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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중, 환자의 아픔이 더위를 잊게 하다[특집] 무더위 속 특별한 여름나기 스토리 ⑤
김소리,고은비 기자 | 승인 2018.08.08 12:45

여름에 가면 좋은 베스트 해외여행지는 어디일까? 안현중 씨는 태국, 하와이, 북유럽의 그림 같은 나라들 못지않은 곳이 있다고 하며 세계지도에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를 가리켰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코트디부아르의 환자들을 위해 땀 흘리고 봉사한 1주일간의 여행. 그 여행이 가슴 뛰도록 행복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간호’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가진 안현중 씨는 여름을 부룰리 궤양에 감염된 환자들을 돌보며 시작했다. 행복한 여름을 보내려면 의료봉사에 참여해 보라고 조언했다.

과감한 결정!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내왔다. 올해 간호사 5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고, 그 마음은 점점 커져갔다. 그런 즈음 ‘굿뉴스의료봉사회’라는 NGO단체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침 병원을 잠시 쉬고 있었던 터라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7월에는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뜨거운 봉사활동을 펼치자고!

설레다
해외 의료봉사활동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생 시절 필리핀 다구판에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며 더위나 열악한 조건과 상관없이 보람과 행복을 느꼈었다.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 간호사가 되면 정식으로 봉사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코트디부아르에 간다고 생각하니 준비하는 내내 설레었다.

준비물은?
처음 가는 나라여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음식이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에 고추장과 컵라면부터 챙겼고 우산과 비옷도 잊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불편한 게 별로 없었다. 바람이 솔솔 부는 날씨에 평온해 보이는 도시. 코트디부아르의 첫인상은 ‘트레 봉(불어로 아주 좋다는 뜻)’이었다.

화려한 환영식
수도 아비장의 호텔은 시설이 아주 좋고 와이파이 연결도 잘 되었다. 침대에서 잠시 쉬었더니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가 금세 풀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생프라’라는 시골 마을로 이동했는데 그곳에서 의료봉사단을 맞는 환영식과 의료기기 증정식을 열어 주었다. 현지인들이 끊임없이 춤을 추며 우리를 반겼고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연거푸 낭독했다. 나는 수줍음이 많은 편이지만 춤과 노래가 흥겨워서 다른 봉사단원들과 함께 앞에 나가 춤을 추었다. 의료봉사활동은 그렇게 축제로 시작되었다.

현중은 봉사 중
나는 부룰리 궤양 치료실에서 일했다. 부룰리궤양은 ‘마이코박테리움 얼서란스’라는 세균에의해 발병되는 감염병으로 주로 팔이나 다리에 감염된다. 균이 피부에 침투하면 근육과 뼈까지 파고들어 악화되면 신체의 일부를 절단해야하는 무서운 병인데, 전 세계 환자 중 41퍼센트가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이라고 한다. 나는 드레싱을 해주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을 맡아 했다. 코트디부아르는 불어를 쓰는데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 온몸을 사용해 환자들과 의사소통했다. 말로만 듣던 부룰리 궤양을 실제로보니 너무 심각했다. 궤양이 심해져서 조직이 다 보이는 환자에게 드레싱을 해주고 궤양 부위의 사진을 찍은 후 한국에서 가져간 SRM의 복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 오라고 했다. 상처가 심한 환자들을 보니 현지에 상주하며 간호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환자들을 현지 간호사와 연결해주고 SRM을 공급해주기 위해 연락처를 받았다.

부아케에서의 만남
‘부아케’ 시에서 부룰리 궤양에 걸렸다가 나은 소녀 플로렌스를 만났다. 2012년에 의료봉사단을 만나 그때부터 SRM을 꾸준히 복용해 왔는데, 당시에는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상처가 심했다고 한다. 깊고 넓게 퍼져 있던 궤양이 깨끗이 나아 잘 걷고 잘 뛰어다니는 아이를 만나니 기적을 보는 듯 신기했고, SRM을 보내주시는 황효정 원장님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이렇게 기쁜데 플로렌스는 얼마나 행복할까? 부아케에서 양쪽 눈 주변에 부룰리 궤양이 생긴 남자아이도 만났다. 눈이 흉측해져서 늘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이고 다녔는데, 눈 주위를 드레싱 해주고 약을 주었다. 이 아이도 몇 년 후에는 깨끗이 나아 모자를 벗고 웃으며 다닐 것을
기대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뜻밖의 초대
부아케 시에서 뜻밖의 대접을 받았다. 니콜라 지보 부아케 시장님이 의료봉사단의 활동을 고마워하시며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신 것이다. 궁궐 같은 시장님 댁에서 양고기를 메인으로 한뷔페 요리를 먹었다. 한국에서 양꼬치는 먹어봤지만 양고기를 통째로 구운 요리는 처음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하루의 고단함이 모두 풀리는 느낌이었다.

2012년에 굿뉴스의료봉사회를 만나 꾸준히 치료받은 후 부룰리궤양에서 나아 건강하게 지내는 소녀 플로렌스. 의료봉사회 황효정 부회장은 플로렌스에게 손톱깎이 세트를 선물로 주며 반가워했다.

행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코트디부아르에서의 의료봉사는 어떤 해외여행 못지않은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그 이유를 정리해 보면 첫째, 우기에 가서 걱정을 했지만 신기하게 우리가 잠자는 시간에만 비가
오고 활동할 때는 날씨가 아주 맑았다.
둘째,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은 정말 겸손했다. 드레싱만 해주어도 굉장히 고마워했는데, 사랑을 주면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병원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모든 게 갖추어진 환경에 살면서도 불만이 많았던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셋째, 하루 일과가 끝나면 땀 흘리며 함께 일한 의료인들과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한마음이 되어 노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발표하고 느낀 점을 공유하는데, 서로 친해지
고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어 좋았다. 각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라디오 출연
지인 중에 영주FM 라디오 방송 앵커가 있다.
그분이 나를 방송에 초청하며 봉사하고 온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영상 기자로 코트디부아르에 함께 갔던 윤현우 씨와 라디오에 출연했다. 우리가 나온 프로그램은 <힐링 중심 행복 도시, 감성 공감>이었는데, 의료봉사회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부룰리 궤양에 감염된 사람들의 실태와 SRM을 개발해 아프리카 환자들을 치료하는 봉사단의 한국 의료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할 말이 너무 많아 총 세 시간을 녹음했는데, 방송국 측에서 2회 분량이될 정도로 많은 내용이라고 했다.

버킷 리스트 추천!
의료봉사는 중독성을 가진 것 같다. 자꾸 생각나고 또 가고 싶으니 말이다. ‘한여름 아프리카 의료봉사’는 여행 버킷 리스트에 꼭 올려야 할 항목이다.

의료봉사단에게 칫솔을 선물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김소리,고은비 기자  sori3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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