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77)이 첫 재판자리에서 12분간의 모두진술을 통해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10억 원대 뇌물과 349억 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5월 23일 오후 2시부터 약 5시간에 걸쳐 열렸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다스는 형 이상은 씨의 회사라고 주장했고, 검찰의 기소도 무리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12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사안의 중대성 등 공공의 이익 측면을 고려해 언론에 공개했다. ⓒYTN보도화면 갈무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12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사안의 중대성 등 공공의 이익 측면을 고려해 언론에 공개했다. ⓒYTN보도화면 갈무리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12분의 모두진술을 통해 장문의 입장문을 읽어 내려가며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검찰도 자신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걸 속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MB "다스, 형님과 처남이 운영한 회사"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과 처남이 만들어 운영한 회사라고 주장했다. 다스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30여 년간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한 게 온당하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비자금 조성, 법인세 포탈, 직권남용, 뇌물수수, 대통령기록물 유출 등 총 16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조성한 비자금을 약 349억원, 축소 신고를 통한 법인세 포탈 액수 31억4500여만원, 이 전 회장 사면을 대가로 한 삼성그룹 다스 소송비 대납 67억7000여만원·국정원 특활비 수수 7억원 등 뇌물수수액은 110억원대 규모로 보고 있다. ⓒYTN보도화면 갈무리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비자금 조성, 법인세 포탈, 직권남용, 뇌물수수, 대통령기록물 유출 등 총 16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조성한 비자금을 약 349억원, 축소 신고를 통한 법인세 포탈 액수 31억4500여만원, 이 전 회장 사면을 대가로 한 삼성그룹 다스 소송비 대납 67억7000여만원·국정원 특활비 수수 7억원 등 뇌물수수액은 110억원대 규모로 보고 있다. ⓒYTN보도화면 갈무리

삼성 소송비용 대납과 관련해서는 “사면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 사실을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자격으로 사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의 진술 증거를 모두 동의한 것과 관련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사기록 검토한 변호인들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부동의 하고 증인들을 재판에 출석시켜 진위를 다퉈야 한다고 했지만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저와 밤낮 없이 일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사유가 있을 것"이라며 "변호인은 만류했지만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고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인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말했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기록물 유출은 고의로 은닉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불법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검찰 증거에 대한 신빙성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 첫 재판 지켜본 국내 정치권 반응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열린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에 대해 백혜련 대변인을 통해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국민을 기만하는 모습에 분노를 넘은 처연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백 대변인은 “최고 권력자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온갖 부정을 저지른 모습에 국민들은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전 대통령의 범죄는 그 어떤 해명으로도 용서받지 못하겠지만 진심으로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께 사죄드리는 것만이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의 자세”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재판이 진행되는지 국민과 함께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은 장정숙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무려 16개 혐의로 재판중인 피의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자기합리화와 오리발로 일관한 최악의 변명이었다”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은 끊임없는 변명과 책임전가로 국민의 더 큰 분노를 야기하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둬야 한다”며 “이제라도 석고 대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여죄 역시 스스로 밝히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용서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추현선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검찰의 기소를 무리한 기소라 깎아내리며,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정치보복 프레임만 앞세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집권의 역사에서 대한민국을 망가뜨린 최고 권력자들이 법정에 섰지만, 끝끝내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할 기회까지 걷어차 버린 것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홍준표 대표는 “삼성대리인이 워싱턴의 김 모 변호사인데 그 변호사가 삼성의 대리인 역을 하는 도중에 삼성에서 다스 소송도 맡아달라고 한 게 전부라고 알고 있다”며 “그런데 그걸 마치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식으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는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자리했다. 이날 재판은 사안의 중대성, 국민적 관심사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정식 재판 시작 전 언론의 촬영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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