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세 사람 Story3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든 사람이 마음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고 그 따뜻한 사랑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면, 더없이 좋은 크리스마스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제가 아는 어떤 분이 맞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40년 전쯤 제가 대구에서 신학교를 시작했을 때 학생들을 몇 명씩만 모집했습니다. 한번은 경남 합천에서 한 청년이 신학교에 지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신학교에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청년은 축구를 아주 잘해서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이상해지더니, 점점 나빠졌습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니 폐결핵이었습니다. 요즘은 좋은 약들이 많아서 결핵이 문제가 안 되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결핵에 걸리면 그 가족들이 거의 다 감염되었습니다. 청년은 너무 고통스러웠고, 절망했습니다.
도시에서 지내다가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갔습니다. 고향집에는 어머니와 형님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며칠 뒤, 새벽에 어머니와 형님이 이야기를 나누더니 어머니가 울었습니다. 형이 청년을 불러서 이야기했습니다.
“희진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 줄 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나만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있다. 네가 집에 있으면 우리가 다 결핵에 걸려서 죽게 된다. 네가 집을 떠나야겠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 말 않고 집을 나왔습니다. 가진 돈도 없고, 겨울이 다가오는데 얇은 옷을 입은 채였습니다. 어머니는 떠나는 아들 뒤에서 울기만 했습니다. 하루 종일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저녁이 되어 몹시 추운데 갈 곳이 없어서, 동네 입구에 있는 상엿집에 가서 바람을 피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음산한 느낌도 들고, ‘이렇게 살다가 언제 죽을까? 이 겨울을 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며칠 뒤, 아침에 냇가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누가 “희진아” 하고 불렀습니다. 돌아보니, 동네 아주머니였습니다.
“너, 나 따라갈래?”
“어디 가는데요?”
“교회 간다.”
갈 곳도 없고 있을 곳도 없어서 따라나섰습니다. 골짜기를 지나고 산을 넘어 아주머니가 말한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가서 보니, 교회가 아니라 가정집에 열 사람 정도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성경을 펴고 이야기했습니다. 추위에 떨며 지내다가 따뜻한 방에 앉아 있으니까 스르르 잠이 와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습니다. 누가 흔들어서 깨어 보니, 예배를 마치고 사람들이 돌아가고 서너 사람이 남아서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함께 먹자고 했습니다.
‘내가 결핵 환자라고 말해야 하나? 말했다가 밥을 못 먹으면 어떡하지?’
그냥 밥을 먹었습니다. 함께 온 동네 아주머니는 그가 결핵 환자인 것을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고 난 뒤, 설교했던 아주머니가 이 청년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처럼 형편없는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어 주신 예수님 이야기를 고마운 마음으로 듣고, 그 말씀을 마음에 받아들였습니다. 저녁때에도 밥을 줘서 먹고, 예배를 마치고 밤에 돌아왔습니다.
다시 상엿집으로 가서 누웠습니다. 겨울에 얼어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예수님과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믿고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마음이 하나님과 가까워졌습니다.
“하나님, 저는 올 겨울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신이 살아 계시다면 저에게 겨울을 날 방을 주십시오.”
이튿날,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어이, 희진이. 이리 와 봐!” 하고 불렀습니다. 산 밑에 있는 큰 과수원의 주인이었습니다.
“우리 집이 이 동네에서 먼 곳에 있고, 사과를 다 팔아서 내가 과수원에 더 있을 필요가 없어. 그런데 과수원을 비워두고 갈 수 없어서 그러니, 자네가 봄까지 과수원에서 지내 주게. 사과나무 가지 자른 것으로 불을 때면 방이 아주 따뜻하네.”
그가 과수원에 있는 집에 가서 불을 때고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 뒤, 누가 밥도 가져다주었습니다. 얼마 후에는 결핵도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 청년이 “저는 상엿집에서 절망 가운데 있을 때 내 마음에 예수님이 태어나셨습니다. 그것이 제가 만난 크리스마스였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신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지금은 큰 교회를 인도하는 목사님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따뜻한 사랑을 경험했기에 불쌍한 사람들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마음을 쏟아 돌보면서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정말 행복하게 삽니다.

우리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보낸다면 그보다 귀한 크리스마스가 없을 줄 압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든 사람이 마음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고 그 따뜻한 사랑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면, 더없이 좋은 크리스마스가 될 것입니다.

 

박옥수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의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최고 권위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성경에서 찾은 마음의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마인드북 시리즈로 <나를 끌고가는 너는 누구냐>,<마음을 파는 백화점>,<내 안에 있는 나 아닌 나>,<마음밭에 서서> 네 권을 집필했다. 마음의 세계를 만화 컨텐츠로 만든 <신기한 마음여행> 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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