프리카의 이집트(2,719억 달러)나 알제리(2,101억 달러)보다 순위가 낮다. 가난과 내전의 대명사 같은 수단(665억 달러)의 국민총생산은 1인당 국민총생산 세계 1위인 룩셈부르크(603억 달러)와 비슷한 편이다. 낮은 1인당 국내총생산에 가려져 있었을 뿐 이미 엄청난 양의 돈이 아프리카에서 돌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난하다고 해서 하루 종일 방바닥만 긁으며 멍하게 지내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며 재화와 용역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의 경제활동이 건전한 방향으로 움직여진다면 아프리카의 경제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특히 자원과 인구가 풍부한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나라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들의 성장은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아프리카에는 유럽이나 동남아 국가만큼 돈이 돌고 있고,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유능한 인재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알리코 단고테 같은 부호는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사막 같은 환경에서 갑자기 꽃이 피어나듯 탄생하지 않는다. 이미 아프리카에는 억만장자가 나타날 수 있을 만큼의 경제규모가 갖춰져 있다. 그리고 그 규모는 날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이 추정한 201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5퍼센트 남짓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섯 개의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다. 가나와 에티오피아는 연 8퍼센트가 넘는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탄자니아도 6~7퍼센트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도시에는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진흙탕 길은 깨끗하게 포장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더 멋진 나라를 만들고 있다. 야심찬 젊은이들은 자신이 제2의 알리코 단고테가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아프리카는 불쌍하고 가난한 땅이라는 해묵은 이야기만 할 것인가. 우리가 불쌍하고 가난하다고 말하는 땅에서 억만장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세계는 그런 아프리카의 성장에 동참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우리가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프리카의 다양성을 바라본다면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 될지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송태진  아프리카 교양서 '아프리카, 좋으니까'의 작가. 2008년 부룬디로 1년간 해외봉사를 다녀온 그는 아프리카를 행복으로 가득 채울 꿈을 품은 맹랑한 공상가다. 2015년부터 아프리카 케냐 GBS TV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근 <아프리카 좋으니까>라는 책을 냈다. 아프리카에서 직접 느낀 경험을 그만의 따뜻한 필치로 본지에 소개하고 있다. 쏭태의 생생한 아프리카 이야기 블로그 blog.naver.com/impork3

송태진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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