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벨베디아교육대학교 총장 줄리아나 루라마이 음보파나

7월 14~21일, 제6회 세계 대학총장 포럼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음보파나 총장. 인생을 살면서 조력자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20년간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음보파나 총장은 2016년부터 벨베디아교육대학교 학생들에게 마인드교육을 전하기 위해 신입생교육에 ‘1박 2일 마인드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난 7월 17일, 섭씨 31도를 웃도는 아프리카만큼 뜨거운 부산의 뙤약볕 아래 만난 음보파나 총장은 리더다운 카리스마와 학생 같은 천진난만함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한국의 첫인상이 어떻냐고 묻자, ‘원더풀’을 외치며 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정과 발전된 도시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답했다. 벨베디아교대 졸업식 연설에서도 마인드교육을 언급했을 만큼 그녀는 마인드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 마인드교육을 배우기 위해 그녀는 두 번이나 비행기를 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줄리아나 루라마이 음보파나 총장. 궤루교육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중등학교 교사를 역임했다. 이후 국립 짐바브웨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를 취득한 뒤 17년간 대학에서 강의했다. 2014년부터 벨베디아교육대학교(벨베디아교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사진 박수정 기자)
줄리아나 루라마이 음보파나 총장. 궤루교육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중등학교 교사를 역임했다. 이후 국립 짐바브웨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를 취득한 뒤 17년간 대학에서 강의했다. 2014년부터 벨베디아교육대학교(벨베디아교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사진 박수정 기자)

한국의 독자들에게 벨베디아교대를 소개해주세요.

‘교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벨베디아교대는 선생님들을 양성하는 학교입니다. 대학에서 2년 혹은 4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오는데요. 과학, 수학, 예술 및 디자인, 음식공학, 여행학과 및 호텔경영 등 다양한 전공과목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해서 전공지식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법을 배웁니다.
학과 중에 복지교육도 있는데 특히 이 학과에서 마인드교육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벨베디아교대 학생들이 마인드교육을 받고 선생님이 되면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가르칠 학생들이나 복지분야에서 종사하며 만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한국에는 어떤 계기로 오셨나요?

지난 2016년 (사)국제청소년연합IYF을 처음 만났습니다. IYF는 2001년 한국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70여 개국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는 세계적인 청소년단체인데요. IYF 짐바브웨 지부 관계자로부터 IYF가 실시하는 마인드교육에 대해 전해듣고 ‘이 교육은 나 자신과 벨베디아교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우리 학생 한 명이 자살을 했습니다.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인드교육을 들었더라면 자살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이후 IYF 짐바브웨 지부와 함께 다양한 일을 하다가 한국서 열리는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 대해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마인드교육을 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한국으로 왔습니다.

음보파나 총장은 중등학교와 대학에서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 온 교육자 출신이다. 벨베디아교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선생님이 되어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니, 그녀는 한마디로 ‘선생님을 가르치는 선생님’인 셈이다. 문득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사상像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교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회에서든 교사는 학생, 나아가 사회구성원들에게 모범이 되길 바랍니다. 각자가 소속된 사회의 문화나 규범에 따라 예의 바르고 격식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교사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갖고, 자신이 가르칠 분야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교사의 자질 중 하나가 사회의 문화와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라면, 짐바브웨만의 특수한 문화나 규범은 무엇입니까?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연장자를 공경하고, 예의바르고 겸손한 행동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 문화를 ‘우분투ubuntu’라고 부릅니다. 아프리카에는 ‘우분투’라는 말이 있는데 의미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입니다. ‘우분투’ 정신을 따라 타인과 연장자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애국심도 빠질 수 없습니다. 짐바브웨 사람으로서 반드시 애국심을 가져야 하고 국가와 문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극에 달하고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우분투’ 정신은 퍽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음보파나 총장은 짐바브웨의 공용어인 쇼나어로는 우분투를 ‘운후unhu’라고 읽는다며 종이에 철자를 적어주기까지 했다. 짐바브웨는 전체 인구의 83퍼센트가 기독교인일 정도로 기독교의 영향력이 큰 나라다. 기독교의 영향력은 교육분야에까지 미쳐 40세 이상의 흑인 지식층 대부분은 초등교육 과정을 미션스쿨에서 마쳤다고 한다. 음보파나 총장 역시 기독교 가정 출신으로 어린시절 기독교 학교를 다녔다.

총장께서는 어린 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기독교 집안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교사이자 감리교회 목사셨고 어머니도 교사셨습니다. 어릴때는 굉장히 밝았던 학생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기독교 원칙을 따른 생활입니다. 식사 전이나 자기 전에 항상 기도했고 일요일이 되면 교회에 갔습니다. 초등학교는 저희 부모님 슬하에서 와디라브초등학교를 5년간 다녔고, 감리교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2년간 다녔습니다. 그 후 정부에서 설립한 고로몬지기숙학교에서 6년을 공부했습니다. 기숙학교의 규율은 기독교 학교와 달랐습니다. 원래 저는 쉬는 날에는 교회에 갔었는데 기숙학교에서는 교회에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다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직업 중에 교사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교사가 되기로 계획했던 것은 아닙니다(웃음). 약사나 의사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싶었는데요. 공부를 하다 보니까, 특히 수학과 지리를 배우다 보니 지리학자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지리학과가 개설된 학교에 들어가려면 이학사bachelorof science 학위를 받아야 하는데 시험에서 낙제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은 제가 제 학창시절을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궤루교육대학교에 입학해 수학교육학을 배웠습니다. 궤루교대를 졸업한 뒤에는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교대에서 교수로 17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지요. 그 뒤에 부총장직을 거쳐 2014년 9월에 총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수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국립 짐바브웨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공부를 아주 잘하셨을 것 같은데, 시험에서 낙제하셨다니 뜻밖이네요.

물론 나중에 교사가 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그 전에 먼저 실패를 겪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공부에 도움이 안 되는 일에 시간을 많이 낭비했습니다. 결국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바람에 시험에서 낙제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이런 저의 실패담을 자주 이야기합니다. 교사가 된 뒤 제가 갔던 길을 따라가는 학생들을 보면 반드시 이야기해 줍니다.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면 자신이 달성하려는 목표를 절대 이루지 못한다”라고 말입니다.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올바르게 행동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7월 20일 대구 수성대를 방문했을 때 김선순 총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는 음보파나 총장.(사진 박수정 기자)
7월 20일 대구 수성대를 방문했을 때 김선순 총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는 음보파나 총장.(사진 박수정 기자)

‘실패’라는 과정을 거치며 총장직에까지 오른 음보파나 총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한다. 실패를 겪고 좌절해 있는 학생들을 볼 때면 그녀는 “내가 지금 총장 자리에 있다고 해서 삶에서 한 번도 실패를 겪지 않은 건 아니다. 새롭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면 마음을 다잡고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마음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고민이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십니까?

저희 학교에서는 교수들이 시험에서 낙제한 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줍니다. 시험을 본 학생들이 게시판의 합격자명단에 자기 이름이 없는 걸 보고 저를 찾아와 묻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제가 떨어진 이유가 뭡니까?” 그럴 때면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네가 이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세상이 끝난 게 아니야. 네가 다시 성취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어.” 그리고 제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내가 지금 총장 자리에 있다고 해서 삶에서 한 번도 실패를 겪지 않은 건 아니다. 새롭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면 마음을 다잡고 일에 집중하는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 목표를 위해 강인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다시 도전을 시작하려는 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할까요?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면 ‘도움을 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지역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게는 부모님이 가장 큰 도움을 주는 분들이었습니다. 이학사 학위 취득시험에 불합격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저는 ‘이제 선택권이 없어졌어. 난 뭘 해야 하지?’라고 고민했습니다. 그때 부모님께서는 “괜찮다. 문제에 연연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렴. 우리가 너를 도와줄게”라고 하시며 제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벨베디아교대에서는 교수들이 앞장서서 학생들의 조력자 역할을 해준다. ‘그런 만큼 벨베디아교대 재학생들은 아주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음보파나 총장은 말한다. 실제로 음보파나 총장은 직접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학생들을 위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문득 ‘내가 벨베디아교대에 다니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이론이나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따뜻한 심성을 갖춘 선생님이 될 수 있으리라. 매사에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음보파나 총장은 이번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

제6회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음보파나 총장.(사진 박수정 기자)
제6회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음보파나 총장.(사진 박수정 기자)

세계 대학총장 포럼 프로그램 중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진행팀의 질서가 잘 잡혀있는 점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언제나 제시간에 시작해 막힘없이 진행되어 정시에 끝날 정도로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었고요. 열심히 일하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심지어 제가공항에 도착한 뒤 ‘어디로 가야 하지?’ 하고 헤맬 때 이미 누군가 저를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포럼을 진행하고 참석자를 수행하는 대학생들 역시 마인드교육을 받았다니, 마인드교육은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마인드교육 전문강사님들의 강연도 굉장히 유익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강사님들의 차분히 듣다보면 저절로 제 지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내년부터는 가능하다면 짐바브웨 학생들도 이 포럼에 데려오고 싶습니다. 포럼에 참석한 학생들이 강연을 듣고 짐바브웨로 돌아가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마인드강연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짐바브웨 사람들은 ‘배움’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게 음보파나 총장의 말이다. 도시는 물론 농촌지역을 가더라도 국민들의 교육열이 유난히 강하다고 한다. 짐바브웨를 37년간 통치했던 로버트 가브리엘 무가베 대통령 역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해 1980년 독립 이후 교육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짐바브웨의 교육 여건 및 수준은 남부아프리카 지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최고수준으로 인정받아 왔다. 교육수준이 높은 짐바브웨 학생들에게도 마인드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인식한 음보파나 총장은 현재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마인드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마인드교육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마인드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학생들 중에 비행에 휩쓸려 올바른 선택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면 앞에서 말했듯 마인드교육이 필요합니다. 저희 벨베디아교대 학생들을 잘못된 일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재로 길러내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른 것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짐바브웨에서 한국까지는 비행기로 22시간이 걸릴 정도로 먼 거리다. 하지만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국이나 짐바브웨나 동일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포럼에 참여하는 음보파나 총장의 자세에서 학생들을 위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학생을 돌보는 총장이 있는 벨베디아교대 학생들은 그녀의 말대로 정말 운이 좋은 학생들이다. 문득 ‘내가 벨베디아교대 학생이라면 넘어지더라도 잡아줄 누군가가 있기에 무슨 일이든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짐바브웨 사람들의 자랑거리에 대해 묻자 그녀는 ‘강한 생존력’이라고 대답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내는 생존력이죠.” 그녀의 씩씩하고 쾌활한 성품이 어디서 왔는지 엿보이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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