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 이야기

생명공학자의 꿈을 가진 박선향 씨가 봉사활동을 하러 간 나이지리아를 사랑하게 됐다고 듣고 ‘무슨 로맨틱한 사건이 있었길래?’ 궁금했다. 그런데 대뜸 진흙길에서 오도 가도 못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편집자주)

사진=박선향
사진=박선향

왜 하필 나이지리아?
1년 동안 나이지리아에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위험 하지 않을까?’ ‘보코하람을 조심해!’ 등 매우 부정적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안 좋은 소식들이 많아 서 ‘나라 선택을 잘못 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젊음을 바쳐 봉사할 나라인데 어려 운 상황일수록 의미가 있는 거 아니겠어? 오히려 좋은 거야. 언제 이 런 경험 해보겠어!’라고 마음을 굳히고 씩씩하게 나이지리아로 떠났다.

포트하커트로 출발~
포트하커트Port Harcourt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단원들과 현지인 매니저 부부와 차를 타고 라고스Lagos를 떠났다. 처음 가는 도시여서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가는 길이 비포장 도로였다. 얼마나 울퉁불퉁하던지 ‘디스코 팡팡’을 타는 듯한 기분 이 들었다. 조금 달리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졌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길이 홍수 가 난 것처럼 물로 가득 찼고, 자동차는 멈춰버리고 말았다.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을…’
현지인 매니저 부부는 차를 간신히 밀어 도로가에 세우고 차를 수리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봉사단원들이 나가서 도우려고 하자 위험할 수 있으니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한 시간 이상 걸어가서 자동차 정비공을 데려왔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밥도 못 먹고 좁은 차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지치고 짜증이 났다. ‘한국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을…’ 한두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하루 종일 간다고 생각하니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사진=박선향
사진=박선향

거울, 나를 비추다
매니저님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우리에게 미안해하며 가져온 음식을 모두 우리에게 주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를 위해 애쓰고, 비를 흠뻑 맞으며 자동차를 고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현지인 부부의 모습이 거울처럼 나를 비춰주었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지내왔구나!’ 문제 상황에서 늘 나 자신만 생각하느라 불만이 많았다. 전화 한 통에 달려오는 서비스 직원과 깨끗하게 정비된 도로 환경은 당연히 누리는 것들이 아니었다.

여기가 천국
한참 후에 결국 견인차가 와서야 일이 해결되었다. 오전 9시에 출발해 저녁 8시에 도착한 새로운 도시로의 여행! 다행히 포트하커트의 도로는 포장이 잘 돼 있었고 가로등도 있었다. 진흙길에서 하루를 보낸 우리에게 포트하커트는 천국과 같았다.

사랑에 빠지다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감정에서 한 걸음 떨어지면 주어지는 상황을 즐길 수 있고 쉽게 행복해진다. 시도 때도 없이 끊기는 전기, 푹푹 찌는 날씨, 무질서한 교통 상황 속에서 우울하지 않고 즐겁다. 봉사하러 온 한국인을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가던 길을 멈추어 비를 맞으며 진흙탕에 빠진 차를 함께 밀어주는 나이지리아 사람들 때문에 더욱 즐겁다. 언제, 어떤 곳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었기에 나이지리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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