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세 차례나 방문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불교 역사가 깊은 남방 최고의 불교국가인 스리랑카. 지난 4월 29일과 30일 스리랑카는 베삭데이(부처님 오신 날)를 맞아 온 나라가 들썩였다.

이 날 스리랑카 국민들은 세 가지 일을 기념하는데, 먼저 싯다르타(석가모니)왕자가 네팔 룸비니에서 탄생한 것을 기념하고 그가 부처의 경지에 오른 것을 기념하며,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열반을 기념한다. 베삭데이에 불교인들은 하얀색 옷을 입고 절에서 열리는 전통행사에 참석하는데 하루 온종일을 그 곳에서 보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를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가정집에 걸려있는 베삭쿠두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다ⓒ권신영 글로벌리포터
가정집에 걸려있는 베삭쿠두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다ⓒ권신영 글로벌리포터

우리나라도 그렇듯 스리랑카 역시 베삭데이가 다가오면 거리마다, 집집마다 등이 걸린다. 이 등을 베삭쿠두(Vesak koodu)라고 하는데 부처님을 기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베삭쿠두의 주재료는 대나무다. 1cm도 되지 않는 작은 대나무쪽 4개를 실로 묶어서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고, 만들어진 사각형의 틀 6개를 합쳐 한 개의 등을 만든다. 우리나라의 오색찬란한 등과 달리 스리랑카의 등은 대부분 흰색인데, 이는 유독 흰색을 좋아하는 스리랑카의 국민성에서 비롯된다. 아름다움과 선(善)을 상징하는 흰색은 ‘선’을 중시하는 불교국가 스리랑카에서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학교 교복은 물론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도 국민들은 흰색 옷을 즐겨 입는다.

베삭데이의 큰 특징 중 하나인 '무료 음식 나눔'.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권신영 글로벌리포터
베삭데이의 큰 특징 중 하나인 '무료 음식 나눔'.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권신영 글로벌리포터

베삭데이의 또 다른 특징은 ‘무료 음식 나눔’이다. 한국에서도 축제가 열리는 곳에 각종 먹거리가 빠지지 않는데 음식의 값을 지불하고 먹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스리랑카의 베삭데이 기간에는 아침, 점심, 저녁과 심지어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까지도 무료로 먹을 수 있다.

거리는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가득한데 긴 줄을 따라 앞으로 가보면 대여섯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나눠준다. 이날 먹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큰 잎 위에 찐 감자 한 주먹과 그 위에 칠리소스와 갖가지 재료들을 볶은 양념을 올린 ‘다나’라는 음식이다.

큰 잎 위에 찐 감자를 올리고 칠리소스와 갖가지 재료들을 볶은 양념을 올리는 음식 '다나'. 기쁨과 평화를 서로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권신영 글로벌리포터
큰 잎 위에 찐 감자를 올리고 칠리소스와 갖가지 재료들을 볶은 양념을 올리는 음식 '다나'. 기쁨과 평화를 서로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권신영 글로벌리포터

‘다나’는 기쁨과 평화를 서로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가난한 사람이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불교의 구제 정신에서 비롯되었는데 사람들은 다나를 나눠먹으며 불교의 정신을 되새기고, 영적 욕구를 충족하게 된다.

형식적인 기념일이 아닌 불교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이를 기쁨으로 여기는 스리랑카 국민들의 대축제, 베삭데이. 이 기간 스리랑카의 거리는 베삭쿠두 행렬과 사람들의 미소로 환하게 밝혀졌다. 시간이 지나면 그 불빛은 사그라지겠지만, 불교를 향한 스리랑카 국민들의 열정과 종교심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콜롬보(스리랑카)=권신영 글로벌리포터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