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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어린이들에게 교실 속 수업을 선물해 주세요투머로우 희망 캠페인
홍수정 기자 | 승인 2018.11.09 21:53

내게 참 특별한 나라 말라위. 나는 이곳에서 어린이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며 열정과 순수함을 배우고 있다. 봉사단이 준비한 수업에 참여하여 흥겹게 춤추며 즐거워하는 말라위 어린이들의미소는 그야말로 백만불 짜리다. ‘니에니에지’ 댄스팀을 결성한 사연과 그에 얽힌 행복한 소식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말라위에 온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뜨거운 기온, 이질적인 냄새, 낯선 분위기 때문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로 다시 갈아타고 싶었다.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나라,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열악한 이곳에 와서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마치 해외봉사단원의 대장이 된 것처럼 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말라위 어린이들을 위해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데, 이런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말라위는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해 있는 나라로,청소년 인구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전체인구 1,700만명 중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이 54퍼센트에 달한다.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 인구가 많긴 하지만 막상 이들이 생계문제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는 실정인데,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야 할 낮시간에 길바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한 손에 나뭇가지를 마이크 삼아 들고 노래부르며 흥겹게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어린이들을 자주 만난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같이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그들은 CD플레이어도 없고 춤과 음악을 가르쳐 주는 이도 없지만 온몸으로 리듬을 느끼며 자유롭게 춤춘다. IYF 말라위 지부는 매주 키즈아카데미를 진행한다. 태권도,축구, 미술, 댄스, 외국어, 마인드교육 등 여섯 가지의 수업을 운영해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길거리 아이들과 함께 춤추고 싶어서 댄스아카데미의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댄스로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소질도 계발시켜 주고 싶다. 또 꿈과 희망을 그들의 마음에 심고 싶다.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땅에서, 때로는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양철판 지붕 밑에서 댄스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쿠비나 팀다부엘라~다부엘라~(댄스팀 오세요)”라고 부르면 어린이들이 멀리에서 경쟁하듯 달려온다. 처음 해보는 스트레칭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배시시 웃으며 따라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어린이들은 작은 동작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데, 그런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저절로 에너지가 충전돼 활기 넘치는 수업을 하게 된다.

댄스아카데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어린이들의 행동을 보고 사실 조금 놀랐다. 흙바닥인데 신발을 벗고 맨발로 춤을 추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이상해서 “왜 신발을 안 신어?” 하고 물었더니 “신발이 닳으니까요”라고 했다. 그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은 질좋고 튼튼한 운동화가 아니었다. 얄팍한 스펀지 재질에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사이로 발가락이 보이고 끈도 떨어지고 여기저기 기운 흔적이 있는 신발이었다. 그나마 있는 신발이 닳을까 봐 맨발을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만 틀면 즐겁게 춤추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기만 하다.

어떤 어린이들은 댄스를 배우기 위해 한 시간 이상 걸어오기도 한다. 처음 본 한국인 선생님들을 신기해하면서도 우리가 짓는 미소에 더 큰 미소로 답해주며, 댄스를 배우면서 맛보는 성취감 때문에 기뻐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이 어린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흙먼지 바람에, 뜨거운 햇볕에 노출된 채 수업을 하다 보면 ‘교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간절해 진다.

우리 반에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다. 프레셔스Precious라는 남자아이다. 프레셔스를 처음 본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추는 아이들 사이에서 혼자만 가만히 서 있었다. 다리를 보니 왼쪽 발이 꺾여 있어 발가락 끝으로 겨우 디디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다리가 불편한데 어떻게 댄스를 하려고 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레셔스는 댄스아카데미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수업이 없는 날에도 우리를 찾아왔다. 나는 프레셔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서 물었다. “프레셔스, 몇 살이야?” 프레셔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섯 살? 정확히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외모로 보면 여덟아홉살은 됐을 법한데 자신이 몇 살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프레셔스의 부모님은 시골에서 수도 릴롱궤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돈을 벌기도 힘든 상황에서 장애가 있는 프레셔스에게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 방치해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프레셔스는 우리를 매일 찾아온 것이었다. 다리는 어렸을 때 사고를 당했는데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걸음이 느려 뒤처지는 프레셔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나를참 많이 부끄럽게 했다.

댄스동작을 배우는 데 열중하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말라위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가난과 질병, 미혼모문제 등으로 교육의 기회를 잃고 자라난다. 또한 그러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나는 가난해서 배울 수 없어. 나는 안 돼’ 하며 꿈이나 열정, 목표 없이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 봉사단은 키즈아카데미를 통해 어린이에게 배우고 도전하고 교류하고자 하는 마음의 세계를 가르치려고 한다. ‘니에니에지Nyenyezi 댄스팀’을 만든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니에니에지는 말라위 언어인 ‘치체와어’로 별이라는 뜻이다. 어린이들이 춤을 추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빛을 비추는 별이 되어 나약한 마음과 어두움, 절망을 사라지게 하고 희망과 꿈을 심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니에니에지 댄스팀을 생각하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맨발로 마음껏 뛰어도 발이 상하지 않을 교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열심히 연습해서 옷을 맞춰 입고 무대 위에서 공연할 어린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설레고 행복하다. 아이들도 내 마음을 느낀 걸까? 날이 갈수록 자신의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열심히 배우며 연습한다. 그런 댄스팀 아이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고, 그래서 나도 열의를 다해 가르치게 된다.

매주 댄스팀을 만날 시간이 기다려진다. 어린이들이 열악한 현실이나 어두운 생각에 갇히지 않고 밝고 행복한 마음으로 신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투머로우> 독자와 함께 희망을 전하고 싶다.

글=최연주(말라위 굿뉴스코해외봉사단)

홍수정 기자  hsj0115@it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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