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1929의 실패를 논하다 [3] 역전 사례

청년들에게 가장 흔한 실패가 바로 입시 실패 아닐까. 스무 살 청년 한인구 씨는 어떻게 입시 실패를 극복했을까.

‘1-800-273-8255’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팝송의 제목이자 미국 자살방지예방센터의 대표번호이다. 이 노래는 ‘로직’이라는 미국 가수가 만든 곡인데, 그는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1-800-273-8255’는 많은 사람들을 자살에서 구해냈다. 자살하려는 순간에 이 노래를 기억하고 도움을 요청해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로직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 없이 어머니 밑에서 학대를 받으며 자라났다. 그의 어머니는 매춘과 마약을 일삼았으며, 심지어 그는 어머니가 칼에 찔리고 강간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로직은 그런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다. 가수가 되기를 꿈꾸며 혼자 랩rap을 들으면서 음악을 공부했고 훗날 믹스테이프mixtape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나는 로직의 노래 속에서 그의 삶의 태도를 느끼면서 나를 비춰보았다. 나는 살면서 실패를 경험해본 적이 거의 없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공부는 늘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고 운동이나 노래도 친구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잘했다. 선생님들은 내가 좋은 대학에 갈 거라고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나 또한 그러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대망의 시험 날, 결과는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지원한 모든 대학교에서 떨어졌다. 나는 마지막 대학교까지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은 날 정말 많이 울었다. 울음을 달래고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또 다시 울었다. 퇴근하신 부모님을 보고도 또 울고…. 나는 그날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는 틀림없이 잘난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모자란 사람이 된 것이다. 그렇게 내 인생의 첫 번째 실패를 맞았다.

실패를 경험한 뒤에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없었다. ‘또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나는 못난 사람이니까 친구들이 나와 어울리려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혼자가 되어갔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켜서 누구한테 연락이 왔는지부터 확인해보았지만 문자메시지 한 통도 오지 않았다는 걸 보는 순간 우울하고 비참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우연한 기회에 청소년 단축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큰 기대 없이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달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달려 나가고 나는 뒤처지고 있었다. 조금 더 달리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가빠지면서 포기하고 싶어졌다. ‘포기할까? 정말 포기할까?’ 망설이며 뛰고 있는데 문득 마라톤에서까지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을 때 한 발,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발, 주저앉고 싶을 때 한 발, 한 발 한 발씩 뛰고 또 뛰었는데 그렇게 달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따라잡고 선두 그룹으로 결승점에 골인할 수 있었다.

그 마라톤 경기는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마라톤을 하면서 한계를 만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출발한 지 얼마 안돼서부터 힘든 사람도 있고 코스의 절반 정도를 달렸을 때 한계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느냐 하지 않느냐이다. 내 인생 마라톤에는 한계가 일찍 찾아와서 뒤처져 있는 상태다. 하지만 내가 앞서가느냐 뒤처지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계속 도전할 것인가 그렇지 아니한가의 문제다.

“긴 여정 속에서 나도 혼자임을 느껴 하지만 내 다리를 쓸 수 없을 때까지 난 움직여 그리고 눈 속에 녹고 있는 내 눈물이 보여 하지만 난 울고 싶지 않아.The laneI travel feels alone. But I’m moving ’til my legs give out. And I see my tears melt in the snow. But I don’t wanna cry.” 이것은 ‘1-800-273-8255’의 노랫말 중의 한 부분이다. 내가 힘들 때 위로를 주었던 노랫말인데, 로직이 겪은 고통의 시간들은 그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소중한 생명을 건지는 일을 하게 했다. 나의 실패 역시 내 인생에 큰일을 했다.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다시 공부하고 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며 살고 싶다.

TW Advice “남의 실패를 내 것처럼 여기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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