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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사기당하지 않기송태진의 [ In 아프리카, 아프리카 人 ]
송태진 | 승인 2018.11.15 16:21

아프리카 사람도 한국인과 똑같은 인간이다.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그들도 기분 나쁘면 싸움박질 하고 돈이 필요하면 사기도 친다. 백이면 백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은 순박하다?

한국인들에게 아프리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면 대부분 긍정적으로 답한다. 순수하고 소탈하며 유쾌할 것 같다는 반응을 쉽게 볼 수 있다.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는 가난한 곳에서 먹을 것도 없이 지내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겠냐며 측은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한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들의 체험담은 그런 느낌에 확증을 더한다. ‘가난한 시골 동네에 갔는데 아이들 눈망울이 정말 맑더라’ ‘사람들의 웃음이 착하고 순수하더라’ ‘헤어질 때 아쉬워서 주머니에 있던 것 다 꺼내서 쥐어주고 왔다’는 그런 훈훈한 체험담 말이다. 아프리카 관련 서적들에도 현지인과 겪은 가슴 찡한 체험담이 자주 등장한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리카인을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성품이 밝은 사람으로 느끼는 것 같다.

찬물을 끼얹는 소리 같긴 하지만 이 또한 우리의 주관적 시점으로 아프리카를 해석하는 고정관념이다. 아프리카 사람도 한국인과 똑같은 인간이다.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그들도 기분 나쁘면 싸움박질 하고 돈이 필요하면 사기도 친다. 욕심도 있고 뻔뻔함도 있다. 우리가 짧게 여행 다녀오면서 경험한 몇 가지 모습만으로 그들을 정의 내릴 수는 없다.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은 원래 다 좋게 보이는 법 아니던가. 아프리카 사람을 의심하고 경계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와 그들이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하고 착하고 불쌍한 아프리카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은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의 눈을 가리고 뒤통수를 세게 때리고 만다.

아프리카의 다양한 사기꾼들

나 역시 ‘아프리카인은 착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아프리카에 가기 전까지 말이다. 현지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몇 차례 사고를 당한 후 나는 생각했다. ‘순박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이럴 리가 없어. 아마 이번 일은 특별한 경우 일거야’라고. 나는 아프리카 사람이 순수하다는 믿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물건을 도둑맞고, 떼강도에게 두들겨 맞고, 수없이 많은 거짓말과 사기를 당하면서 차츰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 사람이 순수하다고? 천만의 말씀!’ 어딜 가나 인간은 똑같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아프리카에서 여행을 하거나 무역을 하다가 피해를 본 후 ‘그 사람들 착할 줄 알았더니 막상 만나보니 아니더라’ 하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스스로 착하다고 한 적이 없다. 우리가 먼저 아프리카 사람들을 그렇게 본 것이다.

아프리카는 범죄율이 높다. 도둑질이나 강탈,성범죄 같은 범죄뿐 아니라 다양한 신종범죄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피해자가 자주 발생하는 일명 ‘보이스피싱’ 전화사기도 아프리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케냐에 살다보면 종종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를 받곤 한다. 어느 날 특별한 문자를 받았다.

케냐에서는 모바일뱅킹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자동으로 알림 문자가 날아온다. ‘벤 오냥고가 누구였지? 잘 모르는 거래처 사람이 돈을 보냈나보다’ 하고 깊이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10분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저는 벤 오냥고라고 합니다. 혹시 5천 실링이 당신의 모바일뱅킹 계좌로 들어가지 않았나요?”
“네. 5천 실링이 들어왔어요. 어디서 보내신거죠?”
“오, 맙소사. 제가 번호를 혼동했어요. 실수로 당신에게 잘못 입금하고 말았네요. 죄송하지만 돈을 돌려 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건 제게 정말 소중한 돈이랍니다.”

벤 오냥고라는 그 남자는 매우 정중하고 간절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실수로 잘못 입금한 돈을 돌려달라는 구구절절한 그의 목소리가 심금을 울렸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은데? 나는 같이 있던 케냐인 동료 무토카 씨에게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무토카 씨는 굳은 표정으로 냉큼 내 휴대폰을 넘겨받더니 상대방에게 온갖 욕을 해대고 전화를 끊었다. 한국도 아니고 케냐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것이다. 처음에 날아온 입금 알림 문자는 전화사기범이 만든 가짜 문자였고, 그가 내게 돈을 잘못 보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나의 계좌에는 돈이 들어온 흔적이 없었다. 그걸 확인하지 않고 5천 실링을 그에게 보내주었다면 멀쩡한 내 돈만 날아가는 것이다. 5천 실링은 케냐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1주일 봉급 정도 되는,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런데 다른 사기꾼들에 비하면 전화사기범은 장난처럼 느껴진다. 최근엔 인터넷을 이용한 국제 사기가 늘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자신이 나이지리아의 갑부이며 중병이 들어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유산의 일부를 나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다. 내 앞으로 떨어질 돈은 수억 원이 넘었다. 세상에나 감사해라! 그런데 작은 문제가 있었다. 자신의 돈이 묶여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꺼내려면 재판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판 비용을 먼저 몇만 불 보내어 자신을 도와주면 나에게 유산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하! 하! 하! 역시나 이것도 사기꾼이다. 그후로도 엄청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코트디부아르 사업가, 800억 달러 상당의 펀드를 풀어서 우리 회사를 도와주겠다는 UAE의 장관 등 다양한 사람을 사칭하는 사기꾼들의 메일을 종종 받곤 했다. 대체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속겠나 싶지만 실제로 피해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단번에 큰 돈을 쥘 수 있다며 귀를 달콤하게 적시는 말에 속아 수천만 원이 넘는 피해를 보는 것이다.

또한 최근엔 SNS 사기가 유행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접근하여 차근차근 신뢰를 쌓은 후 거액의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SNS에서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고위층 자녀나 부유한 엘리트, 혹은 너무 가난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며 관심을 끈다. 사람들은 사기꾼이 SNS 계정에 올리는 가짜 사진과 이야기를 진짜라고 착각하고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어떤 이들은 그게 지나쳐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사기꾼들은 그렇게 좋은 친구인 양, 애인인 양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신뢰를 쌓는다. 그리고 어느 날 급전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보낸다. 사연은 다양하다.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다거나 자신이 테러범에게 납치당했다거나 사업하다가 빚을 졌다는 등 판타지 소설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거액을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곤란에 빠진 아프리카 친구를 도우려는 선의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보내준다. 입금이 완료되면 그 친구와의 연락은 딱 끊어진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한참동안 깨닫지 못한다. 오히려 연락이 두절된 친구의 신변을 걱정해주기도 한다. 설마 순박한 아프리카 사람이 자신을 속이겠냐는 방심에서 당하는 사기 형태다.

고정관념 대신, 있는 그대로 아프리카 사람을 보자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역사기다. 무역사기로 발생하는 피해액과 후폭풍은 다른 개인적인 사기에 비할 수 없다. 코트라KOTRA에서 발간한 ‘무역사기 피해현황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는 최근 1년(2017년 8월∼2018년 8월)간 벌어진 137건의 무역사기 중 아프리카가 36건으로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그 외 동남아·대양주 30건, 유럽 19건, 중국 17건, 중동 11건 등이었다. 다른 대륙에 비해 아프리카와 무역이 더 활발한 편이 아닌데도 사기 횟수가 가장 많다. 그만큼 아프리카에 투자할 때 방심했거나 정확한 사전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서아프리카의 한 국가로 기계 부품을 수출하고 수억 원에 달하는 대금 결제를 받지 못한 사업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이 돈을 벌도록 도우려는 좋은 마음을 갖고 일부러 아프리카 무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추천받은 현지 바이어를 직접 만났는데 매우 잘 웃고 듬직해서 신뢰하고 함께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대금 결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급기야는 연락이 두절되었다. 사업가는 돈을 잃은 것보다 ‘착할 줄 알았던’ 아프리카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호의가 이용당할 줄 몰랐다며 진저리쳤다.

범죄는 가해자에게 1차적인 잘못이 있다. 남을 속이고 피해 입히는 건 용납되어선 안 되는 행위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부주의했던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다. 보다 철저하게 점검하고 주변에 되물으며 일을 진행했더라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무역이 빈번한 다른 대륙보다 왜 유독 아프리카에서 무역 사기가 많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한 무역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코트라와 세계한상대회 등 여러 단체에서는 정보를 교류하며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무작정 착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모두 사기꾼도 아니다. 그냥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한국에도 티 없이 순수한 사람이 있고 닳을 대로 닳은 사람이 있다. 어리숙한 사람도 있고 치밀한 사람도 있다. 백이면 백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도 그렇다. 우리와 똑같다.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은 게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옳은 게 아니다. 이제 아프리카 사람을 만날 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자. ‘가난하지만 순수한’ 아프리카인보다 더 재미있고 다양한 아프리카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송태진
2008년 부룬디로 1년간 해외봉사를 다녀온 그는 아프리카를 행복으로 가득 채울 꿈을 품은 맹랑한 공상가다. 2015년 12월부터 아프리카 케냐 GBS TV방송국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직접 느낀 경험들을 그의 따뜻한 필치로 소개한다.
쏭태의 생생한 아프리카 이야기 블로그 blog.naver.com/impork3

송태진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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