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을 두고 전국 대표 판사 115명이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115명의 대표 판사들이 임시회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선언’을 의안으로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논의를 시작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일선 판사들에게 사법행정에 대해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올해 2월 상설화된 사법부 공식 건의기구다. 일선 법관들은 지난 1일부터 일주일 넘게 각급 법원별로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검찰수사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의혹 핵심 관여자들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를 두고 법원 내 찬반이 엇갈리며 신구(新舊)갈등 논란까지 불거진 가운데 소장 판사와 고참 판사를 아우르는 회의는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의혹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젊은 법관들의 강경론과 사법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고참 법관들의 신중론이 맞선 상황에서 전국 법원의 대표판사들이 어떤 입장에 힘을 실을지 관심이 쏠린다.

또 검찰수사 대신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남은 의혹을 규명한 뒤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경우에는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의결한 내용을 전달받은 후 최종결정을 위한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과 제7회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하면 오는 14일 이후 김 대법원장이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에 소속된 2000여명의 변호사들은 11일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징계, 탄핵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찬희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이날 "우리 사법부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현재 사법부는 전혀 합일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 갈등과 분열만 가중되고 있어, 법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계의 한축으로서, 법원 내부의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변호사회가 이제는 침묵하지 말고 우리 사법부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줘야 마땅하다"고 이번 시국선언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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