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최악의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밀양 지역의 고교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무려 1년 동안 집단으로 성폭행 한 것이다. 이 끔찍했던 사건은 시간이 지나 이수진 감독이 ‘한공주’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제작, 2014년 개봉한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의 중심은 가해자들 44명에게 내려진 처우였다. 기소 10명, 소년부 송치 20명, 공소권 없음 13명, 타청 송치 1명. 이들 중 소년부로 송치된 20명 중에서 4명은 소년원, 16명은 봉사활동 및 교화 처분을 받았다.
또한 기소된 10명 중 5명은 보석됐다. 이후 이들 10명은 모두 소년부로 송치됐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고, 2004년 12월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200여 명이 모여 경찰의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촛불행사가 펼쳐졌다. 이로 인해 소년범죄, 소년법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소년법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논란 속에서 2007년 12월 일부 개정됐다. 2005년 8월 4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함에 따라 선거연령을 20세 이상에서 19세 이상으로 낮춘 경향 등을 반영해 소년법의 소년 연령을 20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낮춘 것이다.
또한 소년범죄의 흉포화 및 저연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년원 송치 하한 연령도 12세에서 10세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 소년법이 공포됐다. 공방이 계속됐지만 2008년 6월 개정소년법은 시행됐다.

영화 ‘한공주’(좌), 밀양 촛불행사(우).
영화 ‘한공주’(좌), 밀양 촛불행사(우).

2008년 6월 22일 개정소년법이 시행된 이후로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행 당시 개정소년법이 소년 범죄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했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2010년 10월 21일 13세 아이가 집에 일부러 불을 질러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을 숨지게 한 사건, 2014년 12월 4일 13세 조카가 부모 대신 길러준 고모를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냈다는 이유로 살해한 사건 등 소년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또한 최근에는 만 16세 여학생이 아무 연고도 없는 초등학교 2학년생 여아를 집으로 유인해 목 졸라 살해하고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도를 넘는 소년범죄들이 이어지면서 또 다시 소년법 개정에 대한 소리와 이를 넘어 폐지까지 요구하는 소리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은 실제 일본에서 야쿠자부터 불량서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소년에게 폭력이나 살인을 청부하는 것처럼 성인이 저지른 범죄를 소년에게 뒤집어씌우거나 일정한 대가를 제시하고 대신 자수하도록 하는 등 악용사례를 이유로 제시했다.

소년법 악용을 우려 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소년법 악용을 우려 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10년 전과 같은 선택, 그 결말은…

소년법 개정 혹은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과 끊이지 않고 이슈가 되고 있는 청소년 폭력사건들로 인해 지난 8월 31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범부처 합동으로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오고 있었으나, 청소년 폭력이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청소년 폭력 예방과 사후 대응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조정하고 보호관찰관을 증원해 1인당 담당 소년 수를 118명에서 41명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또한 민영소년원 설립 및 의료소년원 운영과 피해학생과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공립형 대안학교 형태의 학교폭력 피해 학생 전담기관 2곳 신설 등이 있다.

청소년 폭력예방 보완책.
청소년 폭력예방 보완책.

제시한 대책들이 모두 환영 받는 것은 아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과 민영소년원 설립은 논란이 거세다.
민영소년원 설립은 소년원생의 적성과 능력을 살릴 수 있는 민간의 다양한 교육·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해 재범률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2010년 도입된 성인 대상 민영교정시설인 소망교도소의 경우 2016년 기준 3년 내 재범해 다시 교도소에 수감되는 비율이 12.6%로 국영교도소 24.7%의 절반으로 재복역률을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민영소년원이 도입되면 국영소년원의 과밀수용 문제도 다소 완화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의 민영소년원 설립 계획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8월 27일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변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장비(수갑, 가스총, 전자충격기 등)까지 동원할 수 있는 국가형벌권 행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소년원 운영은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민영소년원 도입 반대 성명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민영소년원 도입 반대 성명을 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은 소년법 개정 혹은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을 일부 반영한 결과다.
소년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산재해 있다. 한국이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7조 가항에 ‘18세 미만 아동이 범한 범죄에 대하여 사형 또는 석방의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성년자에게도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탈퇴해야만 한다. 만약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탈퇴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청소년을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려고 한다면 형벌을 부과할 근거인 법률상 정치적 권리가 모두 부여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권리는 없이 오직 책임만 부과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8일 경찰청이 내놓은 ‘2018년 상반기 청소년범죄분석’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는 전년 동기 대비 7.9%, 3167명에서 3416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3세의 범죄증가율이 1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세와 12세는 각각 12.1%, 5.0%로 감소했고 11세는 7.0%로 증가했다. 따라서 범죄증가율이 가장 높은 13세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해 소년범죄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소년법이 바뀌길 원하는 여론에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2018년 상반기 청소년범죄분석.(자료 경찰청)
2018년 상반기 청소년범죄분석.(자료 경찰청)

2007년 12월 일부 개정된 소년법이 2008년 6월 시행된 뒤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당시 많은 논란 속에서 소년범죄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소년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소년범죄에 대한 대처방법이 바뀌길 원하고 있다.
대다수가 찬성하는 처벌 강화는 나쁜 방법은 아니다. 법의 처벌 자체를 강화해 처벌에 대한 우려로 범죄를 저지르기 전 한 번 더 생각할 수도 있고, 법적인 근거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예방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엄벌주의와 법감정에만 휘둘려 대처 할 경우 10년 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소년범죄를 낳은 사회의 실패를 모른 척 넘어가지 말고 그에 대한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