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은의 영화 속 인문학 [1]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감독이자 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2차 세계대전 중 자행된 유태인 학살을 배경으로, 어린 아들에 대한 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을 표현한 작품이다. <쉰들러 리스트>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등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주제로 다룬 영화는 많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그 사건을 무겁지 않게,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큰 매력 포인트로 손꼽힌다.

1997년,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을 당시에는 인류 최대의 비극 중 하나인 사건을 코미디 영화로 만들었다는 평론가들의 불만과 우려가 수없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개봉 후 그 불만과 우려는 감독 베니니에 대한 찬사로 180도 바뀌었다고 하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대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질 법도 하다.

영화는 “이것은 동화처럼 슬프고 놀라우며 행복이 담긴 이야기다.”라는 어른이 된 아들 조슈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이탈리아에서 극악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말, 귀도와 도라는 아들 조슈아를 얻는다. 평화롭기 그지없던 이들 가족에게 어느 날 불행이 찾아온다. 독일의 유태인 말살 정책에 따라 유태인이었던 귀도와 조슈아가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것.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사실은 하나의 게임에 불과하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고 1,000점을 가장 먼저 따는 사람이 1등 상으로 탱크를 받게 된다고 아들 조슈아를 속인다. 그는 아들에게 수용소에서의 삶이 게임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수용소 생활 규칙을 설명하러 온 독일군의 통역을 자청하고 엉터리 통역을 한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의심하던 조슈아는 아버지 귀도의 노력으로 그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위기를 셀 수 없이 넘기며 수용소 안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

마침내 독일이 패망하고, 수용소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귀도는 조슈아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지만 독일군에게 발각되고 만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는 독일군에게 끌려가는 순간에도, ‘1,000점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독일군에게 들키면 안된다.’고 조슈아에게 당부하고 나무 궤짝에 숨어 자신을 지켜보던 아들 조슈아를 향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며 웃어 보인다. 조슈아의 시야에서 아버지 귀도가 사라진 후, 곧이어 몇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아버지의 말대로 조슈아는 하루를 꼬박 나무 궤짝에 숨어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다음날, 정적만이 가득한 포로 수용소의 광장 한 복판에 조슈아가 홀로 서 있다. 누가 1등상을 받게 될지 궁금해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아이 앞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연합군의 탱크가 다가온다.

결국은 아버지가 죽음을 맞는 비극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린 조슈아에게 그 어떤 기억보다 끔찍하고 두려웠을 수용소에서의 삶은 ‘동화처럼 슬프고 놀라우며 행복이 담긴 이야기’로 기억된다. 그것은 두려움과 공포에 빠진 아들에게, 눈앞에 펼쳐진 절망적인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아버지의 희생 덕분에 가능했다.

아들이 두려움과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아버지. 심지어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까지도, 아들에게 희망과 소망을 심어주려고 한 그의 사랑은 그래서 위대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아들의 마음을 절망과 두려움에서 희망과 소망으로 옮겨주는 것. 그것이 귀도가 아들 조슈아에게 베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이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버지의 사랑이다.

“이것이 나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희생한 이야기.. 그것이 아버지가 주신 귀한 선물이었다.”라는 마지막 독백을 통해 조슈아는 아버지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끔찍하고, 두렵고, 절망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던 아들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아버지. 비록 그의 인생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의 인생은 어떤 삶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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