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1929의 실패를 논하다 [4] 부모님의 한마디

부모님은 늘 우리 곁에 있는 실패 선배이자 전문가다. 부모님은 내 실패를 어떻게 보실까? 속마음을 말해보자. 예상하지 못했던 따뜻하고 예리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아들아!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구나. 모든 고3 엄마가 그렇겠지만 하루하루 시험날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더해만 간다. 엄마는 네가 공부를 곧잘했고 열심히 준비했으니 어느 정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단다. 수능시험은 학생들이 12년을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엄마는 시험을 며칠 앞둔 즈음에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봤어. ‘만약에 아들이 시험을 망치고 오면 어떻게 할까? 아들이 충격을 받아 실망하고 있으면 어쩌지? 그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힘들게 공부했는데 원하는 학교에 못 가게 되면 우리 모두 너무 속상할 거야’라고 말이야. 시험을 잘 보면 기쁘고 감사하겠지만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할 수도 있잖아.

엄마는 요즘 무조건 ‘잘될 거야’ 안심하고 있기보다 실패를 가정하고 많은 생각들을 해보며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단다. 물론 안 좋은 일은 상상만해도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지지만 말이야. 엄마는 50여 년의 인생을 살았는데 그동안 잘된 일도 있었고 잘 안 된 일도 많았어. 엄마의 대입 시험 결과는 정말 처참해서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지.

가장 힘들었던 때는 결혼 후 아빠가 하던 작은 사업이 실패해서 큰 빚을 지고 너와 누나가 아직 어린데 우리 가족이 집도 없이 거리에 나앉아야 할 상황이 됐을 때야. 그때 엄마 아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눈앞이 깜깜하고 막막했지만 너희들을 생각하면 절망에만 빠져 있을 수 없었어.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했지. 너희들이 없었다면 그 어려운 상황들을 견딜 수도, 다시 일어설 수도 없었을 거야.

아들아, 너뿐만 아니라 수험생들 모두에겐 시험 뒤에 기나긴 인생이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 인생 속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도사리고 있단다. 엄마가 경험해보니까 실패하고 시련을 겪는 게 나쁘지만은 않았어. 고생스럽긴 했지만 내가 생각이 모자랐던 것, 잘못했던 것도 알게 됐고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게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지.

인생을 조금 더 앞서 살아온 선배로서 너한테 말해주고 싶어. 누구에게나 실패는 찾아오는데 그 실패가 결코 행복을 빼앗지는 못한다는거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우리는 더욱 그렇고. 설령 이번 시험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절대 실망하지 말 것!
너는 이미 큰 산을 하나 넘었고, 그 산을 넘으면서 생긴 힘이 다음 산을 넘도록 해줄 것이기 때문이지. 사랑하는 아들, 남은 기간 힘내고 파이팅! 

안옥렬(고3 수험생 배건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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