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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소년들 전성시대'…‘소년법’ 논란 급물살
최영범 인턴기자 | 승인 2018.09.14 19:22

‘수박서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소년들이 주인 눈을 피해 농장에 숨어들어가 잘 익은 수박 하나를 힘들게 가져오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는 소년들이 ‘장난’이라는 이름 아래 농장 주인의 ‘정’으로 용서할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요즘 같으면 ‘절도’며, 법적 미성년자가 저지른 ‘소년 범죄’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법적 미성년자의 범죄행위는 항상 존재했다. 공통점은 충동적이고, 우발적이기 쉽다는 점이다. 때문에 범죄자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 교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에서 ‘소년법’이 존재하는 것도 이 같은 취지다. 소년범은 정신발육이 미숙해 성인범보다 교화가 용이하고 범죄의 습성도 깊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국가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들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소년법’을 제정했다. 1958년 7월 법률 제489호로 제정·공포된 후, 수차례 개정된 바 있다. 소년법에서는 19세 미만을 소년으로 규정(2조)하고 있으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소년보호사건의 대상(4조, 촉법소년)으로 하고 있다.

소년법의 대상 조건

최근에는 이 소년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소년 범죄들 때문이다. ‘수박서리’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점점 지능적이고 계획적이 되면서, 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늘었다.

2017년 9월 부산소재 한 중학교 3학년(15세) 5명이 후배인 2학년 한 학생 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이를 마치 자랑하듯이 페이스북 메신저로 사진과 관련 내용을 여자 선배에게 보내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지난 6월 26일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을 노래방으로 불러내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노래를 틀어놓고 1시간 30분 동안 폭행을 가한 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가리고 관악산으로 이동, 관악산에서 가해자들은 반항하지 못하게 A양의 옷을 벗기고 주변의 사물을 이용한 성추행과 지속적인 폭행을 가한 ‘관악산 여고생 집단 폭행 사건’ 등. 최근 소년 범죄는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사건을 연상할 만큼 잔인하고 참혹하다. 이에 국민들은 소년법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나?’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관악산 여고생 폭행사건(좌)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국민들을 공분케 했다.

‘소년범죄’ 방조하는 ‘소년법’의 모순

현행 소년법은 처벌보다는 교화와 개선에 무게중심이 있기 때문에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로 동일 죄질의 성인들에 비해 형량이 대폭 감소된다. 실제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 여중생 3명은 형사법정이 아닌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형벌 대신에 보호 처분이 내려졌다. ‘관악산 여고생 집단 폭행사건’은 폭행과 성추행 등에 직접 가담한 7명을 구속하고, 비교적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피고인 중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1명은 재판에서 제외됐다.

판결을 접한 누리꾼들은 ‘죄질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해자들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되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소년원에 갔다 오는 것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누리꾼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가해자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처벌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소년법에 대해 알고 있는 현대 청소년들이 도리어 나이를 무기로, 소년법의 솜방망이 처벌을 방패삼아 계획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다 보니 교화와 개선이라는 취지의 소년법이 도리어 가해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김영은씨는 “피해자는 사건 후유증으로 평생 동안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반면, 가해자는 어린 시절 실수로 치부하고 떳떳하게 살아간다. 과연 이것이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애경씨는 “가해자는 범죄를 저지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범죄를 당할지, 말지를 선택 할 수가 없는데도 결국 피해자가 죄인 같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을 요청하는 청원들이 쇄도했다.

소년법의 ‘모순’이 알려지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년법 폐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소년법 폐지’ 혹은 ‘개정’에 대한 청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고 있다.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35만 명이 넘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1호 역시 소년법과 연관된 만큼 국민들은 소년범죄에 대한 심각성과 소년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성숙치 않은 상태에서 어른 못지않은 물리적 파괴력을 지닌 소년들에게 ‘소년법’이 자칫 어린 나이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전락해 아이들을 분별력 없게 만들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최영범 인턴기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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