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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태환 "한 권의 책, 아홉 번의 독서"
송지은 기자 | 승인 2018.12.24 17:47

독서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낱말 하나 하나를 새겨 가며 읽는 정독精讀, 많은 책을 읽는 다독多讀,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읽는 통독通讀. 고 신영복 선생은 독서법으로 서삼독書三讀을 제시했다. 서삼독이란 책을 읽을 때 세 가지를 읽어야 하는데, ‘텍스트를 읽고, 필자를 읽고, 독자 자신을 읽는 것’을 의미한다. 책 한 권 읽기도 바쁜 요즘, 이처럼 깊이 사유하며 읽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런데 가톨릭관동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태환 씨가 본사가 발간한 ‘마음밭에 서서’를 아홉 번 읽고 독후감을 보내왔다. 책 한 권을 한 번 읽기도 힘든데, 아홉 번이나 읽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편집자주>

김태환은 가톨릭관동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재학중이다. 장래희망은 마음에 슬픔을 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는 장교가 되는 것이다. (사진 안경훈 객원기자)

학군사관(ROTC라고도 하며 대학마다 학생을 선발해 군사교육을 실시하고 졸업 후 장교로 임관시키는 제도)후보생인 나는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중 갑자기 양쪽 손가락에 마비가 찾아왔다. 거수 경례를 할 수도 없고, 단추를 잠글 수도 없어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MRI 촬영을 받아보니 병명은 ‘팔꿈치 터널증후군’으로, 팔꿈치 신경이 마비되어 나타나는 증세라고 했다. 의사들은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되어 수술을 받아도 회복되려면 1년 반이 걸리고, 어쩌면 평생 회복이 안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비용이 만만찮았다. 한쪽 팔에 400만 원, 양쪽이면 800만 원이었다.

예상 밖의 일을 당하자 처음에는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중학교 3학년 때는 형이 자살했다. 고통스런 시절을 지나 이제 겨우 안정된 생활을 하나 싶었는데, 또 어려움이 찾아오니 내 인생이 저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평범한 가정에서 별탈없이 사는데, 왜 내게는 시련이 계속 생기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마비된 신경이 회복되지 않으면 꿈이었던 교사도, ROTC 장교도 될 수 없다 생각하니 절망스러웠다. 미래가 사라졌다는 불안과 걱정이 몰려왔다. 부모님께 죄송했고 못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혼자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이 힘들어져 평소 존경하는 선생님을 찾아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얻고 싶었다.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자 뜻밖에도 책 한 권을 건네주셨다. <마음밭에 서서>였다. 선생님은 책을 세 번 읽되 두 가지를 생각하며 읽으라고 하셨다. 첫째는 ‘저자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 둘째는 ‘책속 이야기가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였다.

처음 읽을 때는 여느 자기계발서들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선생님을 믿고 한 번 더 읽어 내려갔다.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는 마음에 남는 구절을 적어가며 읽다 보니 처음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회수를 채웠지만 ‘조금 알 것 같은데 여기서 끝내기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읽었다.

네 번째 읽던 중 어느 순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내 마음의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그 책의 1장에는 아이들 손에서 죽만 먹고 자라 온순하게 자란 새끼표범이, 어느 날 아이의 상처를 핥다 피를 맛보고 잔인한 본성이 깨어나 아이들을 죽인 이야기가 나온다. 내 속에도 새끼 표범 같은 악한 본성이 있음을 알았다. 5장에서 어떤 부인은 ‘누가 우리 아기를 죽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시달리다 결국 가족들을 살해하고 말았다. 저자는 그렇게 생각을 넣어 사람을 끌고 가는 것이 악령이라고 이야기했다.

암에 걸렸다 나은 부인이나 전갈에 쏘여 사경을 헤매다 살아난 청년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나도 병을 이길 수 있겠다’는 소망이 생겼다. 저자의 말대로 마음이 몸을 이기면 병도 나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네 번 읽고 나니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절망이 나도 모르는 새 소망과 행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섯 번째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이젠 질린다. 그만 읽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건 악령이 넣어준 생각이야. 속지 말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에서 배운 대로 어두운 생각을 이기고 새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 배운 마음의 세계를 삶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 나를 변화시켜 준 책이 고마웠다. 이 책을 손에서 놓으면 다시 예전의 슬픔이 돌아올 것 같아 계속 책을 읽었다.

<마음밭에 서서>를 아홉 번 읽은 지금은 사고방식과 행동이 달라지면서 삶도 변화되었다. 한 쪽 팔은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에게 경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소망스럽다. 또 내 마음을 불행한 쪽으로 끌고가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새끼 표범’이라고 생각하며 삶 속에 싸움을 시작했다. 아침에 알람이 울릴 때면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따라 살다가는 소중한 아침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 태만한 그 생각과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아침잠에 빠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던 습관을 버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독서를 하게 되었다.

요즘은 누구를 만나든 <마음밭에 서서> 책 이야기를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마음에서 행복과 기쁨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얼마 전 아버지를 만났을 때도 이 책을 선물로 드렸다. 군인 출신으로 권위적이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아버지께 다가갈 용기를 얻은 것도 이 책의 ‘탕자 이야기’를 읽고 나서다. 탕자는 아버지에게 재산을 받아 성공하리라는 생각으로 먼 나라에 갔지만, 그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우리 아버지도 가정을 잘 이끌어 보려고 애쓰셨지만 이혼하셨고, 아픈 형을 위해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셨지만 형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는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시지만, 매년 형 기일이면 형이 태어난 곳과 죽은 곳을 다녀오신다. 그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며 아버지가 많이 힘드셨다는 걸 알았다. 이번에 아버지를 만났을 때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마음을 표현하니 아버지도 나를 향한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하셨다. 어머니도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는 내 모습을 보시며 “태환아, 나는 네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투머로우> 독자들도 <마음밭에 서서>를 읽는 동안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희망과 행복이 그 마음에 심기길 바란다. 문제가 있어 힘든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고통을 이길 힘을 얻고 마음이 행복으로 옮겨지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독후감을 받고 한 달 뒤에 김태환 씨를 만났다. <마음밭에 서서>를 열세 번째 읽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 책을 읽을 계획이라고 한다.

송지은 기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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