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표 여성 리더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

온두라스를 대표하는 여성 리더인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다른 나라를 방문해 배울 점을 찾느라 바쁘다. 때로는 나랏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국민을 섬기는 보람으로 행복하다는 그녀를 만났다.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로살레스Maria Antonia Rivera Rosales. 1966년 코르테스 주州의 ‘산 페드로 술라’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여러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부통령에 입후보해 당선되었다. 오는 2022년까지 부통령직을 수행할 그녀는 현재 온두라스의 정치, 경제, 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 김홍수 포토디렉터)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로살레스Maria Antonia Rivera Rosales. 1966년 코르테스 주州의 ‘산 페드로 술라’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여러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부통령에 입후보해 당선되었다. 오는 2022년까지 부통령직을 수행할 그녀는 현재 온두라스의 정치, 경제, 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 김홍수 포토디렉터)

지난 9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뉴질랜드, 스리랑카, 오만 등 18개국의 정치인 및 지자체장 19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6박 7일의 일정 동안 이들은 외교부를 방문해 한국의 외교안보 상황을 탐방하고 서울시청을 둘러보며 자국 정부의 행정능력 향상 방안을 논의했다.
그중에서도 온두라스의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로살레스’ 부통령이 단연 눈에 띄었다. 여성 부통령이라는 흔치 않은 이력도 그렇거니와, 국제교류재단이 준비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짬을 내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연이어 찾아 우리 장관들과 면담을 나누었다. 시차와 스케줄 때문에 힘들 법도 하건만 리베라 부통령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 주었다.

 

한국에 계시는 동안 아주 바쁜 일정을 소화하셨는데요.

외교부 등 정부부처와 국회, 서울시청을 방문하면서 한국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행정에 있어서도 여러 모로 발전한 나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휴전선 인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방문하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온두라스 한국 대사님으로부터 한국에 대해 많이 듣고 배웠지만, 실제 한국에 와서 보니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발전했더군요. 이번에 여기서 배운 것들은 함께 오신 다른 나라 정치인, 리더들과 토론하면서 각자 ‘우리나라에 가면 어떻게 적용하고 발전시킬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요.

지난 9월 8일, 고양시의 중남미 문화원에서 열린 중남미 5개국 독립 197주년 기념행사에서 내빈에게 인사하는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
지난 9월 8일, 고양시의 중남미 문화원에서 열린 중남미 5개국 독립 197주년 기념행사에서 내빈에게 인사하는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

한국을 방문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무엇입니까?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도 온두라스처럼 외세의 지배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그럼에도 세계적인 경제대국을 일으킨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부강할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행복이 사람들의 표정에서 엿보입니다. 국민들도 직접 대해 보니 굉장히 친절하고 정서나 분위기도 온두라스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마음도 잘 통하는것 같고요(웃음). 거리도 굉장히 깨끗했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길에 쓰레기를 찾을 수 없더라고요. 재활용 시스템이 잘 갖춰진 듯합니다.

교육이나 보건, 복지 분야에서도 국민 개개인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급식은 어린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국민들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좋은 프로그램이라 봅니다. 국민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뒤에야 대책을 마련하느라 애쓰는 나라들이 많거든요. 한국은 ‘온 국민이 서로를 신뢰하며 하나가 되어 노력했을 때 나라는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온두라스의 산 페드로 순라에서 열린 중남미 및 카리브해 가금류 사육업자 대회에서 축사를 했다. (사진 tnh.gob.hn)
온두라스의 산 페드로 순라에서 열린 중남미 및 카리브해 가금류 사육업자 대회에서 축사를 했다. (사진 tnh.gob.hn)

지리적으로는 북중미에 위치한 온두라스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아직 생소한 나라다. 하지만 외교 분야에서만큼은 최근 10여 년간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나라가 온두라스다. 2007년에 주온두라스 한국 대사관이 개설되었고, 2011년에는 ‘로보’ 대통령이 방한했다. 2012년은 양국은 수교 50주년을 맞이했으며 2015년에는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새마을운동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농촌지역 개발, 산업발전, 치안 강화, 전자정부 구성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


현재 부통령으로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 나라가 근대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는 법률이나 공공행정 등의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가 경제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온두라스가 전자정부를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례로 사업을 하다 보면 공공기관에 가서 법률적, 행정적 절차를 밟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도시라면 공공기관까지 가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지역이라면 먼 대도시까지 나와서 업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전자정부가 구성되고 행정절차가 간소화되면 그런 수고와 노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번 한국의 발전상을 둘러보며 전자정부 구성과 행정절차 간소화는 꼭 이뤄야 하는 과제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행안부 김부겸 장관을 뵙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수출입 절차를 간소화할 방안을 놓고 알레산드로 팔메로 주파라과이 EU 대사와 토론하고 있다. (사진 miambiente.gob.hn)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수출입 절차를 간소화할 방안을 놓고 알레산드로 팔메로 주파라과이 EU 대사와 토론하고 있다. (사진 miambiente.gob.hn)

이번 방한 때 외교부, 행안부, 농림부를 방문하셨고 국회의장까지 만나셨습니다. 시차 문제도 있을 텐데. 해외에서 더 바쁘게 시간을 보내신 것 같습니다.

제 생에 잊지 못할 한 주였습니다(웃음). 사실 제게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도전입니다. 저는 부통령으로 일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혁신과 기회를 찾습니다. 고된 과정이지만 사람은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잖아요?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적응이 됩니다. 물론 피곤할 때도 있지만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습니다. 부통령이 된 것은 저로서는 조국과 국민을 섬길 좋은 기회이지요. 이런 기회를 주신 에르난데스 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

방한기간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전자정부 및 새마을운동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 행정안전부)
방한기간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전자정부 및 새마을운동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 행정안전부)

말씀을 듣고 보니 부통령으로 선출되신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개인사업을 했습니다. 농업, 상공업, 물류업 회사 등의 CEO로 일했고 법률고문을 맡기도 했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같은 업계 사람들과 협회를 구성해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정부와 협상을 벌인 적도 많습니다. 그러던 중 국회의장이셨던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알게 됐습니다. 에르난데스 의장은 ‘이 정책이 실시되면 국민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를 늘 먼저 생각하셨고 절대 개인의 이익이나 입장을 내세우지 않으셨습니다. 나라를 사랑하셨고, 국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려는 의욕으로 가득한 분이었습니다. 의장께서는 2013년 처음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셨고, 2017년에 재선에 도전하시면서 제게 부통령 후보가 되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 재선에 성공하시면서 저도 올해부터 부통령으로 일하고 있지요.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집에서는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였지만,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었고 열일곱 살에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일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럼에도 학업성적은 우수해 온두라스 최고의 명문대인 국립자치대학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이후 기업체에서 금융, 물류관리, 대외수출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럽과 파나마, 페루 등 인근 국가들과 무역을 하는 동안 글로벌 감각도 키웠다.

기업가로서의 경력이 현재 공직 생활에는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기업에서 돈을 투자했거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이윤을 낼 수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성과를 내려면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리더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다가가기 편한, 친근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조직에 닥치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비전을 겸비해야 하지요. 물론 조직의 모든 사안을 리더 혼자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조직에 헌신하려는 의욕을 갖춘 사람을 발탁해 중용하는 것도 리더의 능력 중 하나이지요. 도덕성도 갖추어야 하고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에서 CEO, 법률 고문, 재무 책임자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일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몹시 자랑스럽습니다.

기업과 공직 사회는 서로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을 텐데요.

부통령이 제가 맡은 첫 공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과 공직 사회의 차이점이 더 분명하게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된 우수한 인재들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업무 처리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비슷한 업무라도 기업에 비해 진행이 더딘 점은 아쉽습니다. 또 구성원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일하는 부분에도 서툽니다. 세상의 변화에도 둔감하고요.
기업들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듯, 공무원들도 각자 분야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국민들께 봉사하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필요하다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나 프로젝트도 만들고 싶습니다. 서로 경쟁을 붙임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입니다.
제가 부통령으로서 일하면서 가장 마음을 쏟는 것도 이처럼 공무원들이 서비스 정신과 전문성을 갖고 일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물론 우리 온두라스 공무원들은 훌륭한 일꾼들이지만, 끊임없이 자기계발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은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한-중미 FTA 체결을 계기로 앞으로 두 나라가 더욱 활발한 교역을 통해 도움을 주고받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은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한-중미 FTA 체결을 계기로 앞으로 두 나라가 더욱 활발한 교역을 통해 도움을 주고받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온두라스를 어떤 나라로 발전시킬 포부를 갖고 계십니까?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께서 부통령 후보가 되어달라고 제안하셨을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수락한 것도 ‘온두라스가 발전하려면 나라 전체도, 국민 개개인도 모두 변해야 한다’는 그의 비전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온두라스는 외국인이 와서 살기 좋은 나라, 세계의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은 과감히 개선하고, 지역과 지역이 하나로 연결되어 일할 수 있도록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의 리더로서 열정과 비전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약속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미처 못다 한 질문들은 이메일로 답변을 받기로 하고 아쉬운 작별을 나눠야 했다.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의 근황이 궁금해 자주 페이스북을 방문했다. 미주개발은행 전문가와의 면담, 상공부 직원들과의 회의, 외자 유치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모임 등으로 연일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수도 테구시갈파와는 27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가족들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만나지 못할 정도로 개인의 삶을 국정에 헌신하며 살지만, ‘내가 일한 하루하루가 모여 온두라스의 변화를 만든다’는 확신을 갖고 아침을 맞는다고 한다. 국정이라는 부담을, 감사와 보람으로 극복하는 마리아 안토니아 리베라 부통령의 모습이 새삼 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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