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 "선관위 판단 납득 어렵지만 정치적으로 수용"… 靑 "민정 책임 아니다" 선긋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4일만인 16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김 원장의 5000만원 셀프 후원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을 내린 직후다.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후원금 기부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린 이후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기식 원장은 사표가 수리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선관위가 ‘위법’이라고 판단을 내린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선관위 판단이 내려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기식 전 원장 Facebook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선관위 판단이 내려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기식 전 원장 Facebook

자유한국당, 정의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인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에게 민정수석실 경질 주장에 대해 '인사 검증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 16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하나라도 위법한 사실이 밝혀지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mbc 화면 갈무리
4월 16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하나라도 위법한 사실이 밝혀지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mbc 화면 갈무리

또 이 관계자는"김 전 원장이 미리 사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받았고 신고도 했으며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이라며 "(선관위에서)아무런 응답이 없었으니 당연히 그 문제는 클리어 된 것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절차상 민정이 책임질만한 일이 아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일로 청와대는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및 정치후원금 사용 등 관행적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인사검증 기준을 재검토 한다는 방침이다.

야권에서는 청와대가 선관위를 동원해 국정 혼란만 야기시켰다고 맹비난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했다며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을 중단하고 4월 임시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 회의. 우원식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수소히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 회의. 우원식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수소히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관위 "종전 범위 벗어난 금전 제공은 선거법 위반"

김 원장은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독기관의 자금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다녀오거나, 임기 종료 3일전 해외 여행이나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재단법인에 더미래연구소에 정치자금 5000만원을 기부하는 이른바 ‘셀프 후원’으로 논란이 됐었다.

16일 선관위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에서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 금전 제공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또 “피감기관의 비용으로 해외 출장은 간 것은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위법성 여부는 사회상규상 정당한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관위는 김 원장이 정치자금으로 직원에게 퇴직금을 준 행위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4월 2일(월) 취임했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지난 4월 2일(월) 취임했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이러한 판단에 대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입장문에서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 추가 출연키로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했던 것”이라며 그동안 문제제기가 없었던 선관위가 이번에 위법하다고 내린 판단에 대해 ‘법률적 다툼과 별개로 정치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아울러 “저는 비록 부족해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여 의도했던 금융 개혁과 사회 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더좋은미래, 선관위 판단 반박 기자회견..."5000만원 납부 문제없다"주장

15일 더불어민주당 더좋은 미래 유은혜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더좋은 미래 유은혜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정책모임 ‘더좋은미래’은 김 원장의 사임 결정 뒤 선관위의 '위법' 판단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17일 오후 2시 10분 국회에서 열었다. 이들은 김기식 전 원장이 5000만원을 연구기금으로 납부한 것은 현행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전 원장의 기부가 위법이었다면, 2016년 선관위가 회계보고를 받은 당시 지적하지 않아 스스로 직무유기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원장은 2016년 3월 25일 해당 건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회신은 종전의 범위에 벗어난 경우 113조를 위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며 “김 전 원장은 기부가 113조와 무관하다는 판단으로 회비를 납부했고, 선관위에 회계 보고까지 정상적으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단체 ‘정의로운 시민행동’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직권남용,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원장을 처벌해 달라며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또 더미래연구소가 적법한 등록 없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4억6000만원 가량의 기부금을 모집했다며 더미래 연구소 관계자들을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17일 오전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앞에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김성태 대표의 발언을 지켜보는 기자단. ⓒ자유한국당
17일 오전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앞에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김성태 대표의 발언을 지켜보는 기자단.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김 전 원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4월 10일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검찰청에서는 관련 사건들을 병합해 현재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김기식 원장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16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원장의 사퇴여부와 상관없이 외유성 해외 출장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장 불명예 퇴진...감독당국 권위 실추

금융감독원은 한 달 만에 수장 2명이 연이어 낙마하는 사태를 겪으며,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행보가 꼬였다.

문재인 정부표 금융개혁을 예고했던 이들이 잇달아 낙마하면서 감독당국의 권위가 실추된 것은 물론 개혁 추진 동력도 약해졌다. 또한 금감원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 잇따라 퇴진한 만큼 관료 출신의 인사가 발탁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신임 금감원장 후보군 가운데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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