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은의 영화 속 인문학②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포스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포스터

"오 캡틴, 마이 캡틴!"
떠나는 선생님을 향해, 학생들은 마음 속 깊은 존경과 감사를 담아 부르짖는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게 가치 있는 삶인지와 같은 문제들은 뒷전으로 하고 오로지 성공와 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학생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게 인생의 참된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던 그들의 ‘캡틴’이 그려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1998년 제작된 이 영화는 현대의 교육제도를 비판한 사회비판 영화이다. ‘현재를 즐겨라’는 뜻의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우리사회에 유행시키면서 치열한 경쟁에 지쳐있던 젊은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며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등극했다.

최근 각국의 교육계는 기존의 교육시스템이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맞지 않다고 결론 내리고, 무조건적인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교육으로 그 방향을 바꾸고 있다. 3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무거워진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1959년 미국 뉴잉글랜드에 위치한 웰튼 고등학교는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가치로 내건 명문 고등학교다. 아이비리그 진학률 70% 이상을 자랑하며 입시 사관학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 학교에 신임 영어교사 존 키팅이 부임한다.

미국 최고의 명문고등학교 웰튼학교에 신임 교사 존 키팅이 부임한다
미국 최고의 명문고등학교 웰튼학교에 신임 교사 존 키팅이 부임한다

키팅 선생은 억압적인 학교의 교육방침을 거스르며 파격적인 수업을 이어간다. 교과서의 서론 부분을 찢어 버리라는가 하면, 100년 전 졸업생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역설하기도 한다. 휘트먼의 시 구절을 인용해 자신을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고 부르도록 하고, 수업 시간에는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라며 학생들을 책상 위로 올라가게 한다.

처음에는 키팅 선생의 이런 교육방식에 반기를 들었던 학생들은 점차 내면의 눈을 뜨기 시작하고, 부모와 사회의 요구가 아닌 오직 스스로의 뜻과 의지로 자기 인생을 가꿔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의 리더 닐 페리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키팅 선생과 학생들은 위기를 맞는다. ‘배우’를 꿈꿨던 닐이 의사가 될 것을 강요하던 부모에 항의하며 자살한 것.

학교 측은 모든 것을 키팅 선생의 잘못으로 돌리고 그를 좇아내기 위해 학생들을 협박한다.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 키팅 선생. 학교의 협박으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은 그의 가르침대로 책상 위로 하나 둘 올라가고 떠나는 그들의 캡틴을 향해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친다. 그는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학교를 떠난다.

캡틴의 우리말은 ‘선장’이다. 배의 방향을 인도하고 배와 선원들의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 영화 속 키팅 선생의 모습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영화 속 압권은 학생들 중 가장 소심하고 숫기 없던 토드가 떠나는 키팅을 향해 ‘진술서에 사인을 한 것은 단지 어른들의 협박 때문이었다’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울부짖는 장면인데 키팅은 ‘그럼. 널 믿고말고.’ 라며 그를 향한 믿음을 드러내고, 토드와 아이들은 선생님의 믿음에 반응해서 그의 가르침대로 책상 위로 올라가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친다. 비록 키팅 선생은 학교를 떠나지만 그의 가르침은 학생들 내면에 깊이 뿌리를 내려 견고히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사회와 부모의 요구대로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안내해준 캡틴, 키팅 선생. 인생의 참된 가치와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를 제시해주는 키팅과 같은 선생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선생’이라는 지위에서 비롯되는 형식적인 사명감이 아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사랑과 희망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을 만난다면, ‘꿈이 없는’, ‘무의미한 인생을 살아가는‘, ’감사와 행복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이 진정한 삶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선생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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