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목회자들 "한국 교회 위기, 스스로 자처한 것" 목소리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 새 출발과 변혁을 대대적으로 선포했던 한국 교계가 자정 능력을 회복하기는커녕 개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언론은 한국 기독교계와 목회자들의 비리와 추문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등록 교인만 10만 명에 연간 재정 1000억 원으로 알려진 초대형 교회, 명성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이하 예장통합)는 담임목사 세습 판결의 적법성 논란으로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가 열린 10일 이리신광교회 앞은 세습 찬반으로 갈린 기독교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맞불 집회를 벌였고, 경찰이 나서서 교인들을 통제했다.

예장통합 정기총회가 열리는 이리신광교회앞에서 명성교회 세습 놓고 맞불집회를 벌이는 기독교인들. (KBS뉴스 화면 갈무리)
예장통합 정기총회가 열리는 이리신광교회앞에서 명성교회 세습 놓고 맞불집회를 벌이는 기독교인들. (KBS뉴스 화면 갈무리)

정통·이단 할 것 없이 목회자들의 낯 뜨거운 성추문 보도는 끊이질 않는다. 신도 성폭행 및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8차 공판을 받은 상태다. 교계가 이단이라 규정하고 교류를 금지한 은혜로교회 신옥주 목사는 JTBC <뉴스룸>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 기자들이 나서서 실체를 고발했고, 시민들은 공분하고 있다.

횡령, 도박, 세습, 성추문 등 한국 교회 민낯을 마주할수록 시민들은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고 있다. 교회가 ‘영혼의 구원’이라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돈에 눈먼 결과라며 교계를 적폐 청산과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교계는 쏟아지는 비난이 ‘부당하다’며, 일반 언론을 향해 날을 세운다.

‘정통’과 ‘이단’을 구분 못하는 일반 언론과 시민들이 한국 교회를 향한 혐오를 키우고 특히, 언론이 이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서는 <언론 무분별 보도 한국교회 비난 키운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단으로 판정한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일탈 행동을 다수 언론사가 이단으로 지정된 사실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은 채 정통교회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멀쩡한 정통교회까지 비난받는다’고 전했다. 또 한국교회언론회는 정통과 이단을 구분하지 않는 보도는 곧 ‘한국교회에 악의적 의도를 가진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교회의 세습, 성추행, 횡령, 비리 등 한국 기독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일반 언론 보도들에 대해  한국 교계에서는 '정통'과 '이단'을 구분하지 않는 일반 언론 보도가 한국 교회의 비난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이런 보도가 멀쩡한 정통교회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 (그래픽 데일리투머로우)
교회의 세습, 성추행, 횡령, 비리 등 한국 기독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일반 언론 보도들에 대해  한국 교계에서는 '정통'과 '이단'을 구분하지 않는 일반 언론 보도가 한국 교회의 비난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이런 보도가 멀쩡한 정통교회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 (그래픽 데일리투머로우)

시민들은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도 자성의 기회로 삼기는커녕 ‘정통·이단 선긋기’ 식 인식과 태도로 일관하는 기성 교회를 향해 냉소적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현대 기독교 위기는 한국 교회가 스스로 불러온 것이라고 진단한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개독교’ 비판은 결국 한국 교회가 자초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성장하면서 교회에도 성장주의와 물량주의가 흘러왔고 이로 인해 교회 안에 자본주의, 물량주의, 세속주의가 유입됐다”며 이로 인해 교계 내 ‘파워게임’이 일어나 기득권 싸움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가 기업과 별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충격을 받은 교인들이 떠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젊은 층과 지식인들이 교회에 등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독교계 원로인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교회가 복음의 본질은 사라지고 자기 위안의 종교만 남았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한국 교회의 우민화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 목사는 “지금 대부분의 대형교회 예배는 연출이 돼버렸다. 목사도 좋은 엔터테이너가 돼야 성공했다고 인정받는다. 교인들은 어떤가. 일주일에 한 번 교회 나가는 걸로 면피만 하려 하진 않은지, 일상의 삶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려는 노력 없이 십자가를 의지해 먹으려고만 하진 않은지 곰곰이 되새겨볼 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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