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척점에 위치해 있어 날씨도, 시간도 정반대인 나라 파라과이.

살을 에는 듯한 겨울 바람이 한국에 불어 닥칠 즈음, 파라과이의 모든 관공서와 상점은 뜨거운 태양볕을 피해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문을 닫는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 파라과이 국민들은 이 시간 낮잠을 자는데, 이 문화를 ‘씨에스따(Siesta)’라고 일컫는다.

최고 42도까지 치솟는 파라과이의 여름. 국민들은 씨에스타를 비롯해 나름의 노하우로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는데 ‘떼레레(Tereré)’라고 불리는 차(茶) 문화도 그 중 하나이다.

더위를 이기는 파라과이의 차(茶) 문화 '떼레레' ⓒ박정우 글로벌리포터
더위를 이기는 파라과이의 차(茶) 문화 '떼레레' ⓒ박정우 글로벌리포터

떼레레는 더위를 이기는 데 효과가 있는 다양한 약초를 이용해 만드는데, 가장 대표적인 재료인 제르바(Yerba)는 여러 종류의 마른 약초 잎들을 으깬 것이다. 이를 차가운 물에 타서 마시면 소화작용에서부터 이뇨작용, 정혈작용까지 몸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다양한 작용을 한다.

인구의 40% 이상이 극빈층인 파라과이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구하기 쉽고 값도 싼 떼레레는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현지인들에게 훌륭한 보신차가 된다.

그러나 떼레레를 처음 마시는 외국인들은 차를 음용하는 방법을 확인한 순간, 마시기를 망설이게 된다. 구암빠(Guampa)라는 소뿔이나 나무로 된 컵에 봄빌랴(Bobilla)라고 불리는 빨대를 꽂아 여러 사람이 한 개의 빨대로 나눠 마시기 때문이다. 앞 사람이 한 모금을 빨아 마신 후, 다시 컵에 물을 부어 옆 사람에게 넘겨주는데 이는 마치 인디언들이 돌려가며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파라과이 국민들은 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언제 어디서든 떼레레 컵을 가지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과 차를 나눠 마신다. ⓒ박정우 글로벌리포터
파라과이 국민들은 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언제 어디서든 떼레레 컵을 가지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과 차를 나눠 마신다. ⓒ박정우 글로벌리포터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이 문화가 현지인들에게는 ‘가장 사랑하는’ 그들의 문화이자 삶 그 자체이다. 학교에도, 일터에도, 심지어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에도 늘 떼레레 컵을 가지고 다닐 만큼 떼레레를 향한 이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중남미 대륙의 어느 나라에서든 떼레레 컵을 가지고 다니는 이들은 99% 파라과이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말이다.

한국에 정(情) 문화가 있다면, 파라과이에는 떼레레가 있다. 하나의 컵, 하나의 빨대로 여러 사람이 나눠 마시는 이 문화는 어떤 사람에게든 먼저 마음을 열고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그들의 국민성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

최근 한국에서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파라과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과 모든 것이 정반대이면서, 한국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특유의 문화를 가진 나라, 그러나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만큼은 한국과 닮은 나라, 파라과이.

앞으로 필자가 소개할 다소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파라과이의 다양한 문화를 통해 많은 한국인들이 ‘미지의 나라’ 파라과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아순시온(파라과이)=박정우 글로벌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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