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사이판을 강타한 태풍 '위투'로 인해 우리국민 1천700명의 발이 묶인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한국인관광객제보
25일(현지시간) 사이판을 강타한 태풍 '위투'로 인해 우리국민 1천700명의 발이 묶인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한국인관광객제보

80년래 최악의 태풍 피해를 입은 사이판에 한국인 관광객 1천7백여 명의 발이 묶이면서 이를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사이판을 강타한 슈퍼 태풍 ‘위투’로 인해 다음달 25일까지 사이판 공항이 잠정폐쇄되면서 우리국민 1천7백 명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지에 체류 중이던 우리국민들은 지난 밤 생전 처음 겪는 강력한 태풍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단수·정전·물난리 등의 이중 삼중고(苦)를 겪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관련 기사의 댓글 대부분은 '자연재해로 공항이 폐쇄됐는데 국민청원하고 무슨 상관? 국민청원이 니 놀이터냐'(noon***), '자기 책임임! 혈세를 써서 데리러 오라는 것은 절대 반대'(kbox***), '호텔비가 생지옥이겠지. 니들 목숨이 위중한 상태도 아니잖아?…니들 선택이고 죽을 만큼 힘든 상황도 아님.'(nets***) 등 여행 간 이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에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25일(현지시간) 사이판을 강타한 태풍 '위투'로 인해 우리국민 1천700명의 발이 묶인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기사댓글캡쳐
25일(현지시간) 사이판을 강타한 태풍 '위투'로 인해 우리국민 1천700명의 발이 묶인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기사댓글캡쳐

간혹 가다가 진심으로 그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이들은 대댓글을 통해 ‘착한 척’하는 사람으로 매도되거나,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한 채 웹페이지 하단 언저리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다들 마음에 여유가 없긴 없는 듯.. 나는 그렇게 못 하는 상황인데, 다른 사람들이 해외여행 갔다가 고립됐다니 너무 고소해 하고, 내가 낸 세금으로 헬기라도 보낼까봐 난리들이네.. 저분들도 간신히 휴가내서 가족끼리 한번 여행가보겠다고 피같은 돈 모아 모처럼 여행 가신 분들도 많을 텐데..’(huso***) 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씁쓸한 아침이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보다,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비단 사이판에 고립된 우리국민 1천7백 명을 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비난과 질타의 화살은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나’와 ‘우리’를 향해 언제든 날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크고 어마어마한 도움이 아닌, 적어도 타인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에 공감할 때 나의 어려움과 아픔도 공감받을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른 이의 마음을 얻게 되고, 힘이나 위엄으로 엄하게 다루면 노여움을 사게 된다.'라는 세종대왕의 말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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