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1929의 실패를 논하다 [6] 2018 실패박람회

쓰라린 실패의 기억은 누구나 잊고 싶어 한다. 그런데 숨기고 싶은 실패를, 그것도 드넓은 광화문광장에서 펼쳐 놓은 행사가 있어 달려가 보았다. 지난 9월 14일부터 사흘간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최로 개최된 ‘실패박람회’. 실패에서 배우고 재도전하려면 먼저 ‘공개’부터 해야 한다며 왁자지껄 모두 실패만 말하고 있었다. /편집자 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실패박람회 개회사에서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에서 모두 떨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입시에서 떨어졌을 때는 사람들이 저를 실패자로 쳐다보는 것 같아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 시기가 조금 험난해서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나의 때가 온다!’라고 외치며 매번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진지하게 실패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한 번 잘못했다고 낙인찍는 분위기에서 벗어나봅시다.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서로 따뜻한 격려를 해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듭시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2018 실패박람회 메모리얼 영상’ 캡처
유튜브 ‘2018 실패박람회 메모리얼 영상’ 캡처

실패관失敗觀 통째로 바꾸어주는 메인 프로그램 ‘다시 보자, 실패’

실패문화컨퍼런스는 전문가들의 실패 강연을 들으면서 실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박람회의 주 행사이다. 자유로운 토론의 장場이기도 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이노 켄지 국제실패학회 부회장 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실패경험의 가치와 실패를 성공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실패학'의 대가 이이노 켄지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실패를 거쳐야 하지만,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치밀하게 분석하지 않는다면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의미한 실패의 반복은 피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실패를 해오셨나요?” 라고 말했다.  

실패의 아픔을 위로해 용기를 주는 문화·전시 프로그램 ‘실패해도 괜찮아!’

Re-birth 영화상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뛰어난 작품성과 예술성을 지닌 영화들을 재조명! ‘흥행 빼고 다 잘한 영화상’ ‘등잔 밑에 숨겨진 연기력 상’ 등 특별한 영화상 시상식을 통해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실패프린지에서 프린지fringe는 초보라는 뜻이다. 초보는 실수하면서 배워갈 특권이 있다. 광장 무대에 나서서 자신의 실패를 마음껏 자랑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다. 실패담 무조건 공개하고 나누라는 취지로 진행됐다.

자유로운 재도전을 격려하는 참여·체험 프로그램 ‘우리 다시 시작해’

실패처방전은 진로, 인간관계, 심리분야의 전문가에게 1:1 상담을 받는다. 실패는 드러낼수록 좋은 법. 전문가와 함께 나의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내게 딱맞는 극복 방법을 모색해 보는 시간이다.

재기업 도전인 마당은 창업실패를 겪은 이들에게 재창업을 적극 지원한다. 법률, 세무, 회계 등 분야별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실패 경험을 자원화 하려는 노력들 '페일콘' & '실패의 날'

2008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페일콘’은 실패fail와 콘퍼런스Conference의 합성어이다. 창업가와 투자자 등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 자신의 실패경험을 공유하는 행사로 현재 프랑스, 이스라엘 등 전 세계 10여개의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매년 10월 13일을 ‘실패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학생·교수·기업인이 한자리에 모여 실패 사례를 이야기하고 서로의 실패를 축하해주어 재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돕는다.

이유진씨는 “저는 지금껏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실패하지 않으려고만 했어요. 그런데 실패박람회를 참가하면서 어려운일에 도전하고 실패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성철씨는 “첫 직장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했습니다. 혼자서 고민이 많았는데, ‘실패처방전’코너를 방문해 상담사님께 제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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