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노동시간 가이드’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를 발표하고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등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고용부는 이번 가이드에서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 교육·출장·회식의 ‘노동시간’ 포함 여부 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날 제시된 기준에 따르면 직장 내 회식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업무 도중 흡연‧커피 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인정 받는다. 또 업무상 지인과의 식사, 거래처 접대도 사용자 지시나 승인이 없으면 근로로 볼 수 없고 직장 내 워크숍이나 세미나는 목적에 따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고용부는 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된 시간, 즉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 구속시간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은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것을 포함,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 둔 실구속 시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정한다는 뜻이다. 또 노동시간이 아니면서도 자유로운 이용이 어려운 경우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으로 간주돼 노동시간에 포함된다고 정의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각 사업장의 혼란을 모두 해소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고용부가 가이드에서 “노동시간 해당 여부는 사용자의 지시 여부, 업무수행 의무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장의 실제 사례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빈약하고 추상적이어서 현장의 우려나 혼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로기준법이 너무 지시·명령 중심적인데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퇴직금이 줄어드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개정했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노동자의 실제 노동시간이나 실적 등에 따라 늘거나 줄 수 있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 입법으로 실제 일한 시간이 줄면 임금(휴일근로수당 등)이 줄고, 임금 감소기간 중 회사를 나가면 퇴직금까지 줄 수 있다. 법에 따라 사용자는 직원들에게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음을 미리 알리고, 노동자 대표와 협의해 퇴직급여 산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최진수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법규국장(노무사)은 “주 52시간제를 엄격히 시행하려면, 노동시간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 기본 전제라야 한다”며 “업무 준비 등 지금껏 ‘은폐된’ 노동시간에 대해 각 사업장에서 좀 더 제대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현행보다 16시간 단축했다. 다만 산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의 시행 시기는 차등 적용된다. 이에 따라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50∼299인 사업장에는 2020년 1월 1일, 5∼49인 사업장에는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022년 12월 31일까지 노사 간 합의에 따라 특별연장근로 8시간이 추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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