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희망캠페인 만원의 기적

“와이트 만White man!” 남태평양 바다만큼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 소리치며 나에게 달려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난 해 솔로몬 제도에 해외봉사를 다녀온 나는 <투머로우>와 함께 다시 한 번 그들에게 희망을 선물한다는 생각에 너무 설레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보다 남을 위한 삶?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목회자 아버지 밑에서 엄하게 자란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했고, 남을 의식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영화 PD가 되어 전 세계를 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어서 빨리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 꿈과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대학에 입학했고 열심히 공부해 4학년 때 영화 제작사에 입사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1년 동안 영화 제작사에서 일하면서 내 기대와 너무 다른 회사생활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고 그러던 중 친구에게 해외봉사를 권유받았다. 나는 항상 가난했고 희생했고 손해 보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기에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만을 위해 달려온 삶 말고 나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보면 어떨까’ 궁금해졌고 16기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으로 솔로몬 제도에 갔다.

우리를 보면 마음을 열고 달려와주는 솔로몬제도 아이들.
우리를 보면 마음을 열고 달려와주는 솔로몬제도 아이들.

나를 부끄럽게 한 솔로몬 제도 아이들
지도상에 점처럼 보이는 이 작은 섬나라는 가난한 나라지만 에메랄드빛 바다와 우거진 열대 우림, 풍성한 과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대부분 아이들은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가고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을 하거나 장사를 한다.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코코넛, 파파야 등 과일을 따다가 장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아이들의 손과 발은 상처로 가득하다. 맨발로 뜨겁게 달아오른 자갈밭을 걷고 옷이 없어서 맨몸으로 나무에 올라가 과일을 따느라 그런 것이다. 그런 거친 삶 속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며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나 풍족하게 살아오면서도 피해의식 속에 사로잡혀 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햇살 뜨거운 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햇살 뜨거운 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온이 나에게 준 인생 선물
하루는 태권도 아카데미 학생들과 함께 마인드강연 행사에서 할 태권무를 준비했다. 그중 레온이라는 학생이 유독 눈에 띄었다. 마른 체격에 다부진 몸을 가진 그는 운동신경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우리가 목말라하면 맨발로 15미터나 넘는 코코넛 나무를 순식간에 올라 코코넛을 따주곤 했다. 집이 가난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친척들과 전통 춤을 공연하며 살아온 그는, 태권도에 누구보다 큰 관심을 보이며 열심히 배우고 싶어 했다. 신발도 없이 자갈밭에서도 열심히 태권무를 추고 백텀블링까지 서슴없이 시도했다. 더운 날씨에 덥고 발이 아팠을 텐데 얼굴에는 항상 즐겁고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많이 부족한 나를 마음으로 따라주던 레온과 학생들을 보면서 도와주러 간 그곳에서 나는 되려 그들의 행복함을 선물받았다. 한국에만 있었다면 평생 받아보지 못할 값진 선물이었다.

그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신나가다도 마음 한쪽이 찡해지곤 한다.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지켜지듯 뜨거운 햇살과 자갈 길에서 그들의 몸과 발도 지켜지기를 바란다. 이들이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마음껏 뛰어다니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투머로우> 독자들의 후원의 손길을 기다린다.


​글=최다현(솔로몬제도 굿뉴스코 16기)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