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무더위 속 특별한 여름나기 스토리 ①

가마솥 더위, 최악의 폭염, 역대급 무더위!
올여름 대한민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에 많은 사람들이 더 시원한 곳, 더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휴가를 떠났다. 투머로우 독자들은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더위를 날려버리고 행복한 여름을 보냈다는 5인의 스페셜 스토리를 모았다.

이번호 표지에는 해가 뜨고 있는 이른 아침부터 부산 해운대 백사장을 뛰고 있는 김진광 씨의 모습을 담았다.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부경대학교 체육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으며, 전주 마라톤 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소 달리면서 생각하고 꿈을 꾼다고 한다.  ⓒ투머로우
이번호 표지에는 해가 뜨고 있는 이른 아침부터 부산 해운대 백사장을 뛰고 있는 김진광 씨의 모습을 담았다.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부경대학교 체육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으며, 전주 마라톤 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소 달리면서 생각하고 꿈을 꾼다고 한다.  ⓒ투머로우

김진광씨, ‘암 환우를 위한 부산·서울간 국토종단’ 완주하다

7월 4일 오후 6시. 장맛비는 잠시 그쳤고, 기자는 서울역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거의 다 왔어요. 힘내세요!”
두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한 청년이 마지막 도착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완주를 축하하는 소박한 공연이 열렸고, 그는 아버지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열흘간 부산에서 서울까지 뜨거운 태양과 비 아래 달리며 자신과의 긴 싸움을 마친 김진광 씨가 그날의 주인공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종단을 마친 소감이 어떠세요?
말 그대로 너무 감격스럽고 행복합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두려움과 계속 싸우며 달렸거든요. 힘든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도 감사하지만 순간순간 제 마음속에 생겨났던 두려움을 이겨내고 완주했다는 점이 가장 기쁩니다.

부산·서울간 종단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것도 무더운 7월에 말이죠.
무엇보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하는 도전으로 불가능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들, 특히 암과 싸우는 환자 분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고요. 그게 제 목표였습니다. 올해 1월에 저희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를 잃은 뒤 슬픔 속에 빠져 몇 달 동안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지냈죠. 무얼 해도 무기력했고 마음에 절망만 가득했어요. 한번은 어머니가 다니시던 병원 원장님을 만났는데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암은 치료하기가 힘든 병으로 알려져 있지. 실제로 의학적으로도 한계가 있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 나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절망한다는 점이네.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면 면역력마저 떨어지고 말지. 같은 암 환자더라도 희망을 가진 사람들은 다르다네. 밝게 살면 면역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절망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어. 자네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네.” 제 생각을 바꿔 준 이야기였습니다.

희망을 품은 사람은 다르게 산다는 원장님의 이야기가 김진광 씨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암 환자와 그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라고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떠올린 도전이 4,500킬로미터 거리의 ‘미대륙 종단’이었다고. 그리고 그 꿈을 향한 첫걸음으로 이번 ‘부산·서울간 종단’에 도전한 것이다.

첫 도전인데 550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리셨어요.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네.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이다 보니 여러 가지면에서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첫날 33도를 웃도는 날씨에서 몇 시간을 달리니까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근육에도 무리가 가서 결국 처음 도착지까지 상당히 긴 거리를 걸어가야 했죠. 그래도 멈출 수는 없어서 중간중간 다리를 풀어주며 계속 달렸습니다. 나중에는 아픈 단계를 넘어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질 정도였죠. 하루하루가 저의 한계와 마주해야 하고 그 한계를 넘어가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부터는 탄력이 조금 붙긴 했지만 또 다시 고비가 찾아왔죠. 가장 힘들었던 곳은 문경새재에서 충주까지의 코스였습니다. 48킬로미터 거리로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548미터 높이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야 했죠. 자전거 애호가들에게도 3대 난코스로 꼽히는 곳인데, 그때는 정말 눈물이 날정도였습니다. 하하.

사점死點과 같은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냈나요?
종단을 시작하기 전, 저의 도전을 마음으로 후원해주시는 한 멘토 분께서 제게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감정이나 힘든 상황, 도착지까지 남은 거리 등에 휘둘리지 말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마음속에 떠올려보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하늘에서 보고 계신 어머니와 주위 분들이 해주신 격려의 메시지를 떠올렸지요. 종단하는 중에도 응원해주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눈물은 마지막 도착지인 서울역에서 다 쏟아내자!’ 마음먹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너무 기뻐서 울지 못했습니다.

뛰면서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열흘 동안 달리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사람들을 만날 때였습니다. 하루는 한 푸드트럭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사장님이 자신의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키우시면서 세상 사람들이 가진 편견, 고정관념에 맞서 싸워온 인생 경험담을 말씀해 주셨죠. 그리고
진심으로 저를 응원해 주셨어요.
또 이번 종단은 ‘감사’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파이팅을 외쳐주시며 음식을 덤으로 주신 식당 사장님, 시원한 음료수를 몇 병이고 꺼내가방에 넣어주신 아주머니, 숙박료를 깎아주신 여관 사장님,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원한 물을 준비해주는 스태프 분들….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 종단을 하는 게 꿈이라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2012년에 미국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로스앤젤레스에서 텍사스까지 차로 꼬박 이틀간 횡단을 한 적이 있는데, 지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떠 있는 듯한 구름과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사막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놀랍기까지 했어요. 매일 몇 시간씩 창 밖만 바라보며 ‘언젠가는 이곳에 꼭 다시 와야지’라고 생각했죠. 그때의 마음이 미국 종단을 계획하게 했습니다.

미국 종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나요?
내년 초에 할 계획인데 아직 자세한 일정까지 잡지는 못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출발해 오하이오, 인디애나, 일리노이,아이오와, 미주리, 캔자스, 콜로라도, 유타 주州를 거쳐 LA영사관까지 가는 것이 제 목표인데요. 총 4,500킬로미터의 거리를 하루에 50킬로미터씩 가면 3개월이 걸려요.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고 불가능한 것은 가능하게 하기 위한 거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게 제가 미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배운 정신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주州를 거쳐 달리면서 병원들을 방문할 계획이고 그곳에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 저는 지금 아마추어 선수가 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종단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뿐이지요. 세상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암을 치료하는 일 또한 그렇고요. 여러분 마음에 새 힘과 희망이 오면 암에서도 완치될 수 있고 한계를 넘어 불가능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제게 있는 희망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라고 말이죠.

눈물은 마지막 도착지인 서울역에서 다 쏟아내자!’  마음먹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너무 기뻐서 울지 못했습니다. (사진 안경훈 기자)
눈물은 마지막 도착지인 서울역에서 다 쏟아내자!’  마음먹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너무 기뻐서 울지 못했습니다. (사진 안경훈 기자)

김진광 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자주 마음속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될까, 안 될까?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가능성을 계산하며 도전해야 할 일들을 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보게 된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담을 느끼며 미뤄두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그의 550킬로미터 종단을 기억하며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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