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사업가 백종원이 취준생에게 주는 메시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요즘 TV프로 중 단연 화제작이다. 손님이 발을 들이지 않던 식당들이, 해박한 요리 지식과 사업가의 안목을 겸비한 백종원 씨의 컨설팅을 받고 맛집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식당 주인들이 컨설팅을 받기 전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평가단의 검증이다. 함께 컨설팅을 받는 식당 주인들이나 주변 대학의 여대생들이 그 식당의 맛과 서비스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이 정도 실력이면…!’ 하고 어깨에 힘을 주던 주인들도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내 돈 주고 사먹지는 않을 맛’ 등 가혹하리만치 솔직한 평가 앞에 기가 꺾인다. 이 과정에서 식당 주인들은 두 가지를 깨닫는다. 첫째, 자기 실력이 보잘것없다는 것, 둘째, 맛과 서비스의 기준은 손님이 되어야 한다는 것.

<골목식당>은 취업이 안 돼 고민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교훈을 준다. 필자는 얼마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여러분이 취업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은 적이 있다.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싶어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필자 역시 취준생 시절이 있었기에 모두 수긍할 만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식당 주인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듯, 취준생도 인재를 뽑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의 세 가지 의미

기업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동아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기업의 일차적인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일 잘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일의 능숙도와 창의성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빨리,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인재가 경쟁력이 있다. 대다수의 기업에서 성적이나 자격증 등 스펙을 보는 것도 스펙이 뛰어난 사람은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이 좋은 사람=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요구되는 자질이 성실성이다. 회사의 환경이나 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을 신입사원으로 선발하여 교육시키고 성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렇게 공들여 키운 직원이 갑자기 회사를 떠난다면 그 손실은 계산하기 어렵다. 그래서 회사는 일이 힘들더라도 오랫동안 끈기를 갖고 일할 인재를 찾는다.

마지막으로 일을 잘한다는 것은 협동이나 분업을 잘한다는 의미다. 능력이 좀 부족한 사람도 웬만한 회사 업무는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으면 숙련도가 올라간다. 그러나 큰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이 팀을 이뤄 진행하는 것이기에 혼자 잘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때로는 자기 의견도 굽히고 팀원들과 마음을 조율함으로써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맡은일에 충실하면서 주위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어느 직장에 가도 인정받고 신뢰를 얻는다.

사장님도 손님도 모두 ‘내 고객’이다

이쯤에서 취준생에게 유용한 면접 팁을 알려주겠다. CEO로서 채용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지원자들이 ‘기회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신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면접까지 볼 정도면 회사가 요구하는 기본요건은 충족했다는 의미다. 이때는 자소서에 쓴 내용을 면접관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 식의 상투적이고 영양가 없는 답변으로 소중한 기회를 날릴 수는 없지 않은가? 20년 이상 살아오며 체득한 작은 장점 하나라도 어필함으로써 진정성 있게 답변할 때 면접관들에게 큰 신뢰를 줄 수 있다.

요즘은 직무경험을 쌓으려고 인턴이나 ‘알바’를 하는 청년이 많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이때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여러분이 카페에서 일한다면 여러분의 고객은 크게 두 종류다. 카페를 찾은 손님, 그리고 여러분을 믿고 뽑아준 사장님이다. 만약 마감 직전에 손님이 온다면 어떻게 할까? 여러분이 직원의 마음에 머물러 있다면 정시퇴근을 위해 손님을 받지 않겠지만, 사장님이라면 마감 직전에 온 손님도 친절히 맞을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고 그 카페를 다시 찾고 싶을 것이다.

알바 경험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알바를 하며 어떤 마음가짐을 터득했느냐가 중요하다. 직원이 아닌 사장의 입장에서, 그리고 고객의 입장에서 헤아리는 방법을 배운다면 단기간의 알바라도 훌륭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경험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내 수고를 팔아 고객의 마음을 얻고 상사나 동료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일자리라면, 그곳이야말로 보람 있고 행복한 일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만사는 마음에 달렸다고 했던가.

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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