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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이 선물한 이름 ‘퍼스트 맨’
이상훈 | 승인 2019.01.10 09:58

 

영화 ‘퍼스트 맨’은?

닐 암스트롱은 시범 비행 중에 비행기 선체가 대기권 밖으로 튕겨나갈 상황에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비상탈출로 목숨을 건진다. 세 번이나 실수를 반복하면서 실패 보고서를 써야 하는 암스트롱에게 더 큰 시련은 둘째 캐런의 뇌종양이다. 결국 캐런은 아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고 암스트롱은 NASA에서 우주비행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하여 합격한다.

닐 암스트롱은 가슴에 묻은 딸을 생각하며 혹독한 우주비행사 훈련과정을 이겨내고 결국 제미니 8호를 타고 우주로 나가 아제나 위성과 도킹에 성공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스핀을 시작으로 생명이 위험한 극적인 상황 속에서 강한 정신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간다.

하지만 계속된 동료 우주비행사들의 죽음에 암스트롱은 정서적인 불안과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가족과 마음이 멀어진다. 달 착륙 프로젝트는 어마어마한 세금이 투자되는 것이라 계속된 실패 속에 국민 여론은 등을 돌린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암스트롱.

그러나 미국 정부는 소련과의 멈출 수 없는 경쟁 속에 달 착륙 프로젝트를 강행한다. 암스트롱은 아폴로 11호의 선장이 되어 달로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집에 와 조용히 짐을 챙긴다. 그런 암스트롱에게 아내 재닛은 두 아들에게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말하고 가라고 화를 낸다.

마침내 발사된 아폴로 11호는 달 표면에 착륙하고 닐 암스트롱은 가지고 갔던 딸 캐런의 팔찌를 달 표면의 커다란 크레이터에 던진다. 지구로 돌아와 격리되어 지내는 동안 아내 재닛이 면회를 온다. 커다란 유리창 사이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손 키스를 나누며 서로 바라만 보는 가운데 영화가 끝난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 vs. 모두가 몰랐던 이야기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건 이미 어떻게 사건이 전개되고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이긴 축구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면 우리 편이 상대편에게 밀릴지라도 초조해 하거나 실망스러워 하지 않는다. 드라마나 코미디도 한 번 본 것을 다시 보면 감흥과 재미가 덜 하듯이 모두 다 아는, 달에 간 첫 번째 사람 이야기는 사람들이 이미 그 결과를 알기에 잘 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 ‘퍼스트 맨’에서 모두가 다 아는 달에 간 사람이 누군지에 대한 사실을 영화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몰랐던 우주비행사 가족들의 삶과 달에 꼭 가야만 했던 닐 암스트롱의 마음을 고도의 표정연기로 그려낸다.

영화 ‘퍼스트 맨’은 달에 첫 번째로 간 사람인 닐 암스트롱을 다룬 영화이다. 아폴로 11호라는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간 세 명 중 첫 번째로 달 표면에 발을 딛은 사람이 바로 닐 암스트롱이다. 각종 검색 사이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검색되고 찾아 볼 수 있는 사실이다.

퍼스트 맨, 어떤 분야의 첫 번째 사람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위치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청소년들은 프로게이머, 연예인, 유튜버, 스포츠선수 등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화려하면서도 인기 있는 직업을 갖길 원한다. 이런 마음 상태를 심리학 전문용어로 ‘조명효과spotlight effect’라고 부르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와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착각을 만들게 되며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듯이 주변 시야를 잃고 자신을 중심에 두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마음은 계속 주목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퍼스트 맨’이 되려고 노력하며 때론 거친 행동을 하거나 말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영화 ‘퍼스트 맨’에 나오는 주인공 닐 암스트롱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퍼스트 맨’이 되어야만 했다.

닐 암스트롱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 받기 위해 자신의 목숨과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을 담보로 달에 가려고 한 것이 아니다. 달에 갈 수밖에 없었던, 모두가 몰랐던 암스트롱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랑했던 딸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아버지로서의 무능력함과 죄책감으로 시달렸던 암스트롱에게 딸이 환시幻視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버지로서 딸에게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함께 바라보았던 달에 딸을 데리고 가는 것이다. 지구에선 병마에 시달렸지만, 달에선 건강한 몸으로 마음껏 뛰어다니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 딸에 대한 상실감과 미안함에서 해방받고 싶었던 또 다른 암스트롱의 마지막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모든 사람들은 달에 간 첫 사람, 암스트롱을 주목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주비행사의 가족들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과 시련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은 우주비행사라는 직업을 화려하고 멋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죽음의 두려움을 잘 아는 우주비행사 가족들은 매번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과 걱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야만 한다. 영화 속 암스트롱이 조용히 집에 와 우주로 갈 짐을 챙기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몰랐던 우주비행사의 가족이 겪는 아픔이 어두운 침묵과 건조한 말투로 표현되고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암스트롱의 첫째 아들이 한 이 말은 아무도 모르고 있던 우주비행사 가족의 심경을 잘 대변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최초의 사람들

지구에서도 극지 중의 극지로 불리는 3극점을 최초로 간 사람들이 있다. 북극점에 간 미국인 로버트 에드윈 피어리, 남극점에 간 노르웨이인 로알 아문센, 에베레스트 산 등정에 성공한 뉴질랜드인 에드먼드 힐러리… 이들은 모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패에 머물렀다면 최초의 사람인 ‘퍼스트 맨’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피어리는 1902년 북위 84도 17분 지점까지 나아갔지만 결국 북극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동상으로 발가락 여덟 개를 자른다. 하지만 물러나거나 포기하지 않고 1909년 4월, 쉰셋의 나이로 발가락 둘밖에 안 남은 발로 북극점을 디디고 섰다.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은 1911년 12월 14일 남극점 도달에 성공했다. 원래 그의 목표는 북극점이었지만, 피어리가 먼저 북극점을 정복하면서 그는 남극점 탐험을 준비해서 성공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최초로 오른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는 어려서부터 체격은 왜소했고 성격은 소심했다. 그런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복싱을 시작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1952년에 스위스 원정대와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불과 240미터 앞에서 악천후로 하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1953년 영국 원정대원으로 선발되어 마침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다.

달에 간 최초의 사람 암스트롱도 연이은 시험비행 실패, 어린 딸을 먼저 보낸 아픔, 동료들의 죽음 등을 겪는다. 하지만 그 상황에 머물러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으로 결국 달 표면에 첫 발을 딛는다.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쉽고 빠르게 커다란 도약만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퍼스트 맨’은 말한다. ‘작은 발걸음을 내딛으라’고. 생각 안에서 ‘나는 안 될 거야’라고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퍼스트 맨’은 말한다. ‘작은 발걸음이라도 내딛으라’고. ‘그 걸음들이 모여 커다란 도약을 이룬다’고.

 

우린 모두 ‘퍼스트 맨’

암스트롱은 지구를 떠나 달이라는 지구의 위성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래서 달에 처음 간 사람으로 ‘퍼스트 맨’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달이라는 공간은 지구를 떠나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지구 안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 달이다.
우린 모두 ‘퍼스트 맨’이다. 자의건 타의건 상관없이 엄마 뱃속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불안, 공포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은 익숙한 엄마 뱃속을 떠나 세상에 발을 내딛었다. ‘퍼스트 맨’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것이 있다. 두려움이다. 암스트롱도 죽음의 두려움 앞에 정서적 불안과 스트레스로 신경이 매우 예민해졌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두려움에 머물지 않았다. 두려움은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머무르게 한다. 머무르는 삶을 사는 사람에겐 희망이 없다. 희망을 찾기 위해선 두려움을 물리쳐야 한다. 두려움을 물리치는 간단한 방법은 바로 ‘함께하는’ 것이다.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가려고 하면 두려움이 엄습해 와 행동을 머무르게 하지만 친구와 ‘함께’ 간다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우린 매일매일 새로운 삶에 발을 내딛는 ‘퍼스트 맨’이다. 지구라는 틀 안에서는 달에 갈 수 없듯이 내 생각 안에서는 새로운 삶을 꿈 꿀 수 없다. 새로운 꿈은 ‘함께’ 했을 때 더 커진다. 최초로 지구의 3극점에 간 사람들이나 암스트롱 모두 ‘함께’ 하는 지원팀이 있었고 동료가 있었다. 지구에서는 지구를 정확하게 볼 수 없지만 달에서는 지구 전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듯이 내 안에서는 나를 정확하게 볼 수 없지만 ‘함께’ 교류하면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나를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정확한 나를 발견한 그때가 바로 새로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진정한 ‘퍼스트 맨’이 되는 것이다.

글 | 이상훈 자유기고가

이상훈

춘천교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횡성 성북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청소년과 소외계층을 위한 인성 및 마인드교육도 꾸준히 하여 강원리더십센터,원주·춘천교도소 우수강사로 선정 되었으며 <문학광장>신인작가 공모전을 통해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상훈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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