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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봉사한 방준혁 "행복은 가면을 벗는 것"
방준혁 | 승인 2018.08.08 14:48

“준혁이는 말도 잘 듣고 시험도 잘 봤다는데 너는 왜 맨날 사고만 쳐!”
아주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하신 말이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기분이 좋았지만 계속해서 듣다 보니 나는 남들보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나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언제나 노력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착하고 성실하며 성격 좋은 친구로 남길 바랐고, 많은 친구가 날 착한 친구로 기억해 주었다. 착한 이미지를 가꾸는 것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웃고 있는 가면을 쓰고 있는 나, 그런 나 자신에게 모여든 친구들 ··.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믿었던 만큼 더 크게 느낀 회의감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ROTC에 지원했다. 친구들과 같이 준비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그렇지 못했다. 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ROTC 면접을 통과해야 했는데 면접시간이 갑자기 바뀌었다. 물론 변경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나도 잘못했지만, 내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면접을 보러 간 친구들에 대해 더 충격을 받았다. ‘내 주변에 진짜 친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어렸을 적부터 함께 지냈던 소꿉친구들은 다 이사를 가서 흩어졌고,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는 없는 것 같았다. 배신감도 들었고 회의감이 느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정작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잖아. 착한 게 무슨 소용이냐! 결국 혼자 아닌가?’
내 옆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다. 그때부터 학업에 대한 방향도 못 잡고 학교만 다녔다. 기계적으로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는 삶을 반복했다. 이런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군대로 도망쳤다.
그래도 군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이 맞는 친구도 생겼다. 부대원들도 ‘부대 안에 3대 천사 중 하나가 방준혁’이라며 무척 칭찬을 해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 친구들이 전역을 하고 나니 다시 연락이 안 되었다. 전역한 뒤, 입대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내 모습을 보고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싶어 다른 길을 또 다시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방에서 축구 동영상과 게임에 빠져 살았다.
어느 날 엄마가 나를 불러놓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네 일에 참견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게 사는 건 의미가 없어 보여서 참 안타깝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살지 말고 해외봉사라도 한번 다녀왔으면 좋겠다.”
평상시라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했을 테지만 스스로도 지금 상황을 벗어날 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에,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중국을 향해 해외봉사를 떠났다.

중국 난징 남공대학교에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 아카데미를 열었다. 한글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아녜요! 저 괜찮아요!

중국에서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치껏 해야 할 일들을 빠르게 하고 또 항상 밝은 표정으로 다니며 진짜 나를 잘 모르는 중국 사람들에게 ‘착한 가면’을 유지했다.
중국에 온 지 3주차, 장염에 걸렸다. 당연한 결과였다. 기름진 현지 음식을 먹고 찬물을 들이켰으니 탈이 날 만했다. 상태는 심각했다. 하루에 화장실을 스무 번 가량 왔다갔다 하며 설사를 했다. 자원봉사자들을 돌봐주는 현지인 선생님이 내 안색을 보고 걱정하셨다.

"중국에 온 지 3주 차, 나는 심한 장염을 앓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기름진 현지 음식을 먹고 따뜻한 차를 마셔야 하는데 찬물을 계속 들이킨 것이 원인이었다. 내 상태는 심각했다."

아침식사 시간에 제대로 숟가락질도 못하는 나를 보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셨다.
“표정이 굉장히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불편한 데 있니? 혹시 중국 생활이 힘드니?”
“중국음식에 적응 중이라서 그래요, 그냥 별거 아녜요, 저는 정말 좋아요. 중국음식 정말 맛있어요.”
선생님이 날 챙겨주는 것이 너무 죄송스럽고 미안해서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했다.
“아무래도 네 안색이 굉장히 안 좋아 보이는데, 정말로 괜찮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도 해외봉사의 묘미 아닌가요? 이렇게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을 거예요. 화장실 왔다갔다 하는 것만 조금 귀찮지, 아프지 않아요!”
걱정 끼쳐드리기 싫었고 짐이 되기 싫었다. 항상 잘하고, 함께 지내기 편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음 날 나는 누워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며칠 뒤 우리 난징 자원봉사자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지부장님이 확인차 들리셨다. 나는 2층 내 방에서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을 두 겹으로 덮은 채 앓고 있었다. 지부장님께서 들어오셨다. 멀쩡한 척 나는 벌떡 일어나서 “안녕하세요.”하고 밝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중환자 같은 모습으로 누운 채로 얼굴만 내밀고 지부장님께 인사를 했다.

“어···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야, 왜 누워 있어?”
“그냥 배가 좀 아파서 누워 있어요.”
“아니 배만 아픈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정확히 증상이 어떤데?”
더는 숨길 수 없었다. 지부장님은 한국사람이니까 한국말로 모든 증상을 말했다.
“다리 힘이 없어서 걸어 다닐 수도 없고,밤새 화장실에 왔다갔다 하고, 밥을 안먹어도 하루에 화장실을 스무 번 이상 가고, 밥을 한 숟가락만 먹어도 화장실에 가요. 항상 화장실에 가려고 대기하고 있어요.”
지부장님은 약을 먹었냐고 내게 물어보셨고, 나는 안먹었다고 대답했다. 지부장님은 몸조리 잘하라고 말씀하시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잠시 뒤에 소리가 들렸다.

“지금 아이가 걷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데 왜 말을 안했어요?”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바람에 선생님께 피해를 준 것 같아서 죄송했다. 사과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며칠 뒤 상태가 좀 나아지자, 나는 당장 가서 선생님께 사과하려고 했지만 중국어를 거의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 유학생 친구에게 중국어로 사과하는 법을 물어봤다. 하지만 도리어 이상한 질문이 되돌아왔다.

더 이상 착한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형은 누구를 위해서 사과하려는 거야?”
“뭐라고?”
“형한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형이 해외봉사를 처음 왔을 때 뭐든지 하겠다는 열정을 보여줬었잖아.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형은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열심히 한 것 같아. 나는 한 번도 형이 봉사활동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 표정을 본 적이 없어. 형은 좋고 착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 왜 그렇게 사과를 하고 싶은지 궁금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해외봉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교류하는 건데 형이 계속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면, 그럴수록 다른 사람들과 진심으로 사귈 수 없을 거야.”

나는 확실히 나 자신을 위해 선생님께 사과하고 싶었다. 죄송한 마음보다 선생님이 나를 안좋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사과하고 싶었다. 내 마음의 정체를 알고 난 후, 나는 흔쾌히 사과할 수도 없었다.
대신 선생님께 나의 마음을 모두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자신이 돌봐주지 못해서 벌어진 일로 생각하시고 오히려 나에게 미안해하고 계셨다. 그 이후로 나는 어눌한 실력이지만 중국말로 선생님과 자주마음의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더는 착한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을때 진정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배웠다.

가면을 벗고 나를 찾다

“여기선 팔을 왼쪽으로 뻗는 게 아닌가요?”
“내가 실수했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다음 동작이 뭔지 혹시 기억하니?”
이젠 완벽해 보이려는 가면을 벗고 진짜 방준혁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내가 잘하고 완벽하게 댄스를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수하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학생들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갔을 때 진정한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24년간 쓰고 있던 나의 가면을 벗겨내고 진실된 나를 찾아 준 굿뉴스코 해외봉사,나는 학생들과 살아 있는 표정으로 행복하게 춤을 춘다.

방준혁씨는 해외봉사활동 후 올해 초 귀국해 함께했던 단원들과 함께 귀국발표회를 가졌다. (사진 홍수정 기자)

방준혁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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