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유일한 왕정국가의 국왕 음스와티3세(King Mswati III)가 4월 19일(현지시간) 만지니에서 거행된 독립 50주년 기념일에서 국호 스와질란드(Swaziland)를 에스와티니왕국(Kingdom of Eswatini)으로 변경한다고 선언했다. 에스와티니는 스와질랜드가 식민지가 되기 전 갖고 있던 본래 이름이다. 스와질란드는 1906년 영국 보호령으로 됐다가 1968년 독립했으나 스와질란드라는 국명은 그대로 유지했었다. ‘에스와티니’는 현지 고유어로 ‘스와티인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이날 국왕의 국호 변경 선언 후 스와질란드 국민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오래전부터 국민들 마음 안에 새겨진 이름 ‘에스와티니’가 만방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이를 해외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온도차가 있는 모양이다.
언론에서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갑작스럽게 국호를 바꿔 혼란만 가중시킨, ‘아프리카의 독특한 왕국’이라는 프레임으로 국호 변경 소식을 전했다. 영국 언론 BBC는 “국왕 마음대로 국명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데 일부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입을 빌려 경제난이나 시급한 문제는 뒷전이고 국명 바꾸는 일이 뭐 그리 급하고 대단한일이냐는 주장을 실어 내보냈다. 영국 BBC의 보도를 인용한 한국의 일부 언론 역시, 이번 국호 변경의 이유를 ‘스위스와 헷갈려서..’로 강조하고 있다. 거기에 ‘절대 빈곤’, ‘전제군주국’, ‘민주주의와 먼 나라’, ‘정당 활동이 금지된 나라’라는 소개까지 곁들이니, 스와질란드가 누군가의 시각에 ‘미개한’ 왕국쯤으로 비춰진 모양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스와질란드 여권. 오래전부터 여권 표지에는 ESWATINI(에스와니티)라는 국호가 새겨져 있었다. (사진=강태욱)
스와질란드 여권. 오래전부터 여권 표지에는 ESWATINI(에스와니티)라는 국호가 새겨져 있었다. (사진=강태욱)

하지만,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10년 전부터 있어왔다. 수년전부터 국왕은 평소에도 나라 이름을 Kingdome of Eswatini로 표기하고 유엔(UN) 총회와 아프리카연합(AU)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사용해 왔고, 국민들 역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음스와티 국왕은 국호 변경을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고, 가장 의미 있는 날인 독립 50주년 기념일, 그리고 자신의 50번째 생일 기념행사에 맞춰 선언한 것이다.

국왕이 이번에 새 이름을 선언하면서 했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음스와티 국왕은 독립 50주년 행사에서 “스와질란드는 이제 본래의 이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스와질란드는 영국의 식민지령으로 있을 때 받은 이름이다. 만약 국가가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했다면, 이제는 이 나라의 이름을 그 사람들에게 줄 때다. 지금부터는 공식적으로 에스와티니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스와티 3세는 스와질란드가 때때로 ‘스위스(Switzerland)’와 혼동되기도 했다면서 “해외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스와질란드를 스위스로 착각한다”며 “나는 내 조국이 사람들이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이름을 갖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식민지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으면서 국명을 변경했다. 북로디지아는 잠비아로, 로디지아는 짐바브웨로 냐사랜드는 말라위, 베추아나랜드는 보츠와나로, 바수토랜드는 레소토로 개칭했다.

새로운 국명 선언 이후 몇몇 사람들은 출생증명서, 신원 확인서 등을 바꿔야 하는 지 걱정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서둘러서 모든 것을 변경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전환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급작스럽게 명칭을 변경하는데서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예전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버리라는 식이 아닌, 옛 명칭들이 자연스럽게 새 명칭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국호 선언 전에도 이미 많은 공식 서류에서 에스와티니 이름이 사용되고 있었다. 여권 표지 역시 에스와티니라는 국호가 적혀 있다.

50년 전 자유를 얻은 스와질란드, 이미 자유의 몸이 된 그들에게 어쩌면 에스와티니로 국호 변경은 늦은 감이 있다. 이제라도 구시대의 옷을 벗고 에스와티니라는 자유의 옷을 갖춰 입은 그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만지니(에스와티니)=강태욱 글로벌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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