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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꿈을 선물해준 나라, 에티오피아
방지현 | 승인 2018.06.04 15:08

봉사활동을 하러 오기 전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 속에 갇혀 지냈다.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고등학교 3학년 때 급하게 경영학과에 지원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친 후 나는 공부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고 자존감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한국을 떠나 어디로든 가고 싶었고 우연히 알게 된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가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꿈도 찾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라는 작은 소망을 품고 에티오피아로 떠났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아 준 건 봄처럼 온화한 날씨와 손이 닿을 듯 파란 하늘, 그리고 너무나 예쁘고 잘생긴 에티오피아 사람들이었다. 에티오피아 문화는 예상했던 아프리카 문화와는 조금 달랐다. 처음 만나면 한국인처럼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흥겨운 음악이 나와도 곧바로 리듬을 타고 춤을 추지 않았다. 나처럼 몸이 뻣뻣하고, 낯을 가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에티오피아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닮은 점을 가진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만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전 에티오피아 교육부 장관이신 쉬페라우 마리암장관님을 인터뷰한 후 기념 촬영을 했다.

에티오피아에서 한국문화 알리기, 교육활동 등 다양한 봉사 활동도 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인드교육 현장에 함께 있는 것이었다.

국제청소년연합IYF은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정부의 지원 하에 교과과정에 마인드교육을 포함시켜 청소년들을 위한 인성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매달 마인드교육을 실시하는 전국 곳곳의 대학들을 찾아가 현지 학생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었다.

또 우리는 교육에 필요한 방송 장비를 설치하고 철수하는 것을 도왔는데, 어느 날 지부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지현아, 다음 주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학생들을 위해 플루트 연주를 해보는 게 어떻겠니?” 순간 내가 해외봉사 지원서 취미를 적는 칸에 ‘플루트 연주 가능’이라고 썼던 것이 기억나며 후회가 되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독주를 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떨리고 너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플루트를 에티오피아에 가지고 온 마당에 언제까지나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시간만 나면 플루트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마인드강연 행사에서 플루트 공연을 하는 방지현 단원.

“IYF 와싱트(에티오피아 말로 피리) 뮤지션 방지현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일주일 뒤, 지부장님의 소개로 나는 생애 처음 ‘뮤지션’이 되었다.

많은 대학생 앞에서 에티오피아에서 인기 있는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연주했다. 최선을 다해 연습했지만 연습한 만큼 무대 위에서 100%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연주를 마치고 나니 아쉬웠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많은 학생들이 나에게 다가와 ‘연주가 너무 좋았어’, ‘좋은 곡을 들려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대단한 연주를 한 것도 아닌데 학생들이 에티오피아에 봉사하러 온 한국인 ‘방지현’이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을 시작으로 나는 마인드교육을 하는 강사님과 함께 대학교와 고등학교, 시청, 교육부 등을 다니며 거의 매주 플루트 연주를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렇게 매일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면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2018 아프리카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일할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는 한국인 봉사단 학생들.

처음 대학교에 가서 에티오피아 학생들을 만나 “꿈이 뭐니?” 하고 물었을 때 대부분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때마다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는데 에티오피아 학생들이 우리 봉사단을 만나 긍정적인 마음의 세계를 배우며 행복해 하는 걸 보니 즐겁고 기뻤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다 보니 어느새 나도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 꿈을 찾을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에서 지낸 일 년을 떠올리면 벼룩에 물렸던 일부터 친구랑 싸운 일, 행사 현장에서 실수했던 일 등 모든 것이 아름다운 추억이다. 피하고 싶은 부담스러운 일들도 많았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알았다. 행복은 돈이나 좋은 환경, 성공 속에서 느끼는 게 아니라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주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때 온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먼저 다가와 준 한나와 함께.
‘아와사’라는 도시에서 행사를 마친 후 쉬는 시간에 강가에서 사진을 찍었다. 강바람도 좋고 풍경도 좋고 아주 행복한 오후였다.

에티오피아에서 배운 행복은 나를 변화시켰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뒤, 나는 에티오피아로 돌아가 음악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꿈과 소망을 심어주는 음악 교사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피아노와 성악, 합창, 지휘법, 음악이론, 영어, 스페인어 등 공부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지만 언젠가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가 학생들과 함께 행복을 나눌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글=방지현(굿뉴스코 해외봉사단/ 에티오피아)

방지현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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