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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 탈출하려면 아프리카 여행이 최고!
송태진 글로벌리포터 | 승인 2018.08.09 10:34

케냐에 살고 있는 필자는 ‘아프리카는 덥다’는 고정관념에 쉬이 동의할 수 없다.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넓은 대륙이며 그곳엔 매우 다양한 기후가 분포한다. 무조건 덥기만 한 게 아니다. 케냐는 대구의 여름보다 덥지 않고 서울의 겨울보다 춥지 않다.

가마솥더위에 푹 익혀지는 우리나라

올 7월 여름 더위는 지독히도 강렬한 폭염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표를 살짝 적시고 끝나버린, 이구아나 오줌 같았던 마른장마 이후 7월 내내 한반도에는 섭씨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가 이어졌다. 찌르는 듯한 태양볕에 습격당한 온열질환자가 1,500명을 넘어섰고, 끈적끈적한 열대야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도록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농작물과 2백만 마리가 넘는 가축은 더위로 인해 이미 세상을 떠났다. 8월에도 이 더위가 이어진다면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가마솥 찜통이 된 한반도를 탈출해 피서를 맛보려는 이들로 인천국제공항은 북적이고 있다. 올 여름 성수기 한 달 동안(7월 21일부터 8월 19일) 약 614만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역대 최다라고 하는 지난해보다도 11.8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태국이나 필리핀 같은 열대지방으로 피서를 간 사람들은 한국보다 동남아가 오히려 시원하다는 믿을 수 없는 여행 후기를 올리고 있다.

대구시의 한 백화점 앞에 설치된 대프리카 조형물.

올 무더위는 ‘몇십 년 만의 최고 기온’ 운운하는 전설의 대기록을 여러 번 갈아치우더니 급기야 ‘111년 만의 더위’라는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111년 전이라면 항일 의병운동이 한창이던 1907년인데 이런 엄청난 더위 속에서 전투하랴, 땀 닦으랴 우리 조상님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 싶었다. 해마다 덥다보니 언론에서 말하는 이상고온이라는 위로가 더 이상 와 닿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더울 거라면 병원비 나가기 전에 성능 빵빵하고 가격 저렴한 에어컨이나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아프리카는 정말 더운 곳일까?

부채질하기도 지치는 더위가 계속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입에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오르내렸다. 무더운 대구 날씨가 흡사 아프리카의 폭염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그 둘을 섞어 대프리카라고 칭한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녹아내린 빨간 고무 대야 사진이나 아스팔트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삼겹살 영상 등 믿기 힘든 대구의 폭염상이 공유되었다. 한국의 지독한 여름 더위 속에서도 대프리카의 위상은 유독 특별했다.

그렇다면 과연 아프리카는 대구처럼 더운 곳일까? 적도가 대륙 중심을 지나가는 아프리카는 전체적으로 열대성 기후를 띤다. 북부 사막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서부 해안지대도 후끈하다. 다수의 시각매체에 등장하는 아프리카의 전형적인 이미지—광활한 지평선과 붉은 하늘, 그리고 그 위에서 타오르는 샛노란 태양은 아프리카가 엄청 더운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단단하게 만든다. 아프리카 가봉에서 의료봉사로 헌신한 슈바이처 박사는 저서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를 통해 머리를 가려주는 헬멧 없이 아프리카의 햇볕을 그대로 쬐면 심각한 열병에 걸릴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다. 그만큼 적도 부근의 아프리카가 뜨거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라고 해서 모든 지역이 그렇게 더운 건 아니다. 케냐에 살고 있는 필자는 ‘아프리카는 덥다’는 고정관념에 쉬이 동의할 수 없다.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넓은 대륙이며 그곳엔 매우 다양한 기후가 분포한다. 무조건 덥기만 한 게 아니다. 케냐는 대구의 여름보다 덥지 않고 서울의 겨울보다 춥지 않다. 건기와 우기를 거치며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대체로 우리가 좋아하는 5월의 봄 날씨가 연중 지속된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사무실에는 한낮에도 에어컨을 켜는 곳이 거의 없다.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로 덥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늘 아래 있으면 서늘하기까지 하다. 가장 더운 시기에도 긴팔 셔츠에 코트를 갖춰 입는 사람이 많다. 케냐인들은 서늘하다 싶으면 오리털 잠바에 털모자와 목도리까지 두른다. 필자도 종종 추운 밤이 되면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장판을 꺼내어 틀고 잔다. 당연히 케냐에서 열대야를 경험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케냐는 1,000미터 이상 높은 고원지대가 많아 전체적으로 쾌적하고 선선한 기후를 보인다.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 찾아온 여행객들.

실제로 수은주를 비교해보자. 더위가 한창 심하던 7월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5도를 가볍게 넘긴 날이 흔했고 38도 이상 오른 날도 많다. 7월 27일에는 무려 39.2도까지 치솟았다. 최저 기온은 25도 전후로 움직였다. 더위로 악명 높은 대프리카의 여름 기온은 어림잡아 가장 더울 때 38도 이상, 서늘하다고 하더라도 25도 정도였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40도에 가까운 기록적인 더위가 지속되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케냐의 날씨는 어땠을까. 2018년 7월의 나이로비 날씨는 최고 기온이 20.6도, 최저 기온이 10.1도였다.

최고 기온이 무려 18도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구에서 가장 시원한 날이 케냐에서 가장 더운 날보다 더 더운 것이다. 케냐는 1년 중 가장 더운 날이라 해도 25도 정도일 뿐 대구처럼 39도까지 치솟는 일은 없다.
적도가 국토 중심을 지나고 있는데 어떻게 이처럼 시원한 것일까? 비밀은 고도에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는 해발 1,700미터 고지대에 세워진 도시다.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 도시가 있는 셈이다. 한여름이라도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가면 시원한 것과 같은 원리다. 케냐는 1,000미터 이상 높은 고원지대가 많아 전체적으로 쾌적하고 선선한 기후를 보인다. 케냐뿐 아니라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고산지대에 있는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해안만 벗어나면 매우 쾌적하고 시원한 날씨를 보인다. 아프리카 케냐의 기온이 대구의 여름보다 무려 18도 이상 낮다는 재미있는 현상. 감히 대프리카라고 부르기가 머쓱해지는 결과다.

시원한 아프리카로 피서 가자

아프리카는 넓은 대륙이다. ‘더운 땅’이라는 작은 고정관념에 담기에는 너무나 다채롭다. 동부 아프리카뿐 아니라 남부 아프리카도 시원하다. 지중해성 기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눈도 자주 내리고 심지어 바닷가에는 남극에서 놀러온 펭귄도 있다. 매우 시원하고 쾌적한 날씨가 연중 계속된다. 서양인들이 일찍부터 남부지역에 자리 잡았던 데에는 이러한 축복받은 날씨도 중요한 이유였다.

아프리카에는 아름다운 관광지도 많다. 국민 다큐멘터리라고 불리는 ‘동물의 왕국’의 주 무대인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이 탄자니아와 케냐에 있다. 광활한 평원 위에서 각기 평화를 즐기며 노니는 수많은 동물들의 모습은 방문객의 경탄을 자아낸다. 야생 동물이라곤 고라니와 길냥이 밖에 남지 않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에덴동산이라고 할만하다. 세렝게티는 탄자니아 아루샤를 거쳐 3일 정도면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마사이 마라 역시 나이로비에서 출발해 3일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관광이 가능하다. 물론 제대로 보려면 3일이 아니라 몇 년을 투자해도 모자라겠지만 간단한 체험 정도로는 괜찮다. 사파리 자동차를 타고 넓은 초원을 달리며 동물을 찾다보면 나 또한 자연 속에 있는 한 마리 야생 동물이 된 것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산. 우리에게는 만년설로 잘 알려져 있다.

케냐와 탄자니아의 접경지에 위치한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산의 만년설도 유명하다. 우리에게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는, 표범이 굶어죽었다는 그 산 말이다. 5,000미터가 넘는 고봉의 정상에는 만년설이 켜켜이 쌓여 빙하를 이룬다. 킬리만자로 산뿐만 아니라 케냐 산이나 루웬조리 산 등 높은 산에 가면 하얀 눈이 봉우리를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적도에서 볼 수 있는 눈은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러한 높고 아름다운 고봉들은 대부분 등반코스가 잘 마련되어 있다. 각 산마다 근처에 있는 도시에 등반 관련 업체들이 있어서 산을 오를 때 필요한 장비나 인력, 법적인 문제들을 간단히 해결해준다. 킬리만자로 산은 경사가 완만해 5,000미터급 산 중에는 오르기가 쉬운 편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이나 연인들이 함께 산을 오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산에 오르고 다시 하산하는 데는 개인의 체력 차에 따라 4일에서 6일 정도가 걸린다.

이외에도 여러 매력적인 여행지가 사람들을 기다린다. 사방을 물보라로 가득 채우는 거대한 빅토리아 폭포, 바오밥 나무가 매력적인 마다가스카 섬 같은 멋진 자연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에는 가족들이 휴양을 즐길 멋진 리조트가 즐비하다. 예전부터 아프리카는 서양인들의 휴양지였기에 시설은 부족하지 않다. 또한 설명이 필요 없는 이집트 피라미드나 말리의 젠네 사원 같은 오래된 역사 유적도 있다. 커피 애호가라면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커피농장 체험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아직 한국에는 아프리카가 잘 소개되어 있지 않다. 예전부터 내려온 통념에 따라 아프리카는 더운 곳, 가난한 대륙, 이상한 땅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만큼 단순한 곳이 아니다. 아프리카는 매우 다양한 문화와 삶이 형형색색으로 조화되어 숨쉬는 멋진 곳이다. 내가 갖고 있던 틀을 넘어서 새로운 아프리카를 만나는 즐거움은 꽤나 재미있다. 지구촌 시대에 맞춰 우리 한국인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먼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다른 이들을 알아야 그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사업도 할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올 여름 대프리카를 벗어나 시원한 아프리카로 피서를 와보는 건 어떨까? 더 이상 대프리카라는 말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기 때문에.

송태진
YTN 아프리카 해외 리포터 및 케냐 현지 TV 방송국 GBS의 제작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아프리카 부룬디로에서 해외봉사한 이후 아프리카를 행복으로 가득 채울 꿈을 꾸고 케냐로 갔다. 아프리카의 각양각색 모습을 취재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머나먼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는 칼럼을 쓰고 있다.

송태진 글로벌리포터  impork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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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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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킬로만자로 2018-08-20 16:07:16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재미있네요... 그리고 유익했어요. 케냐 나이로비가 대구나 서울보다 시원하다는 사실 처음알았어요. 감사감사~!   삭제

    • 웃음천사 2018-08-09 16:27:53

      이구아나 오줌만큼 비가 왔다는 말에 박장대소했어요. 그 많은 동물 중에 왜 이구아나를 비유 했을까하고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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