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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양만춘’은 누구입니까?안시성을 보고 묻는다
이상훈 자유기고가 | 승인 2018.11.09 18:28

영화 ‘안시성’은 안시성주 양만춘이 고구려를 침공한 20만 당나라 대군을 5천 군사로 물리친 88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영화 곳곳에는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해답이 숨어 있다. ‘리더십, 사고력, 마음의 교류’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영화 ‘안시성’의 관전포인트 세 가지!

‘안시성’의 줄거리는 이렇다. 서기 644년(보장왕 3년) 말, 20만 대군(실제로는 50만 이상)을 일으켜 고구려 침공에 나선 당 태종은 승리를 거듭한다. 이듬해 고구려 조정은 15만 대군을 보내 맞서고, 주필산에서 양 군이 격돌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기병을 앞세운 고구려군이 손쉽게 승리를 거두는 듯했지만, 매복계에 전세는 역전되고 고구려군은 참패하며 평양성으로 퇴각한다.
승기를 잡은 당나라군은 파죽지세로 진격을 거듭한다. 압록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작은 성, 안시성. 당 태종은 앞서 개모성과 요동성,백암성을 한 방에 무너뜨린 최첨단의 공성무기로 안시성을 뚫고 평양성으로 진격하려 한다. 하지만 양만춘과 5천 군사, 그리고 안시성 백성들은 목숨을 걸고 합심하여 싸운 끝에 당군을 상대로 안시성을 지켜낸다. 양만춘이 쏜 화살에 왼쪽 눈이 꿰뚫린 당 태종이 퇴각을 명하고, 때마침 평양성에서 보낸 원군이 도착해 당나라 패잔병들을 무찌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 속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장치들이 속속 등장한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관전포인트 #1
20만 대군의 ‘보스’ 이세민 vs. 5천 병사의 ‘리더’ 양만춘

어느 날, 미국의 전 대통령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1890~1969)에게 친구가 찾아와 ‘리더십’이 뭐냐고 물었다. 아이젠하워는 실 한 올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친구에게 ‘당겨보라’고 했다. 친구가 실을 당기자 실은 팽팽해지며 끌려왔다. 아이젠하워는 ‘이번에는 뒤에서 밀어보라’고 했다. 친구가 열심히 밀어 보았지만 실은 구부러질 뿐 밀리지는 않았다.
“리더는 뒤에서 밀지 않는다네. 다만 앞에서 당길 뿐이지.” 아이젠하워의 말에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예화는 보스와 리더의 차이를 정확히 보여준다. 보스는 뒤에서 명령하지만, 리더는 앞에서 솔선수범하며 이끈다. 보스는 “가라!”고 말하지만, 리더는 “가자!”고 말한다. 보스는 두려움을 주어 복종을 요구하지만, 리더는 비전을 보여주며 힘을 모은다.

영화 ‘안시성’의 당 태종은 보스일까, 리더일까? 영화가 시작되는 주필산 전투에서 당 태종은 위엄과 기개가 넘치고 병법에도 뛰어난 ‘전쟁의 신’으로 묘사된다. 고구려와의 전쟁을 위해 정예부대는 물론, 당시 최첨단의 공성무기인 투석기, 운제, 충차, 공성탑까지 준비한 빈틈없는 지략가다. 부하장수들도 그의 말이라면 목숨을 걸고 따르며, 토산을 쌓으라는 무모한 명령에도 복종하는 훌륭한 군대조직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만춘. 안시성의 성주城主이자 백성들로부터 ‘안시성 그

하지만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당 태종은 안전한 후방에서 명령만 할 뿐, 앞장서지는 않는다. 병사들이 숱하게 희생당해도 안시성을 발아래 두겠다는 욕심만으로 성보다 더 높은 토산을 쌓으라고 명한다. 하지만 고구려군에 의해 토산이 무너지자 책임자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토산을 되찾으라며 병사들에게 밤낮으로 총공격을 명한다. 이런 당 태종의 모습은 전형적인 보스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랫사람들의 희생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처음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결국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 일은 반드시 이치대로 돌아온다)이라는 말처럼, 쓰디쓴 실패를 맛보게 된다.

양만춘은 어떨까? 영화에서 그는 나무꾼 ‘우대’의 노모가 성 밖으로 수레를 몰고나왔다가 수렁에 빠지자 이를 건져주는 평범한 촌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당 태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또 큰 싸움을 목전에 두고 성문이 뚫릴 경우를 대비해 안쪽에 방어문을 설치할 때는 아랫사람과 함께 작업에 참여한다. 새로 아기를 낳은 부부는 직접 찾아가 술과 고기를 전하며 기쁨을 나누고, 어린아이의 말에도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여동생 ‘백하’와 그의 연인 ‘파소’가 전사했을 때는 냉정한 태도로 특별대우 없이 강물에 떠내려보내 장례를 치르게 한다. 전투에서는 최선봉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안시성 전투는 성주인 자신이 아닌, 백성들을 지키기 위한 전쟁임을 일깨워주며 병사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이런 양만춘은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실패하고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고 성공할 수 있다.

관전포인트 #2
친구가 된 암살자 ‘사물'

‘안시성’에서 양만춘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는 또 한 명의 숨은 주인공이 있다. 바로 태학太學생도 ‘사물’이다. 태학은 청년들에게 유교 경전과 문학, 무예를 가르친 고구려의 국립 유학기관으로, 요즘으로 치면 육군사관학교와 비슷한 곳이다. 사물은 친구와 함께 주필산 전투에 참전하지만, 대패하고 친구까지 잃는다. 이에 분노한 고구려 재상 연개소문은 사물을 불러 밀명을 내린다. 바로 “주필산과 가까이 있음에도 싸움을 도우러 오지 않은 반역자 양만춘을 살해하라”는 것. 연개소문은 선왕先王 영류왕을 살해하고 전국의 성주들을 평양성으로 소집했지만, 유독 양만춘만 부름에 응하지 않아 그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곧장 안시성으로 달려간 사물은 양만춘의 곁에서 호시탐탐 그를 죽일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양만춘은 사물의 정체를 알아차렸고 그럼에도 자신의 곁에서 대장기大將旗를 드는 중책을 맡기고 수염까지 다듬게 한다. 사물은 갈등한다.

그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양만춘은 연개소문에게 듣던 ‘반역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부하 한 사람 한 사람을 혈육보다 더 사랑하며, 백성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지도자였던 것. 급기야 사물은 양만춘과 대면한 자리에서 가슴 속에 감춰두고 있던 적개심을 털어놓는다.

“15만 고구려군이 당 태종에게 죽임을 당할 때, 어디서 뭘 했습니까?”
“연개소문이 전 왕을 죽이고 성주들을 소집했는데 왜 오지 않았습니까?”
양만춘은 사물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한다.
“주필산 전투 때 돕지 않은 건, 허허벌판에서 대군과 맞서는 게 자살행위나 다름없어서였다.”
“소집에 응하지 않은 건, 연개소문이 선왕을 살해한 게 당에 전쟁의 명분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양만춘의 진심을 안 사물은 이후 그와 한마음으로 싸우는 조력자가 된다. 양만춘을 죽을 위기에서 구하는가 하면, ‘패배가 확실하니 항복하자’고 주장하는 고구려의 신녀(무녀)의 말에 양만춘의 마음이 흔들릴 때도 “안시성은 지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단숨에 신녀의 목을 베며 전의를 북돋운다. 영화 막판에는 연개소문을 설득해 구원군을 이끌고 와 승리에 기여한다.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고 듣고 소통하는 동안 한마음으로 같은 목표를 좇는 조력자가 된 것이다.

관전포인트 #3
내게도 양만춘이 있는가?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한 시간에 약 2천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루가 24시간이니 어림잡아 매일 5만 가지 생각이 우리 마음을 드나드는 셈이다. 그중 99퍼센트인 4만 9,500가지는 부정적인 결론에 이르는 생각이라고 한다.
안시성에 20만 대군이 쳐들어와 88일간 싸움을 치른 뒤 물러갔다면, 우리 마음의 안시성에는 그야말로 ‘5만 가지’ 잡다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매일같이 공격을 퍼부어댄다. ‘난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기분 내키는 대로 편하게 살고 싶다.’ ‘종일 게임만 하고 맛난 음식만 먹으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이런 공격을 받다 보면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마음의 안시성은 곧 함락되어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 마음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적과 아군을 분별하듯 우리 마음 속 부정적인 생각을 가려내고 용감하게 반격해야 한다. 삶에 닥치는 문제나 부정적인 생각들은 직접 부딪치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안시성 승리는 양만춘과 5천 군사, 백성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혼자 힘으로 우리 마음의 성을 지키기란 불가능하다. 그럴 때는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속 문제를 털어놓고 도움을 받기 바란다. 문제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할 수 있고,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시성’은 배우들의 열연과 웅대한 스케일,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크게 호평받는 영화이다. 아직 보지 못한 독자라면 위 세 가지 관전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이미 본 독자라도 등장인물들의 마음의 흐름에 주목하며 다시 한 번 영화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그 재미와 감동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실제 안시성 전투는 어떤 싸움이었나?

연도 서기 645년 음력 8월 10일~9월 18일
장소 안시성(현재 중국 랴오닝성 하이청 인근)
병력 고구려 병사와 민간인 10만 vs. 당 병사만 50만 이상
결과 고구려의 재상인 연개소문이 영류왕을 죽이고 보장왕을 옹립하자 당 태종은 이를 빌미로 50만대군을 일으켜 고구려 침공을 개시한다. 고구려 조정도 15만 병력을 보냈지만, 당나라군을 얕잡아 보고 무작정 싸움을 벌이다 태반이 전멸하고 항복한다. 압록강을 목전에 둔 당은 안시성 공략에 나선다. 운제(사다리차) 등 갖가지 최신 공성병기를 앞세워 공격해 왔지만, 고구려군과 백성들은 하나가 되어 이를 막아냈다. 패전을 거듭하던 당나라군은 토산을 쌓지만, 되려 토산이 무너지고 이를 고구려군에게 빼앗긴다. 당나라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날씨는 추워진 데다 식량마저 떨어지자 당 태종은 눈물을 머금고 철군한다.

 

이상훈
춘천교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횡성 성북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청소년과 소외계층을 위한 인성 및 마인드교육도 꾸준히 하여 강원리더십센터,원주·춘천교도소 우수강사로 선정 되었으며 <문학광장>신인작가 공모전을 통해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상훈 자유기고가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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