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을 만나봐도 수학은 어렵다고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런데 이 부담이 사람의 사고를 멈추게 합니다. 수학이란 말만 들어도 사고를 멈추고 더 이상 생각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 이른바 ‘수포자’가 되는 겁니다. 수학책에 손을 대지도 않습니다.

신기한 것은 먼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학생들도 똑같다는 겁니다. 저는 해외봉사단으로 탄자니아에 가서 시골마을에서 중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탄자니아 시골 학교는 정말 환경이 열악합니다. 학교에 등록된 학생이 400명이지만 실제로 등교하는 학생은 약 200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집에서 농사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돕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학교에 놀러간다고 생각해,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와도 교재가 없어 교과서를 받아 적는 것이 수업의 전부입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받아 적기만 하는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꿈을 물어봤습니다. 대부분 농부, 운전기사 같이 그 마을 안에서 할 수 있는 꿈을 가지고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수업 중간에 어떤 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멍청해요. 그래서 수학공부를 못해요!” 제가 뭐라고 했을까요? “나가!” 수업이 끝나고 학생을 불러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공부를 못 하겠어요. 수업내용도 이해가 안돼요. 그래서 공부 안 할 거예요.”

저는 학생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너를 가르치려고 한국에서 탄자니아까지 스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어. 내가 그냥 왔을까? 너를 위해 수업할 준비를 해 왔어. 내 말을 믿고 그대로 해 봐. 그럼 너는 수학을 잘할 수 있어.”

다음 수업시간 책을 펴기 전, 학생들에게 한 가지를 먼저 가르쳤습니다. “아미니 투Amini tu!” 탄자니아 스와힐리어로 “그냥 믿어”라는 뜻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이해가 가지 않아도 그냥 해봐. 어려워서 안 될 것 같지만 그냥 믿고 해봐. 아미니 투! 해보면 배울 수 있을 거야” 그날부터 학생들 사이에 ‘아미니 투’가 유행어가 됐습니다. 힘들어 하는 아이가 있으면 옆에서 다른 친구가 ‘아미니 투’ 하고 이야기해 주면서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분위기도 좋아지고,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시험을 봤습니다. 평균 20점 받던 아이들이 평균 10점을 받았습니다.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답을 찍어서 20점 받던 아이들이 문제를 풀어서 10점 받았기 때문입니다. 부담 앞에 주저하던 아이들이 부담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수는 30점, 50점, 80점까지 올라갔습니다. 아이들이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도전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분위기가 바뀌면서 학생들이 점점 더 자주 학교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20점밖에 못 받던 아이들이 8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집에 가 부모님께 자랑했습니다. 학교에 관심 없던 부모님들도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학교에 보냈습니다. 수업 시간에 받아 적기만 하던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질문하며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수동적으로 수업만 하던 선생님들 역시 더 본격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학생들의 변화를 본 교장선생님은 어떻게 수업하는지 궁금해서 수업을 참관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시골학교에서 꿈없이 살던 학생들이 꿈을 가지고 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 세계를 상대하는 사업가가 될 꿈을 품었습니다. 현재 아이들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해서 계속해서 꿈을 이뤄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수업을 잘해서 학생들이 공부를 했을까요? 아닙니다. 학생들이 전에는 부담 때문에 도전하지 못했던 문제를 “아미니 투!” 하면서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믿는 마음이 생겼고, 그 신뢰가 학생들에게 강한 마음을 키워주었습니다. 그리고 수학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도전은 수학 외에도 다른 과목에도 이어졌고, 학생들은 삶 속에서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갔습니다. 마음이 강한 멘토와 절대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될 때 강한 마음이 생깁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부담에 도전할 힘을 주고, 그 도전이 삶을 바꿔갑니다. 혹 여러분도 “아미니 투”하면서 따를 멘토가 있나요? 그 멘토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장은진
전북대에서 수학과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시절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으로 부르키나파소를 다녀왔고, 졸업 후에는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탄자니아를 다녀왔다. 현재 탄자니아 관련 사업체에 입사해 기술영업직을 맡아 아프리카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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