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What You Hear

영어에 ‘You are what you eat’라는 격언이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의미다. 당연한 이야기다. 음식은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연료이자 인체 각 기관을 구성하는 재료 아닌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음식으로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당연히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최근 인스턴트식품이나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생식이나 자연식을 실천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이런 사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방증이다.

필자는 이 말을 살짝 바꿔 ‘You are what you hear내가 듣는 소리가 나를 만든다’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몸과 정신으로 이뤄진 존재다. 무엇을 먹느냐가 몸을 만든다면, 무엇을 보고 듣고 접하느냐는 정신을 만든다. 필자는 음향 엔지니어인 만큼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소리는 물체의 진동振動에 의해 발생한다. 흔히 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데, 진동수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결정된다. 같은 시간에 진동이 많을수록 고음, 적을수록 저음이 된다. 진동수를 재는 단위는 헤르츠Hz로, 100헤르츠라면 1초에 100번을 진동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20~20,000Hz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를 가청주파수라고 한다.

우리가 듣는 소리가 정서나 심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클래식음악을 들으면 지능과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활발해지고 마음이 안정된다는 이른바 모차르트 이펙트Mozart effect다. 이탈리아 ‘로마 라 사피엔차대학교’의 월터 베루시오 교수팀은 2015년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평균 33세의 건강한 젊은이 10명과 평균 85세의 건강한 노인 10명, 그리고 인지기능이 떨어진 평균 77세의 노인 10명을 대상으로 수면뇌파를 측정한 것이다. 이들에게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곡을 들려준 결과, 77세 노인 그룹을 제외한 두 그룹의 뇌파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빗소리나 바람소리, 파도소리, 새소리 등 자연에서 발생하는 소리도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 록음악이나 소음은 듣는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거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아파트에 사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층간소음 때문에 속이 상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음악회나 강연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다. 원래 목소리나 악기소리 자체는 듣는 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녹음하거나 앰프를 거치며 증폭될 때 변질되는distorted 경우가 너무 많다. 필자는 오랫동안 음향 관련 일을 하면서 소리를 들을 때도 그냥 듣지 않고 분석하는 습관이 있어 변질, 왜곡된 소리를 쉽게 잡아낸다. 또 큰 소리나 거친 소리로부터 귀를 보호하기 위해 늘 귀마개를 갖고 다닌다.

하지만 청력이 약하거나 나쁜 소리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사람은 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소리를 구분하는 감각을 키우려면 조용한 환경에서 왜곡되지 않은 자연스런 소리를 충분히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훈련 없이는 왜곡된 소리를 정상적인 소리로 고집하게 되고,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청중에게 좋지 않은 소리를 전달하고 만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면 혼자서도 인터넷방송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운영자가 소리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아쉬울 때가 많다. 훌륭한 노래나 연주도 정작 그 원음이 스피커를 통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공연에 오점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 역시 이런 사실을 잘 모를 때는 왜곡된 소리를 좋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점차 ‘아, 이분은 잘못된 소리를 오랫동안 들었구나’ ‘이분은 몸이 많이 피곤해 소리가 거칠게 느껴지는구나’ 하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고, 거기에 맞춰 음향을 조절하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겼다.

이제는 조금만 소리에 관심을 가져보자. 청력 보호를 위해 자동차, 지하철, 비행기에서 음악 듣는 것을 자제하자. 되도록 조용한 곳에서 적절한 볼륨으로 저음과 고음이 균형 잡힌, 질 높은 음악(명반)을 들어보자. 또 MP3 파일보다는 웨이브WAV 파일을 추천하고, 노트북이나 PC로 듣는 것보다는 USB에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연결해 좋은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듣기를 권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소리를 듣는 감각도 길러지고,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이 평안해지고 삶에도 활기가 생길 것이다. ‘내가 듣는 소리가 나를 만든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신건하
뮤지션과 음향엔지니어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현재 마인드솔루션 트레이닝센터 원장으로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마인드강연을 진행하며 음향관련 일과 음악작업도 꾸준하게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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