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1929의 실패를 논하다 [5] 부모님의 한마디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때는 없었던 것 같다. 80년대 경제성장기와 같은 시절이 다시 오지는 않겠지만 취업의 문이 넓어도 할 일을 찾지 못해 노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구직이 어려운 시절이라 하더라도 자기 역할을 하면서 직업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있다.

고민을 한다면 적어도 실패자는 아니다

취업에 실패해 고민하고 있는가? 아파하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수차례 시험에서 떨어져 괴로워할 때 내가 크게 염려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아, 아들이 벌써 다 자라서 자기 인생을 책임지려고 안달이 났구나.’ 늦은 밤까지 공부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싫지 않았고, 아들이 실패의 기간에 소중한 것들을 얻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도 경영마인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자

일부 전문직에 취업하려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면 좋겠다. 특히 내가 원하는 곳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공기업과 대기업을 꿈꿔온 아들에게도 중소기업이나 작은 회사의 영업사원에서부터 시작하라고 권했고, 수년간 아르바이트만 해도 좋다고 했다. 다만 남다른 마인드를 가진 아르바이트생이어야 한다. 아들은 편의점과 국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시간을 최대한 유익하게 보내도록 하기 위해 꼼꼼하게 조언했는데, 자신이 그 가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재 조달과 판매, 물품관리, 인력관리 등을 파악하고 보완할 점들을 체크하는 등 창업을 준비하는 자세로 하라고 당부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작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장님의 경영마인드를 배울 수 있다면 새로운 꿈을 가질 수도 있고 이미 설정한 목표에서 방향 전환을 하는것도 수월하다. 취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을텐데 취업은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이자 피나는 노력과 책임이 따르는 서바이벌의 현장이다. 그곳에서 여유로운 승자가 되려면 취업 준비 기간에 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된다. 누가 먼저 취업했느냐 보다 누가 잘 적응하느냐가 직장생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책은 힘든 시기에 좋은 친구다

책보다 좋은 조언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에게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했다. 힘들때일수록 책을 가까이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가길 바랐기 때문이다. 목표로 하는 직종과 관련된 책보다 재미있고 좋아하는 책부터 읽으면 좋겠다. 좌절과 실망을 느끼며 외로운 싸움을 싸워야 하는 취가 될 것이다.


표재종
국민은행 부산사하지역본부장, 18개월간 30여 곳의 회사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아들 표학수 씨에게 해주었던 조언을 취준생들을 위해 소개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