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자르는 날, ‘대흐니 내르’

몽골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남자아이, 여자아이 구별 없이 빡빡 머리를 깎은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가난했던 옛시절, 한국에는 머릿니 때문에 까까머리 아이들이 많았다. 몽골의 아이들의 빡빡 깍은 머리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 아이의 어머니가 먼저 머리를 자르고 있다
▲ 아이의 어머니가 먼저 머리를 자르고 있다
‘대흐니 내르’ 는 머리카락 자르는 날이다.
몽골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한번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다가 만 세살이 되면 이 행사를 갖는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유는 머리카락이 건강해지라는 뜻도 있고,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으면 아이의 삶의 길이 나빠진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날에는 친척들과 가까운 이웃들이 다같이 모인다.
방문한 모든 사람은 돌아가면서 아이의 머리카락을 조금씩 자른다. 그리고 선물을 주며 아이의 행복을 비는 덕담을 해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날을 즐거워하지만, 여자 아이의 경우 머리카락이 잘리는 것이 싫어 우는 아이도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에는 반드시 ‘수(우유)’ 를 마셔야 한다. 이는 사람의 마음 또한 ‘수’ 처럼 하얗고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수’ 를 비롯한 ‘아롤(치즈)’, ’타륵(요거트)’ 등 ‘차강이데’ 라고 불리는 하얀 음식은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신성시 여겨지는 음식으로 특별한 행사 때 꼭 쓰인다.

▲ 아버지가 아이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 아버지가 아이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머리카락을 자른 뒤에는 파란 천에 담는데, 파란 천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예우를 갖추고 존경을 표할 때 늘 쓰인다. 처음 아이의 머리를 잘라주는 사람은 아이와 띠 궁합이 맞는 사람이 해주면 좋다고 한다.

‘대흐니 내르’ 는 여러 날에 걸쳐 치러지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기 때문이다.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돌아가면서 한 사람당 세 곡씩 부른다는 것이다. 노래를 다 부른 다음에는 ‘애락’이라는 말 젖으로 만든 음료를 마신다. 이 ‘애락’은 술처럼 많이 마시면 취하는데 꼭 세 잔을 마셔야 한다. 이렇게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아이의 머리를 완전히 깎는다.

비록 아이는 까까머리가 어색하겠지만, ‘대흐니 내르’라는 날을 통해 아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이 관심과 사랑이 아이를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할 것이다.


울란바타르=황유선(smys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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