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미얀마에서 대학생 캠프가 한창 열리고 있을 때였다. 분주히 오가다가 한순간 신발에 시선이 멈췄다. 교실 앞에 대학생들과 교사들이 급히 벗어놓고 간 신발들이 마구 엉켜 있었다. ‘예쁘게 좀 벗어놓지’ 하면서 신발을 정리하려다가 말고 그냥 한참을 쳐다봤다. 마치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해 놓은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잘났거나 못난 신발도 없다. 뒤집혀져 있다고 화내는 신발도, 다른 신발에 깔려서 짜증 내는 신발도, 더러워질까 봐 걱정하는 신발도 없다. 이 신발들은 주인이 올 때까지 주인이 벗어 놓은 그 모습 그대로 기다린다. 서로서로 엉켜 있어도 불평하지 않고 말이다. 미얀마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 같다.


글과 사진 | 이은정
언제 어디서든 마음을 다해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대학생들에게 조언하는 인성교육 전문강사다. 16년째 미얀마의 제2도시 양곤에 거주하며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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