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은의 영화 속 인문학④
편견과 차별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한 사람에 대한 친절과 배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영화 <원더>가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선천적인 안면기형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늘 헬멧을 쓰고 다녔던 열 살 소년 어거스트. 그가 헬멧을 벗고 세상과 마주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 <원더>는 제목 그대로 놀랍고 감동적인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극중에서 어기는 또래의 다른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칼싸움을 좋아하고 자전거 타기나 아이스크림 먹는 걸 좋아하는 아주 평범한 소년이다. 그러나 이 모든 평범한 요소들을 제외하고 단 하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얼굴 생김새 때문에 그는 수많은 차별과 편견에 시달린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던 어기에게 어느 날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10살이 된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의 부모가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등교 첫날부터 학교 친구들은 어기를 괴물이라 놀리고, 어기와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면 전염병에 걸린다며 그를 피해 다닌다. 그런 어기에게도 모든 걸 공유할 수 있는 ‘잭 윌’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생기고 어기는 처음으로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느낀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할로윈 데이에 잭이 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뒷담화를 하는 것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고 잭은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는 어기의 태도에 당황한다. 같은 반 친구 썸머의 힌트로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잭은 용기를 내 어기에게 용서를 구하고, 둘은 다시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시간이 지나고 그동안 어기를 괴롭혔던 친구들은 잘못을 뉘우치고 어기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구한다. 1년간의 학교생활이 끝날 때쯤 어기는 모두와 친구가 된다.
외출을 할 때면 늘 우주비행사들이 쓰는 모양의 헬멧을 쓰고 다니고, 자기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기 싫어 사람들의 발만 보고 걸어야 했던 소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기는 그 누구보다 열렬한 가족의 응원과 사랑 속에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간다.
같은 반 친구 잭과 썸머는 자기보다 훨씬 공부도 잘하고 유머러스한 어기의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과 다를 게 전혀 없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고는 진정한 친구가 된다.
다른 친구들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감춰진 내면을 발견하는 ‘진정한 소통’의 방법을 깨닫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나간다.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어기가 있기까지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기가 자신의 외모 때문에 절망하고 불행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마음에 소망을 불어넣어주는데 특히 학교 선생님들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터쉬맨 교장선생님은 반 단체 사진에서 포토샵으로 어기를 지워버린 줄리안과 그 부모님에게 “어기는 외모를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시선을 바꿔야죠.”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어기의 반 선생님은 “옳음과 친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선택하라”라는 말을 학급교훈으로 정하고 아이들에게 이를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어른들의 친절 덕분에 어기는 삶의 용기를 갖고, 그런 용기 있는 어기의 모습을 보면서 주저하던 친구들도 그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용기’만큼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이 또 있을까. 그러나 영화 <원더> 속 어기와 친구들은 어른들의 작은 친절과 배려 속에 조금씩 용기를 내는 법을 배웠다.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어기에게는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잭과 썸머, 그리고 반 친구들에게는 자신과 다른 어기를 대하면서 ‘다름을 마주할 용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