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1929의 실패를 논하다 [1] 1929의 사연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되자마자 200만 부가 팔렸고, 이듬해 퓰리처상까지 수상합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성공에 부담감을 느낀 작가 ‘하퍼 리’는 이후 55년간 한 작품도 써내지 못합니다. “바보가 되느니 침묵하겠다”며 인터뷰도 사절하지요. 다행히(?) 우리는 하퍼 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1929세대는 일상에서 수없이 실패를 겪습니다. 인생은 어쩌면 실패가 정해진 게임입니다. 대입, 취업도 탈락자가 훨씬 많지요. 실패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제, 실패 앞에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해지세요!

김지훈. 1992년생. 대입실패 후 취준생으로 지내며 백수 탈출을 꿈꾸고 있다. 가을날 쓸쓸한 실패담을 털어놓는 그가, 실패를 극복하고 희망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그림 방지혜)
김지훈. 1992년생. 대입실패 후 취준생으로 지내며 백수 탈출을 꿈꾸고 있다. 가을날 쓸쓸한 실패담을 털어놓는 그가, 실패를 극복하고 희망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그림 방지혜)

수능실패

망했다. 성적이 너무 초라하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실까?
대학을 포기해야 하나? 재수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자신이 없다. 그동안 해온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회의감이 들고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웃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뭐 하나 이룬 게 없는 내 모습….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주위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것만 같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술만 마시게 된다.

채점을 하다가 많이 울었다. 이런 점수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러려고 밤을 새며 공부했나…. 실패한 수험생들이 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도 순간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집안 형편이 여유가 없어서 다른 길을 생각할 수가 없다.

내신도 스펙도 애매해서 모두 논술전형으로 지원 했다. 학원 선생님께서 늘 나에게 우수 답안이라는 평가를 해주셨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슬픔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 인생을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성공후기를 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실패후기를 쓰고 있다니….


취업실패

구직을 하는데 나에대해 뭔가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라한 내 모습을 발견할 뿐이다. 자기소개서는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고 영어실력도 좋지 않다. 나는 왜 이렇게 형편없을까?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실패한 사람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큰 욕심 없이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을 뿐인데 그게 너무 힘든 거라는 걸 알았다.

길어지는 취업준비에 죽고 싶다. 내 꿈을 이루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아무 직장이나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력서를 넣는 곳마다 탈락했다.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 왔는데, 허무하고 수치심을 느낀다. 이런 나의 심정을 모르고 ‘잘될 거야! 너를 믿는다!’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스물아홉 살인데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겨우 살고 있다. 취업을 하고 싶지만 안 된다. 자격증도 없고 경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기술이라도 배워둘 걸….’이렇게 한심한 사람이 있을까? 살맛이 안 난다. 방법도 길도 없는 내 인생 어쩌면 좋을까!


결혼실패

나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낙방하고 취직했는데,이런 나와 결혼할 여자가 있을까? 연애할 자신은 없고 결혼은 일찍 하고 싶은데 고민이다.
무능한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는 불행해지지 않을까? 현실은 현실이니까….

대기업은 아니지만 괜찮은 회사에 취직했는데 월급의 얼마 정도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드리다 보니 돈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다. 절약하며 생활하면서 연애도 하고, 집도 장만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답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기는 하겠지만 결혼을 생각하면 희망이 없고 가슴이 답답하다. 결혼을 포기하고 그냥 혼자 살까?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엄마와 살았는데 늘 눈치 보며 불행하게 지냈다. 엄마의 사랑을 느낀 적이 없다. 그래서 누구를 사랑할 줄도 모르고 우울하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결혼에 대한 기대가 컸다.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살고 싶어서 어린 나이에 한
결혼이 결국 이혼으로 끝나자 서러움이 밀려와 소리 내어 울었다.

TW Advice “뼈아픈 실패가 치밀한 분석을 하게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